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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the kitchen Apr 19. 2022

두 남자

 Cam & Harvey

아마도 Cam을 먼저 만났지 싶다.

우리는 사실 만난 적이 없었으므로, 만났다고 하면 안됐다.

하지만 시간상 순서를 정해야 하기에 안만났지만 '만났다'고 표현했다.

그래야 이해하기 쉬우니까.


Cam의 첫 인상은 Bar에서 맥주잔을 들고 친구들 사이에 서 있었다.

기쁜 함성을 치는듯 하기도 했고, 너무 멋져보였다.

그의 나이 겨우 23-24. 대학을 다니기엔 늦은 나이였지만, 두개의 전공에 마지막 학기랬나, 그랬다.

늦깎이 대학생이였지만, 여전히 대학생이였다. 나는 그를 만날 엄두가 안났다.

귀여웠지만, 난 결혼상대로 긴 여정을 함께할 사람을 찾고 있었고, 그는 학생이였다. 어린학생

메아리는 있었으나, 요동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9년이나 흘러서.. 나는 그를 만났다.

Pasta 집에서.


그는 나의 손님이였다.

메뉴를 다 외워버릴 것처럼 메뉴에서 손을 떼지 못하던 그. 오더를 하려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헛! 하며 웃음을 내뱉었다가, 너무 얼어버린 나를 보곤 그대로 손님모드로 돌아가 파스타를 주문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였다.

물과 컵과 기타 등등을 가져다 줘야 했는데 냉장고 뒤에 숨어있거나 할수 있다면 땅을 파서 거기에 진심 묻히고 싶었다. 음식이 나오자 숟가락 달란다. 옆집 스시집으로 도망갔다 올까..  옆에 스시집 언니들은 왜 내 얼굴이 귀까지 빨갛냐고 물었다.


대답 대신 뱉은 말은

'아...씨바'


그러다 그녀와 대화하는 그를 훔쳐보았다.

그녀와 대화하는 그의 목소리가 좋다. 키도 크고... 적당히 긴 곱슬한 머리칼을 나는 좋아한다.

그 목소리가 나를 향했으면 했다..


그 뒤로 전화를 해볼까 하다, 관두었다.

그렇게 또 2년이 흘러 나는 페북에 내 요리사진을 올려두었다.

그는 어김없이 여전히 내 사진에 라이크를 눌러댔다.

 Like, 졸라 눌러주세요



웃겼다. 10년이 되도록 내 페북에 말한마디 없이 Like를 눌러대는 남자.

메세지를 보냈다.

잘 지내냐고.

옛날 파스타집 이야기를 했다.

기억을 못한다. -_-;;

니가 아니였나. 너도 날 알아봤는데.

위치를 말해주니 기억해낸다!! 아!! 거기!!

"나 거기 진짜 좋아했는데, 그해 두번이나 갔어"

두번 간게 진짜 좋아한 건가 라고 의문을 품으며..


나는 10줄 내로 내 근황을 정리해냈다.

그는 한줄로 그의 근황을 정리해 줬다.

최근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변호사가 되기위해 자격공부를 한다고

그리고 박사과정에 돌입했노라고.


'짜식, 마이 컷다~'


그의 근황에 사실 살짝 놀랐다. 석사를 몇년 전에 마친건 알았고, 그가 박사과정을 하고 싶다는 소견도 눈치채고 있었으나, 집념의 사나이처럼 우직하게 가고 있었다. 변호사겸 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내가 일하고 있는 ferry에 탑승하겠다는 여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또 여친이랑 오기만 해봐라~ 밀어 버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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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만난 한 남자가 있다. Harvey. 페르시안인 인디안.


그는 좀 나에게 추파를 던진 인물이였다. 항공사에서 일했던 그는

긴긴 시간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는 집을 사고 싶다고 나에게 같이 집을 보러가자고 했다.

그리곤, 주인앞에서 "여기 어때 자기야?" 나는 그냥 "응 좋아" 라고 답해주었다.

"여기 살까?"


자기야?! 이런~ 사라~ 사! 아름다운놈아 ㅋㅋㅋ


그의 유머는 나를 웃게 했지만, 그 뒤로 어떤일인지 그는 집을 사지 않았다.

실제로 상황이 안되었던 건지, 지레 겁을 먹고 안산건지는 알 수 없다.


한동안 그를 못보았다. 그는 갑자기 커피마시자는 연락을 해놓곤

자기가 중매로 결혼을 하고 왔다고 나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그리곤, 코로나가 터졌다.

모두가 힘든시간 이였다. 그는 일을 잃었다. 그리곤 버스기사가 되었다.

그의 와이프가 고국에 발이 묶이자, 그녀는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혼을 한다느니 하며 그를 괴롭혔다. 그 두 부모에게도 상처를 주며 괴롭혔다.


그는 인도로 돌아갔다.

인도로 돌아가서 코로나가 심해지며, 가족 모두가 코로나에 걸렸고,

그 중 엄마의 상태가 심각해서 그는 겨우 산소통을 웃돈을 주고 구해

엄마를 살렸다.


그 Harvey가 인도에 있던 그 시간은 아주 그의 삶에서 중요한 시간이였다.

그는 물론 그 시간을 엄마의 목숨을 살리는데 썼다.

거기에 기회비용이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삶이 어려워 졌음을 나는 직감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러했듯, 그는 또 일어서리라 와이프와 함께.


그가 여기 있던 시간, 빨리 마음에 맞는 누군가와 만나 그가 원했던 데로 가정을 이루었더라면,

그의 부와 삶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그런 그에게 내가 아는 정보를 쉐어해 줄 뿐,

그의 삶이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결혼 타이밍. 힘이 되어줘도 모자랄 시간 그를 힘들게한 와이프.

집을 사지 않은 것에 대한 사실이 그를 가엽게 한다.

내가 그때 파트너를 만나 같이 사라고 했을때, 그는 정말 내 말을 들었을까.

 그 뒤로도 그는 집을 보는거 같았다.

자금이 부족했던 걸까..?


그가 다시 일어나길.

또 남걱정은 하는게 아니라고 느낄 날이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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