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보다, 스포주의
"내 자식이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당신이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인가?
아이의 미래를 위해 모르는 척 덮을 것인가?"
오늘 리뷰할 영화는 드라마임에도 액션극 같은 스릴을 선사하는 '보통의 가족'입니다. 이 영화는 2024년 10월 16일에 개봉했어요. 저는 개봉 다음날 바로 관람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그 여운이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자녀가 있는 친구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아내분과 꼭 보라고 강력히 추천했죠.
영화를 다 본 후, 친구 부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들의 대답은 맨 아래에 작성해 두었습니다.
이 작품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디너(The Dinner)'를 원작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도덕적 딜레마를 깊이 있게 탐구한 영화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줄거리
성공한 변호사인 재완(설경구) 그리고 원칙주의 소아과 의사인 재규(장동건)는 형제입니다. 재완은 원래 아내가 있었지만 병으로 죽고 난 후 재혼을 했는데요, 그의 아내 지수(수현)는 세련된 도시녀이면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인물입니다.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은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과 시부모 간병까지 도맡아 하고 있어요.
이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어느 날 자녀들이 연루된 범죄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을 보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재완과 연경,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는 재규와 지수 사이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가족의 도덕성과 신념이라는 가치가 시험대에 오릅니다.
2. 캐릭터
설경구는 냉철한 변호사 재완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장동건은 도덕적 갈등에 휘말리는 재규를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두 인물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이 영화는 크게 두가지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한 양아치 청년의 교통사고로 죽게된 피해자를 진료하게 되는 장동건과 큰 돈을 댓가로 가해자의 변호를 맡게 되는 설경구를 대비시키죠.
김희애는 가족을 지키려는 강인한 어머니 연경을, 수현은 돈 많은 부자집에 운 좋게 시집 온 사람처럼 그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극에서 가장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상황을 바라보는 지수를 연기합니다. 이처럼 초반에 주입된 선입견을 극의 진행에 따라 반전시킴으로서 입체적인 연기가 몰임갑을 주게되는데요. 각 주연 배우들의 호흡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며, 캐릭터들의 심리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3. 연출
허진호 감독은 가족 간의 갈등과 도덕적 딜레마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제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부분은 앞서 2번에서 소개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철학을 깨부수고 변화시키는 캐릭터의 변주였어요. 그리고 영화는 실내외 공간을 굉장히 잘 활용하는데요. 카메라 워크와 조명 등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는 인물이 너무 많은 말을 해서 정보를 과하게 제공하는 것을 장면의 전환이나 소리의 차단을 통해 세련되게 연출했고 이런 장면마다 무거운 클래식을 깔아서 관객이 상상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디너'인 만큼, 갈등의 시작과 폭발 그리고 변화가 오는 지점이 식사 장면인데, 이 부분의 연출은 원작 소설의 핵심을 잘 살려내며, 가족 간의 갈등을 극대화합니다.
4. 메시지
'보통의 가족'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갈등과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고 합니다. 자녀들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선택과 그로 인한 갈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도덕성과 가족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극의 대부분이 부모에 포커스되어 있다보니, 관객은 종종 자녀들을 깊게 살필 여유가 없습니다.
특히 자녀들에게도 시작부터 어떤 상황을 제공하여 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선입견을 주입시키는데요. 마지막에 자녀들의 생각과 행동을 듣게 될 때, 마치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는듯한 배신감, 허탈함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보통의 가족'이 처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선택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달합니다.
5. 총평
'보통의 가족'은 가족 간의 갈등과 도덕적 딜레마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으로,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원작 소설의 긴장감과 메시지를 잘 살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가족의 의미와 도덕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 개인적으로 지루하지 않고 시간이 쓱 지나간다면 평균 이상의 좋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 외에도 신선한 충격을 준 부분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 캐릭터가 가진 성격을 자연스럽게 관객인 저에게 주입시키면서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연출한 감독님이 극이 진행될 때마다, 특히 식사 자리마다 매우 개연성 있게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이 압권이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보여주는 반전 등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꼭 그랬어야만 했나?"(래원이형?)이라는 친구의 물음이 있긴 했었는데요. 분위기상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역할이 최종적으로 무너지는 것, ‘보통의 가족’의 파국을 연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제 점수는 4.5점(5.0점 만점)입니다.
추천합니다.
P.S 친구 부부는 이 사건이 있고나서 아이들을 어떻게 할꺼라고 답했을까요?
→ 바로 '경찰서 직행'한다고 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