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03~25.1203
1년 전 그 겨울날을 떠올리면, 느닷없는 뉴스나 사건의 긴박함보다 먼저 기억나는 것은 텁텁한 냄새였다. 찬 공기를 눅눅하게 만든 혼탁함, 마치 멀쩡하던 날개가 꺾인 새 한 마리가 내 앞에 떨어진 듯한 놀라움. 그 밤, 누구도 정확한 언어를 쓰지 못했고, 사실을 알고 싶어 했지만 정작 그 사실은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나는 그 시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다. 단지, 정상과 비정상이 뒤섞여 경계가 사라진 밤, 믿어온 질서가 잠시 흔들린 밤으로 남았다.
그날 이후, 돌아보면 현실은 어딘가 비틀렸고, 말들은 과열되었지만 중심을 잡는 이는 없었다. 그 혼란이 나를 다시 책상 앞으로 끌어냈다. 벼락같은 상실을 글로 기록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세계가 소음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기록은 최소한의 호흡이었고, 스스로를 붙드는 방식이었다. 말과 문장으로 조용히 정리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계절을 더 흐릿하게 잃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우리는 다시 ‘정상’에 돌아온 걸까.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정상이라는 말은 늘 사후적 이름이며, 누구나 그 경계 위를 걸으며 살아간다. 아직 이유와 사실의 대부분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시간을 지나온 뒤의 내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만원의 힘을 경험한 사람에게 돈은 더 이상 종이쪼가리가 아니고, 세계의 균열을 한 번 본 사람은 더 이상 도덕과 윤리를 단단한 것으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 균열을 경험했기에, 나는 다시 쓰고, 다시 이해하고, 다시 의미를 세우려 했다. 처음에는 금방 회복될 줄 알았다. 그러나 1년이다.
어쩌면 1년이 아니라, '벌써 3년', '어느덧 10년', '그로부터 100년'이라는 말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이 우리가 정상적 나날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12월 3일의 냄새는 텁텁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KjDTvMadS_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