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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예하니 Dec 19. 2024

문제 해결 방식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난 해결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내 일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즉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머릿속은 가장 좋은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중 가장 괜찮은 해결안이 결정되면 바로 시행한다. 그러면 문제 사항은 대부분 해결된다.


그러고는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 한숨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후에 복기를 하는 편인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생각해 본다. 어느 순간에 판단이나 행동에 실수가 있었는지 혹은 나의 실수와는 상관없이 발생한 문제 상황인지 등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반성한다. 해결한 일에 대해 뭘 그렇게까지 그러는가 싶지만 그게 맘이 편하다.   




아주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이다. 체육 시간에 운동장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친구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본능적으로 머리를 들었던 나는 떨어지는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쿵 소리가 들렸고 친구들은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댔고 떨어진 그 친구는 정신을 잃고 일어나지 못했다. 어느 순간엔가 나타난 선생님 두 분이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가셨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는 친구들의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그때 옆에 서있던 친구가 너무 놀란 탓에 휘청였다. 그 친구를 부축하며 정신이 돌아왔다. 교실로 돌아와 보니 친구들은 울고불고 제정신이 아니었고 그러다 실신하는 친구도 생겼다. 일단은 진정시켜야 했다.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물을 떠 오라 하고, 실신한 친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별일 없을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연신 말하며 열심히 친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난 눈앞의 상황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도 정신이 없던 사이에 떨어진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에 가셨던 선생님이 돌아오셨다. 정말 다행히 떨어진 친구는 이마에 타박상이 생긴 것 빼곤 멀쩡하다고 했다. 오히려 교실의 상황에 더 당황해하셨다. 정말 다행이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난 맥이 풀린 느낌이었다.


사실 우리 교실은 건물 맨 끝에 있어서 교실 옆에 있는 복도가 없는 교실이었다. 복도가 없어서 교실을 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 떨어진 친구는 주번이 운동장에서 돌아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건물 밖에 설치되어 있는 폭 30cm의 우수받이를 이용해 교실로 들어갈 계획이었다고 했다. 실수로 떨어진 모양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17살짜리 학생은 충분히 벌일 수 있는 일이었다. 


여하튼 사고는 있었지만 잘 해결되고 별일 없이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엄마를 붙잡고 그날의 사건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떨어지는 친구와 눈이 마주쳐서 얼마나 놀랐는지, 친구들이랑 같이 우느라고 기진맥진 진이 빠졌다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야 편안해졌다. 그렇게 이 일은 추억이 되어 갔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가 시장에서 담임선생님을 우연히 만나신 적이 있는데, 그날 이야기를 하셨단다. 그날 내가 얼마나 많이 놀랐는지, 선생님도 고생하셨겠다고 말씀을 전하셨는데, 선생님은 내가 정말 침착하게 친구들을 잘 돌봐주어서 고마웠다고 하셨단다. 같은 일에 각기 다른 기억을 가지고 계신 두 분이 서로 어색하게 웃으셨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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