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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나오시마_다카마쓰, 안도 다다오의 나라.

큰 집, 치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베네세 하우스.

by 하인즈 베커
KakaoTalk_Image_2025-03-08-06-14-10_013.jpeg 치추미술관 / 하인즈 베커 사진



100엔 버스를 탔다. 오늘은 어디부터 갈까? 어디든 상관없지만, 버스가 나를 데려다주는 순서대로 가자. 단, 나머지는 아무 때라도 들어갈 수 있지만 ‘치추미술관’은 예약이 필요하다. 그래서 먼저 예약 센터에서 내렸다.


“오하이오. 곤니찌와.”
“English.”
“Good Morning, May I help you?”


응, 이렇게 나와야지. 이른 아침이라 예약에 여유가 있었다. 잠깐 오늘의 동선을 그려본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치추미술관'은 1시간 15분 후 입장 가능. 그전에 셋방살이하는 ‘이우환미술관’을 충분히 볼 수 있다. 그 후 치추미술관을 본 다음, '베네세하우스' 지하에서 <태엽 인간>을 보면 이 지역의 주요 스폿은 끝난다. OK. 세 곳을 패키지로 묶은 티켓을 구매했다.


“아리가또.”
“Thank you.”라고 해야지.


IMG_2021.JPG <물방울> 이우환미술관 / 하인즈 베커 사진


이우환미술관에 도착했다. 그가 화판에 그렸던 물방울들이 3D로 살아 숨 쉬는 공간. 안도 다다오가 이우환의 광팬이었기에 자신의 왕국 나오시마에 그의 미술관을 지어준 비하인드 스토리. 멋지십니다, 선생님들. 천천히 물방울 구슬을 하나씩 바라본다. 거울처럼 맑고 영롱한 물방울들이 내 얼굴을 비춘다. 이젠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나를. 그래서 아이폰 카메라를 켰다가 다시 닫았다.


IMG_2018.JPG 이우환미술관 정원 / 하인즈 베커 사진


천천히 미술관을 돌아보고 나와 언덕을 올랐다. 미술관 지붕 너머로 먼바다가 일렁인다.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어느 예술 작품보다도 아름다운 자연의 예술을 바라본다. 담배 한 대 피울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조금 오래 바다를 보았나 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치추미술관 입장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15분은 오르락내리락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후다닥 발걸음을 옮겼다.


KakaoTalk_Image_2025-03-08-06-14-10_012.jpeg 치추미술관 복도 / 하인즈 베커 사진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다. 물론 이곳은 미술관이기에 좋은 작품들이 많다. 모네의 <수련>, 제임스 터렐의 '빛의 설치 작품', 월터 드 마리아의 <타임/타이머> 등이 소장되어 있다. 하지만 언제나 나를 매료시키는 것은 그 작품들이 아닌 이 미술관 자체다.


안도 다다오의 손에 들린 연필심으로부터 시작되어 결국 시멘트 덩어리로 완성되는 작품 <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리처드 아모어가 쓴 재미있는 세계사의 한 문장이 떠오르지만, 아니다. 모든 것은 연필에서 시작되었다.


KakaoTalk_Image_2025-03-08-06-14-10_011.jpeg 치추미술관 시멘트 중정 / 하인즈 베커 사진


느리게, 더 느리게 시멘트 벽에 손바닥을 댄다. 그러면 조금 더 안도 다다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갔다고 생각하면 다시 이어지는 길. 어둠이라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빛. 망했지만, 내가 영화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던 이상의 ‘건축무한 육면각체’가 떠오르는 공간. 내 막걸리 친구였던 이타미 준(유동룡)과는 또 다른 리듬을 가진 공간.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그렇게, 콘크리트 안에서 그의 호흡과 심장 소리를 들려준다.


https://brunch.co.kr/@heinzbecker/117


천천히 걷다가, 천천히 나왔다. 당연히 배가 고팠지만, 베네세 하우스에서 <태엽 인간>을 만나고 인사한 뒤에점심을 안도 다다오의 '작은 집'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이제 그의 집으로 간다. 아니, 나는 이미 그의 '큰 집' 나오시마 섬에 들어와 있었다.


<태엽 인간> 베네세 하우스 / 하인즈 베커 영상




https://maps.app.goo.gl/gHdYoVjkk1Vuve3P7

https://maps.app.goo.gl/7xT9fMniSo2UGgVP9

https://maps.app.goo.gl/bvtfhngfcSo8fg8t9




이 글은 정보보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 편씩 나눠서 읽으셔도 좋지만, 소설처럼 처음부터 천천히 읽으셔도 좋습니다. 첫회 링크입니다.


https://brunch.co.kr/@heinzbecker/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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