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력
1번에서 지적한 시스템 문제는 고스란히 인력문제로 연결된다. 전쟁을 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성을 지키고 나라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재는 다른 법이다. 상장 전에는 창업공신들과 상장을 목표로 손발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전력질주를 했겠지만 상장 후에는 또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고 그래서 새로운 인재영입과 조직개편이 필수이다.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올라온 더본코리아의 조직도를 보면 예상했던 대로 사업별 본부구성이 아닌 기능별 본부구성으로 되어있다. 이게 작은 기업들의 특징인데 이렇게 하면 사업 특성별 관리가 어렵고 사업별 실적관리도 어렵다.
이건 내 기준인데 60대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들은 대부분 사업별로 본부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대부분 기능별 본부구성을 하고 있다. 사업별 본부 구성은 특정 사업 섹션별로 본부를 구성하는 것이고 기능별은 사업을 추진하는데 들어가는 기능별로 본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기능별 본부 구성이란 물류, 영업, 재경, 홍보 이런 식으로 본부 구성을 하는 것이다. 사업별 본부 구성은 외식사업부, 주류 사업부, 패스트푸드 사업부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대기업의 조직도를 보면 기능별로 사업본부를 나눈 경우가 거의 없다. 사업부별로 나눠놔야 각 사업부 본부장이 사업을 집중관리하고 실적이 나왔을 때 잘했는지 못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럼 이분야의 대기업인 CJ푸드빌을 보자. 조직도를 구할 수가 없어서 여러 정보들을 끼워 맞춰보니 대략 외식사업본부와 프랜차이즈 사업 본부로 나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직은 항상 바뀌니 현재 어떤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예상했던 대로 대기업은 기능이 아닌 사업별로 본부를 나누고 있었다.
브랜드도 작은데 뭘 그렇게 나눠야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그냥 나누는 게 아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업본부 나눠놓은 걸 보면 그 CEO의 경영 수준이 보인다.
전에 삼성과 엘지를 분석하면서 두 회사 모두 그렇게 사업부 분할이 좋지는 않다고 했다. 엘지의 경우 그 당시 홈어플라이언스&에어 솔루션(가전), 모바일 커뮤니케이션(휴대폰), 비이클 컴포넌트(전장), 홈엔터테인먼트, B2B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지금은 바뀐 상태이다. 잘 보면 알겠지만 기준이 이상하다. 가전, 휴대폰, 전장 모두 품목별로 나눴는데 여기서 홈엔터테인먼트가 나오고 갑자기 B2B가 등장한다. 홈엔터테인먼트는 TV사업을 말하는데 TV사업이 하나의 영업부로 떼놓을 필요가 있나 싶고 홈엔터테인먼트라는 명칭도 맞지가 않다.
엄밀하게 말하면 TV는 가전에 들어가고 엔터테인먼트로 떼어놓으려면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소프트웨어를 공급하듯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해야 한다. TV만 공급하고서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는 건 끼워 맞추기 같다. 특히 B2B사업부는 품목도 아니고 영업대상에 따른 구분인데 이게 사업본부로 들어가 있다. 이 당시에도 이런 식으로 구분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TV나 컴퓨터, 가전은 B2B와 중복되는데 사업부 분할이 잘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업부끼리는 경쟁해야 하는데 이쪽 매출이 곧 저쪽 매출이고 한쪽이 못하면 나머지도 같이 망하는 이런 식의 구분은 적절하지 않다.
더 큰 사업을 관리하게 위해서는 이런 사업부 구분을 통해 매출, 이익, 책임관리를 해야 한다. 이것이 조직개편의 큰 그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감사, 법무, 재무 등 스텝부서의 강화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감사(Audit) 파트. 기업이 작을 때는 감사가 크게 할 역할이 없다. 성장하는 기업의 뒷다리만 잡기 때문이다.
지금 불거지고 있는 문제들은 감사파트가 제기능을 하고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파트는 법적인 문제를 미리 걸러주는 역할을 하고 조직에 지속적으로 규칙, 윤리, 준법 문화가 자리잡도록 해준다. 사실 이런 것이 정착되려면 업력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는데 창업한 지는 오래되었다 하더라도 프랜차이즈라는 업종 특성상 본부 조직의 규모가 작거나 역할이 크지 않아서 이 부분은 자리 잡기가 어렵다. 아마 더본코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사실 CJ는 삼성에 있다가 나온 회사이고 지금도 다양한 업종을 하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좋은 비교대상은 아니다. 다만 지향점을 보여줄 수는 있다.
재무 파트도 중요한데 이번에 이 분야에서 문제 된 것은 없지만 구멍가게에서 법인으로, 법인에서 상장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면서 제일 많이 바뀌는 부분이 재무회계파트이다. 상장을 했으니 아마 한번 겪어서 어느 정도는 갖추었으리라 짐작하지만 이 부분을 잘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하는 수가 있다. 왜냐하면 작은 회사일 때는 법적으로도 회계처리에 많은 재량을 부여하고 특히 세무처리에서는 사정을 많이 봐준다. 하지만 상장까지 된 마당에는 이런 부분을 기대하기 힘들다. 중소기업법 상의 중소기업 기준도 이미 넘어섰기 때문에 여기서도 배려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 법은 중소기업을 너무 보호하다 보니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많은 혜택이 사라지고 규제가 생긴다. 이런 점도 재무파트를 강화해야 할 이유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구설수들이 주로 마케팅이나 위생 같은 문제여서 그렇지 재무에서 나온 문제였다면 아마 회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3. 매뉴얼 우선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레시피가 필요하듯이 모든 업무에는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아마도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지시에 크게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기의 기업들이 대체로 그렇다. 특이 카리스마 있는 창업자라면 더욱 그렇고 식품 업종 특성상 더 그런 면도 있다. 더본이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그렇지 사실상 백종원 그룹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의 이름과 사진을 걸고 영업하는데 그의 영향력이 어떤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매뉴얼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추진력과 속도가 중요했지만 상장기업이 된 후부터는 거기에 합리성과 준법성이 같이 붙어야 한다. 왜냐하면 합리성을 갖춰야 주주를 납득시킬 수가 있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공적인 책임에서 해명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합리성과 준법성을 동시에 갖추기 위한 좋은 툴이 바로 매뉴얼이다. 식품업종에서는 주로 신메뉴 출시와 브랜드 메이킹, 출점등의 일이 많은데 이런 것을 정형화된 프로세스로 매뉴얼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점주들과의 마찰도 줄일 수 있고 오너가 일일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전에 백종원 씨의 유튜브를 보니 점주가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지 않고 심지어 백종원 씨가 직접 고기를 굽는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핀잔을 주는 점주도 있었다. 이런 걸 보면 회사가 커지고 지점이 많아지면서 오너의 생각이 제일 밑의 조직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은 중간 관리자들의 책임이 크다. 창업공신이나 친한 사람이 아니라 전문적인 능력과 야심 있는 중간관리자들을 앉혀놔야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매뉴얼을 만들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매뉴얼에는 반드시 피드백이 포함돼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 후속관리가 되는 것이다. 체인점들도 정기점검이나 불시점검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예전에 더본코리아 계열의 모 지점에 갔다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서 컴플레인을 제기하고 싶어서 홈페이지를 봤더니 너무 번거롭게 되어있어서 포기했던 적이 있다. 고객으로부터 들어오는 피드백은 명약과도 같다. 쓰지만 아주 잘 듣는 약이다. 그리고 그 피드백이 들어온다는 것은 이미 중증이라는 얘기이므로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감사파트 일에 속한다. 감사파트는 크게 재무, 윤리, 업무 적인 면으로 볼 수 있겠는데 세 가지 모두 필요하고 지점관리는 업무적인 면에 해당된다. 레시피대로 하는지 접객이나 매장관리는 제대로 하는지 모두 해당한다. 물론 지금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해야 할 감사업무는 좀 더 세밀하다. 정식 팀을 구성해서 전국을 다시면서 시나리오대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게 그들의 업무이고 실적이다.
지금까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더본코리아와 관련된 경영적 측면에서 이슈를 점검해 보았다. 물론 그룹 내에 나보다 훨씬 전문가가 많겠지만 대기업들을 일일이 분석해 본 경험으로 문제점을 분석해 보았다. 백종원 씨는 정식 교육을 받은 셰프라기보다 현장에서 직접 장사를 하며 잔뼈가 굵은 그런 스타일인 것 같다. 그래서 기존 셰프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메뉴와 접근방식을 사용해서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는데 그것이 방송과 연결되면서 안티들의 표적이 되었다.
이래서 방송이 양날의 검이다. 지금 더본코리아는 상장 후 자리도 잡기 전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걸 이벤트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되고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동안 허용되었던 관례 탓으로 돌릴 것도 아니고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상장기업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의 감시를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걸 피하려고 비상장 기업으로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의 경영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지금부터가 진짜이다. 우선 CEO를 전문 경영인으로 앉히고 자신은 청사진을 그리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 오히려 그렇게 한다면 방송의 기회는 굳이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으로서는 전문가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것이 최대 피해인데 그걸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다시 참신한 기획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은 사회 환원이다. 어떤 수익도 기대하지 말고 작은 곳부터 시작해서 나눔이나 지원사업을 해야 한다.
대기업들의 복지재단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지금이야 대부분 오너 부인들이나 낙하산 밥그릇이 많지만 기업이미지 쇄신을 위한 역할도 일정 부분 있다. 더본코리아는 조직을 다시 돌아보고 전면적인 쇄신을 하는 한편 사회적 기여를 통해 이미지 개선에 신경 써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프랜차이즈 전문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