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rfish Jun 20. 2020

인간관계가 효용가치로 굴러간다고 하면

너무 차가운가요?

 팬텀싱어를 보다가 참가자들이 이상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친해져 형동생 하는 것을 보고 저건 뭔가 관계의 마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연애하듯 서로에게 끌리고 빠져들고 속 마음을 터놓고. 겉으로는 우정이나 동료애지만 아마 물밑에서는 나의 부족한 점을 메꿔주고 커리어를 올려줄 사람을 찾기 위한 탐색전이 본능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스무스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친분이고 관계맺기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속도는 다 다르지만, 가끔 맹렬하게 서로에게 빠져드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추측해보건데 그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무리에 들어가 그 안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무진장 용을 쓸 때. 그 때만큼은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만 모인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대학교 오티, 신입사원 시절, 새로운 모임에 들어가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 등등. 처음가는 장소에서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라면 어떻게든 이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대화로 풀거나, 혹은 나에게 도움 혹은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기대고 싶어진다. 그때만큼은 없던 친화력도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 처음 분위기에 타지 못하면 쭉 혼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이 처지의 사람이 많은 경우 단체로 으쌰으쌰해서 급속도로 친해지기도 하지만 그 상황이 종료되면 모든 게 애매해져버린다. 매일 얼굴을 봐야하는 강제성이 사라졌고, 서로가 베풀던 관대함도 말라버렸는 데 과연 예전같은 분위기가 쭉 이어질 수 있을까?

 모두가 바쁘고, 시간이 귀하다. 그래서 단체생활이 끝나야 진짜 내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게 된다. 아무런 강제성이 없는데도 계속 만나고 싶어진다면 나는 그를 만났을 때 즐겁거나, 유익하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할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관점이 너무 냉정한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끈끈한 정같은 게 없어보였고 사람을 너무 효용가치로 보는 건 아닌지 말이다. 하지만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던 자세히 들여보면 인간관계는 다 효용가치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 매력이 없는 사람과 억지로 만나는 자리는 괴롭기 짝이 없다. 아무리 상대가 나를 매력적이라 느끼고 만나고 싶어한다 해도 말이다. 쓸데없는 정을 과감하게 떼버리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며 풍요롭게 살 수 있다(물론 서로 좋아할 경우).

작가의 이전글 존노가 너무 멋져보여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