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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y 22. 2024

보스턴다이내믹스, 결국 아틀라스 접고 새로 시작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자사의 대표사업인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사업을 접었다. 지난 글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분석하면서 딱 여기까지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그때 내 주장에 대해 반대가 많았는데 이제 그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10년 전에 시작된 아틀라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징하는 휴머노이드 사업이었고 기술의 집약체인 듯했다. 아마 2017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될 때도, 2020년 현대에 인수될 때도 이 사업이 영향을 많이 미쳤을 것이다. 전시효과로는 이만한 게 없다. 텀블링하고 뛰어다니고 춤도 추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없어진다니 충격이 작지 않다.


 나는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왜 인수했나? 대표모델이 사라진 지금 이 회사는 무슨 의미인가? 


 지금 현대차는 신사업으로 자율주행(모셔널), 항공모빌리티(슈터널), 로봇(보스턴다이내믹스) 3축 체계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 모두 적자고 합쳐서 2023년 1조 7천억이나 적자를 봤다(출처: 조선일보, 2024.03.14, https://biz.chosun.com/industry/car/2024/03/14/Z6TDR3H5UVFEBC7GVLDFAKVKOY/).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3년 3천34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출처: 연합인포맥스, 2024.04.09,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05062). 현대차가 인수한 후 3년간 영업손실만 7천868억 원이다. 거의 현대차가 인수비용으로 쓴 9천6백억 원에 근접해 간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번에 새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고 한다. 현대글로비스가 여기 참여하면서 측정한 기업가치를 토대로 지분가치가 상승해 6천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기사에서 말하지만 만약 현대차만 참여한 증자라면 이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전동식 휴머노이드 뉴 아틀라스(출처: 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기사에 따르면 2025년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IPO를 하지 않으면 남은 소프트뱅크의 지분도 모두 사들이는 약정이 있다고 하는데 왜 이런 불리한 약정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다면 상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1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을지는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누적적자도 그렇고 무엇보다 현대차라는 벤더에 종속된 기업의 미래는 수익성은 좋아질지라도 영업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 공장에 투입될만한 로봇개발에 중점을 둘 것이고 이게 성공하더라도 이 로봇을 다른 회사에서 도입해 쓰기는 영업비밀 때문에 껄끄러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독립된 회사라면 몰라도 현대차에 종속된 회사라면 영업비밀 측면에서 걱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로봇을 도입함에 있어서 독립된 회사들을 놔두고 굳이 현대차에 속한 로봇회사 제품을 써야 할 이유는 없다. 현대차에 맞춰서 개발된 로봇이라면 더욱 범용성도 적을 것이다.


 현대차 우산 안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스타트업이라면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기업가치가 뛸 여지도 있지만 현대차 안에 있는 계열사의 가치상승 기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소식이 있는데 현대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상황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사업을 접고 뉴 아틀라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게 우연일까? 현대차가 노리는 계획은 뭘까?


 앞에서 말했듯이 IPO는 해야 할 상황인데 현재의 아틀라스 가지고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 대세가 전동식 모터를 사용한 로봇인데 아틀라스는 유압식의 둔탁한 로봇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될 거라고 전에 말했는데 아틀라스의 방향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텀블링은 필요 없고 사람처럼 걷고 움직이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결국 아틀라스는 스스로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전동식 뉴 아틀라스는 기대감을 심어주므로 IPO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곧 10년간 해왔던 하드웨어 발전을 접고 갓난아기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뜻으로 현대가 1조 원을 주고 산 의미는 많이 퇴색되는 것이다. 설사 IPO를 해서 기업가치가 오른다고 해도 현대가 투자수익을 남기려고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뉴 아틀라스의 몸통(출처: 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이럴 거면 그냥 전동식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던 다른 회사를 사는 게 나았다. 굳이 유압식 로봇을 개발하던 회사를 사서 사업을 종료시키고 새로 전동식을 개발하는 일을 왜 하는가? 요즘 뜨고 있는 로봇회사 '피규어'는 2024년 MS, 오픈 AI,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9천억 원을 투자받았다고 밝혔다(출처: 한국경제, 2024.03.0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0117271).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던 돈이면 이 회사들이 투자한 금액을 혼자서 충당하고도 남는 돈이다. 소프트뱅크와의 불리한 약정도 그렇고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사전 분석이 부실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새로 나온 뉴 아틀라스에 대해서도 잠깐 분석해 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여전히 아크로바틱한 로봇에 대한 환상을 접지 못하고 있다. 관절의 움직임이 인간과 완전히 다르다. 손과 발의 모양도 전혀 다르고 발은 아예 사각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래 가지고는 가정에 들어가서 사람과 함께 생활할 수가 없다. 각 부위별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는데 사람과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만들면 피규어나 옵티머스를 넘어설 수 없다. 공장에서 일하는 게 최종목표라면 상관없지만 밖에 나오고 싶다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인간과 유사해야 인간에게 맞춰진 사회 인프라를 그대로 쓸 수 있고 정서적 호감도도 높여서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다. 그런 정서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디자인이다. 옵티머스가 발가락까지 만든 이유가 뭐겠는가? 사람처럼 걸으려면 발도 사람처럼 생겨야 한다. 그래야 섬세한 동작이 가능하다. 지금 상태로도 시연할 때는 탄성을 자아낼 수 있겠지만 실용화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예전 아시모도 이 정도는 하지 않았나?


 옵티머스는 인간과 함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 그런데 뉴아틀라스는 그런 미래의 지향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말 공학적인 로봇에만 치중하고 있다.

보행하는 뉴 아틀라스(출처: 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개인적으로 누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경영학자나 인문학자를 파견해서 절충을 좀 하라고 했으면 좋겠다. 인류학자, 시인이나 예술가도 좋다. 연구실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인류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 관절이 360도 회전하면 피부를 어떻게 붙이고 인간들과 어떻게 어울리겠는가? 일본의 아시모가 나름 혁신적이었지만 활용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역시 너무 공학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쓸 건지에 생각하지 않고 만든다면 결과물이 늘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기술이 우선이 아니다. 나는 공학을 공부했지만 공학이 세상 전부인 줄 아는 엔지니어들의 순수함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것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결국 경영학적, 인문학적 마인드가 결합될 때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 지금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멋진 시연장면으로 조회수 올리려는 유튜버 같다.


 그것보다는 얼마에 몇 대를 만들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것에 맞게 새로 설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로봇이 필요한 게 아니라 휴머노이드(Humanoid)가 필요하다. 공장에서만 일할 거라면 굳이 인간형일 필요도 없다.


 더 이상 아크로바틱한 장면에 집착하지 말고 무엇에 필요한 로봇을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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