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으로 보이는 거야?
삐그덕... 삐그덕...
몸에서 자꾸 신호를 보낸다. 무릎이 계속해서 말썽이다. 아주 죽게 아프지는 않지만 신경이 계속 쓰인다. 병원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하는 경우를 인터넷을 뒤져 체크해 봤다.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하는 경우...
(1) 다치지 않았지만,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2) 눌러서 무릎에 아픈 부위가 있을 때
(3) 무릎이 잘 움직이지 않을 때
(4) 무릎에 물이 찰 때
(5)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 통증이 있을 경우
(6) 양반다리가 힘들 때
(7) 무릎이 소리가 나면서 아플 때
(8) 무릎에 힘이 없어 자꾸 꺾일 때
(9) 무릎이 돌아갈 때
(1), (4), (5) 번 무려 3개나 해당되었다. 병원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집 주변의 2차 병원을 예약했다. 무릎 관절 전문병원이었고 수술 사례도 정말 많은 병원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예약일에 맞춰 병원을 찾았다.
긴장된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려 의사를 만났지만, 의사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일단 MRI를 찍자고 했다. 그래야만 정확한 진단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엑스레이 검사로는 염증이나 인대, 연골, 연골판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궁금해서 찾아본 것이다. 의사가 말해주진 않았다.
검사 비용을 내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 치료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 이러고 있는 거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문득, '검사받게 되는 MRI기기의 사양은 어떨까?'가 궁금해졌다.
MRI의 사양은 0.5T, 0.7T, 1.0T, 1.5T 3.0T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T는 테슬라(Tesla)라고 읽고 자기장의 세기를 뜻한다. 카메라의 화소가 높으면 사진이 더 선명하게 나오듯 T의 숫자가 높을수록 더 정밀한 영상 구성이 가능하다.
현재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용으로 가장 많이 쓰는 사양은 1.5T라고 한다. 대학병원이나 새로 지은 종합별원, 전문 검진센터에서는 3.0T급 MRI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의들은 척추나 관절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1.5T 정도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72810
부리나케 병원 홈페이지를 뒤져 보유 장비의 사양을 확인했다. MRI 3.0T와 1.5T를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어떤 것으로 촬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저 사양이 1.5T니까 재촬영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일주일 후, 다시 만난 의사는 무릎에 물주머니가 생겼고, 그 물주머니는 한번 생긴 이상 계속해서 물이 찼다 빠졌다를 반복하면서 나를 괴롭힐 거라면서 수술로 빼버리면 된다고 아주 간단하게 설명했다. 무엇인가 홀린 듯이 수술 날짜를 잡고 동의서를 작성하다 문득 시누이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는 오랫동안 간호사로 일하고 계셨다. 전화를 드렸더니 3차 의료기관의 소견을 받아보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다.
서울대 병원 예약은 힘들었고, 또 한참을 기다려서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MRI 재촬영은 하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보기엔 정말 젊어 보이는 교수가 내 MRI와 X-ray 결과지를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 통증이 좀 있으셨겠어요. X자 다리를 갖고 계시네요. 그런데 이건 자세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절대 다리 꼬시면 안 되겠어요. 안쪽 허벅지 근육을 좀 키우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약을 드릴 테니 드셔보세요. 물주머니의 물은 곧 마를 겁니다. 아직 관절염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무릎에 하중을 줄여주셔야 합니다."
어디에도 수술하자는 말은 없었다. 오히려 운동과 다이어트를 권했다. 정말 행복했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정말 기뻤다. 남편과 시누이에게 전화를 해서 결과를 알리고 맘껏 기뻐했다.
그러다 문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 '그 2차 병원은 내게 뭔 짓을 하려고 한 거지?' 싶은 것이 화가 너무 많이 났다. 5분 전 행복한 마음으로 통화했던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내가 지금 몹시 분노하고 있음을 알렸다. 남편은 어쨌든 수술하지 않았고, 결과가 나쁘지 않으니 좋게 생각하자고 날 다독였지만, 꽤 오랫동안 씩씩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