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에게 바라는 건 물리적으로 나를 낳아준 대상과의 연결이 아니라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교감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믿어주고 지켜줄 사람의 존재이다. 그러니 그런 대상은 꼭 부모가 아니어도 된다. 불행히도 나는 그런 사람을 갖지 못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은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의 엄마를 향한 사랑은 100프로이지만 그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것은 생존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부모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애착을 가질 수 있다. 부모-자식만큼 불균형한 조건에서도 성립하는 건 아니겠지만, 각자 독립되었다는 존재 하에 건강한 애착을 쌓아 갈 수 있다. 배우자와 친구를 통해서 말이다. 내가 갖지 못했던 것을 아이와 나눌 수도 있다. 단 아이는 내 경계를 침범 할 수 있지만, 나는 아이의 경계를 침범해선 안된다. 그리고 아이가 어느정도 자란 뒤에는 나도 적당한 경계선을 그어 타인과 어느 정도 거리감으로 살아야 하는지 그 예시를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