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때만 꼭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다. 아니 그런 경우 친구는 아니고 그냥 지인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그런 지인이 하는 말을 마냥 들어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적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글로 푸는 편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풀어진 다음에야, 생각이 좀 정제 된 다음에야 친구를 만나 주거니 받거니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놓는다. 불안한 마음과 위험한 생각은 나에게도 위험하지만 듣는 이에게도 위험하다. 하지만 한번 걸러주면 때때로 그 안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찾기도 한다.
그런 과정없이 무작정 마음이 싱숭생숭 할 때마다 타인을 탐하고 불쾌감을 토스하고 상대가 어떻게든 이 마음을 풀어주길 바라는 건 얼마나 불온한 일인가. 만나고 나서 후련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은 얼마나 꼴불견인지.
브런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혼자 일기장에 써도 되지만 불특정 다수가 볼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에게 약간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일종의 낭만을 제공한다.
코로나로 석달넘게 집 근처만 왔다 갔다하다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영원할 것 같던 일상의 불완전함, 그동안 밖으로 밖으로 나돌았던 것에도 약간의 거품이 있었던 것 같고. 그렇게 서울 외곽으로 해외로 나가야만 즐거운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면서도, 뭔가 힘이 빠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질투와 부러움이 최고의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인스타에서 멋지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따라하고 싶어지는 데 모두가 밖에 나가 놀지 않으니까 그런 자극이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 )
몸이 움직일 수 없다면 정신적으로 어딘가에 빠져드는 것도 방법이다. 드라마나 책이나 음악이나 심지어 육아에라도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몇주가 몇달이 훅 지나가 있곤 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본질적인 만족감과는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 잠깐 어떤 모임에 등록해서 사람들을 사귀고 사교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 역시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길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는 내가 진짜 오래도록 흥미를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격일제 등원과 하루 네시간이란 짧은 자유시간 안에서 말이다.
최근 팬텀싱어3를 보면서 존노가 너무 멋져보여서 몇주째 영상을 찾아들으며 나는 저 사람의 무엇이 그렇게 맘에 들었을까를 생각해 봤다. 직업적으로 상류사회에 살짝 발을 들인 것 처럼 보이는 고급스러움. 외국 생활의 화려함. 뭔가를 뛰어나게 잘하는 천재적임.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인정받는 것? 노력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여유로운 에튀튜드? 다 맞겠지만 가장 큰 건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았고 거기에 의심없이 몰두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방향. 방향이 제일 멋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