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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조 Jul 15. 2020

와비 파커(Warby Parker)

안경 업계의 넷플릭스


전설의 시작


2010년의 태국. 그곳에 네 명의 와튼스쿨 동기들은 여행 중이었다. 이 때, 데이비드 길보아라는 한 친구가 안경을 잃어버린다. 학생인 탓에 새로 안경을 사기 아까웠던 그는 여행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와서도 무려 한 학기 동안 안경 없이 지내게 된다. 그 이유는 안경이 비쌌기 때문이다.


근데... 왜 안경이 아이폰만큼 비싼거지?



아무도 크게 의문을 갖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했다. 플라스틱 위주에 비싼 재료도 아니고 제작 공정이 복잡할 것도 없으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게 안경 아니던가? 이 작은 의문에 당시 네 명의 동기들은 안경 시장의 구조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려 300~500 달러를 넘나드는 안경 시장의 대부분을 '룩소티카(Luxottica)' 그룹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룩소티카 그룹은 여러분이 잘 아는 레이밴, 샤넬, 프라다 등 무려 50여개의 메이져 브랜드의 안경테 사용권리를 가지고 있고, 디자인-제작-판매-유통까지 모든 부분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시장의 혁신을 위해 '와비 파커'를 세우고 본격적인 창업을 시작한다. 와비 파커는 이탈리아에서 자재를 공급받아 중국 공장에서 안경 프레임을 제작한 후, 미국 물류센터를 통해 고객에게 직접 배송한다. 이렇게 유통 구조를 단순화 하여 적정한 가격으로 안경을 판매하는 것이 와비 파커의 첫번째 전략이었다.



데이브 길보아와 닐 블루멘탈(Dave Gilboa and Neil Blumenthal)



시장 조사 : 우리 아이디어 괜찮은 걸까?


그런데, 안경 구입 과정에서의 문제는 비싼 가격뿐만이 아니었다. 안경 구입을 위해서 안과를 방문해 처방을 받아야 하고 이 시력 측정 결과지를 가지고 렌즈를 맞춰야하는 등 최소 2번 이상의 방문 과정이 필요했다. 와비 파커의 창업자들은 오프라인 위주의 안경 구매 행동 패턴을 '온라인화' 하는 것에 차별점을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와튼 스쿨의 지도교수였던 애덤 그랜트 교수('오리지널스' 저자) 나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일반 소비자들은 '누가 안경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겠냐?'라는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와비 파커의 창업자들은 이러한 시장 조사 결과에 매우 낙담했고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대한 의구심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이런 부정적 피드백을 바탕으로 사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고 "무료착용제도"라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당장 온라인으로 사라면 망설일 소비자들에게 직접 검증해 볼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 좋게 말하면 착용 기회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안전 장치가 아니었을까? 이제 막 태어났고 인지도도 없는 온라인 안경 판매업자들을 무엇을 믿고 결제하겠는가? 심지어 당시에는 지금처럼 온라인 상거래 제품의 퀄리티는 낮았고 먹튀도 많아서 불신도 심했었다.



차별화 전략
와비 파커의 성공 요인 네가지 : 특별한 서비스 경험 | 합리적 가격 | 사회공헌 | 소통


1. AT HOME TRY-ON | 특별한 서비스 경험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한다는 것 역시 와비 파커 비즈니스의 중요한 한 꼭지지만,

비즈니스에 차별화를 입혀준 전략이 바로 이 것, 'AT HOME TRY-ON' 전략이었다.


<3단계 주문과정>

1) 홈페이지를 통해 마음에 드는 안경 5개를 고른다

2) 샘플이 집으로 배송되면, 약 3~5일간 자유롭게 사용하고 마음에 드는 안경 선택 후 시력측정서를 동봉한다

3) 약 2주 후 집으로 안경이 배송된다 (이 과정에서 배송비는 모두 와비 파커가 부담한다)



이 방식을 통해 소비자는 편안하게 오랜 시간 동안 자신에게 맞는 안경이 무엇인지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2. 95$ | 합리적인 가격

와비 파커의 가격 결정과 관련된 일화는 굉장히 흥미롭다. 보통 300~500$ 정도의 기존 가격을 무려 최대 1/5 이상 낮췄는데, 자체적인 소비자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100$가 넘으면 제품을 비싸다고 인식했다. 반면 99$의 경우에는 오히려 '싸구려' 느낌이 나거나 '할인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95$라는 숫자가 제품에 대한 신뢰도나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일부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가격을 맞췄다고 한다.


* 와비파커가 재미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창업자들의 스타일 때문에 의사결정이 매우 신중해서 과정이 오래 걸리고 느리다는 것이다. 창업자들의 지도교수였던 애덤 그랜트는 "대부분 창업을 했다고 하면 저돌적이고 빠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그들 역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불안함이나 회의감 등을 느끼는 존재이며 와비 파커는 그런 평범한 창업자들도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3. BUY A PAIR, GIVE A PAIR | 사회공헌


탐스의 ONE FOR ONE처럼 고객이 안경을 구매할 때마다, 아프리카 등 개발 도상국에게 안경을 기부하는 방식은 소셜벤처로서 와비 파커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이자 차별화 전략 중 하나이다. 전 세계에 안경을 구매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은 무려 7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안경 하나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기증을 통해 글로벌 생산성과 교육수준이 약 35%정도 크게 향상된다고 한다. 닐 블루멘털 공동 창업자는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책임감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와비 파커는 단순한 안경 기부를 넘어 시력검사 기술과 안경 판매 기술까지 전수한다. 기부를 넘어 직접 안경을 팔아 생활력을 기르고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엄청난 기부 숫자로 결실을 맺게 되는데, 2019년 초에 5백만번째 안경이 저개발 국가에 기증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기증된 안경을 통해 예상하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 잠재력은 무려 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2019년까지 약 23개국에 안경이 보급되었다.


기부는 비영리단체 비전 스프링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4. #WarbyHomeTryOne #WarbyParker | 소통


와비 파커는 제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마케팅 비용도 과도하게 쓰지 않는다. 대신 고객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고객들의 자발적인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노출되도록 소통에 힘쓰고 있다. 특히 회사측은 인스타그램에 와비파커, 와비파커홈트라이온 등의 해시태그를 올린 포스팅에 감사인사를 전하거나 소통하는데 이것이 매우 진정성 있기 때문에 고객들도 즐거워했고 자발적으로 와비 파커의 제품을 홍보한다.


와비 파커의 고객 소통 사례로 안경을 써보려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차량을 도둑맞는 일이 있었는데, 매장 직원들은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그녀가 좋아하는 레스토랑 상품권과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감동한 고객이 이를 SNS에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런 착한 사연들이 널리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되었다.


완벽한 모델들이 찍은 제품 사진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와비파커의 인스타그램 페이지


마무리


와비 파커의 이야기를 쓰는 내내 글쓰는게 신이나고 재미있었다. 까면 깔수록 선행이 가득한 유느님의 이야기처럼, 와비 파커는 완벽 그 자체였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선한 사회적 가치를 지키면서 시장에서 성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 오래전 이야기지만 와비 파커는 이미 2015년에 구글, 애플 그리고 알리바바를 제치고 패스트컴퍼니 기준으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로 선정되었다. 패션잡지 GQ에서는 이들을 안경 업계의 넷플릭스라고 소개했고 그 이후에는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이미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아 유니콘의 대열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고객, 직원, 환경과 지역사회까지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비콥(B CORP) 인증까지 받아냈다.


수익과 사회공헌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와비 파커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와비 파커는 지금까지의 유통사업에서 기술 기반의 사업으로 확장을 꿈꾸고 있다. 미국에서 안경 구매시 안과의사의 처방이 필요한데 이것을 스마트폰을 통해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시장에서 잠시 보이지 않지만, 구글 글라스와의 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제품군도 안경에서 렌즈 및 기타기기까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확장하고 있다. 또한, 사내에 와블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 누구나 브랜딩 및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넓히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인 와비 파커가 다음에는 얼마나 놀라운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 승승장구하는 와비 파커를 보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탐스의 성장과 몰락 과정이 연상되기도 했다. 탐스라는 선례를 보고 창업자 분들이 와비 파커만의 스토리를 써간다면 세상을 혁신하는 백년 기업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즐거운 기업 리뷰였다. 





오늘도 에코플래닛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 문헌

- 와비파커 홈페이지 : https://www.warbyparker.com/

- 와비파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warbyparker

- 와비파커 리포트 : https://www.warbyparker.com/assets/img/impact-report/Impact-Report-2019-d.pdf

- 패스트컴퍼니 : https://www.fastcompany.com/90458934/how-warby-parker-narrowly-avoided-becoming-a-victim-of-its-own-early-success?partner=rss&utm_source=rss&utm_medium=feed&utm_campaign=rss+fastcompany&utm_content=rss?cid=search

- Statista :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56664/sales-of-the-leading-15-us-optical-retailers/

-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19053016180823704

- 한국일보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2031027165387

- 조선일보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0/2017092000443.html

- 와비파커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watch?v=PDpjzSgXVac

- 와비파커 유튜브2 : https://www.youtube.com/watch?v=yDhKcmXFa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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