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차가운가요?
팬텀싱어를 보다가 참가자들이 이상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친해져 형동생 하는 것을 보고 저건 뭔가 관계의 마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연애하듯 서로에게 끌리고 빠져들고 속 마음을 터놓고. 겉으로는 우정이나 동료애지만 아마 물밑에서는 나의 부족한 점을 메꿔주고 커리어를 올려줄 사람을 찾기 위한 탐색전이 본능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스무스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친분이고 관계맺기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속도는 다 다르지만, 가끔 맹렬하게 서로에게 빠져드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추측해보건데 그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무리에 들어가 그 안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무진장 용을 쓸 때. 그 때만큼은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만 모인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대학교 오티, 신입사원 시절, 새로운 모임에 들어가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 등등. 처음가는 장소에서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라면 어떻게든 이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대화로 풀거나, 혹은 나에게 도움 혹은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기대고 싶어진다. 그때만큼은 없던 친화력도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 처음 분위기에 타지 못하면 쭉 혼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이 처지의 사람이 많은 경우 단체로 으쌰으쌰해서 급속도로 친해지기도 하지만 그 상황이 종료되면 모든 게 애매해져버린다. 매일 얼굴을 봐야하는 강제성이 사라졌고, 서로가 베풀던 관대함도 말라버렸는 데 과연 예전같은 분위기가 쭉 이어질 수 있을까?
모두가 바쁘고, 시간이 귀하다. 그래서 단체생활이 끝나야 진짜 내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게 된다. 아무런 강제성이 없는데도 계속 만나고 싶어진다면 나는 그를 만났을 때 즐겁거나, 유익하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할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관점이 너무 냉정한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끈끈한 정같은 게 없어보였고 사람을 너무 효용가치로 보는 건 아닌지 말이다. 하지만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던 자세히 들여보면 인간관계는 다 효용가치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 매력이 없는 사람과 억지로 만나는 자리는 괴롭기 짝이 없다. 아무리 상대가 나를 매력적이라 느끼고 만나고 싶어한다 해도 말이다. 쓸데없는 정을 과감하게 떼버리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며 풍요롭게 살 수 있다(물론 서로 좋아할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