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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May 05. 2022

이 남자의 매력을 찾아라!

<돈 죠반니>, 베를린 |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오페라 리뷰

2022년 4월 17일 일요일

돈 죠반니 / 베를린 슈타츠오퍼 페스트타게(Festtage: 축제주간) 2022


1. 바렌보임 아파서 토마스 구가이스 대타. (토마스 구가이스 Thomas Guggeis는 93년 생으로 바렌보임이 엄청 사랑하고 밀어주는 젊은 지휘자다. 최근에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음악 감독으로 선임되어 2023/24 시즌부터 이끌 예정이다.)


토마스 구가이스(왼쪽)와 다니엘 바렌보임


1-1. 올해 바렌보임의 건강상 문제가 끊이지 않음. 2월 초에는 척추 수술을 받았고, 4월에는 혈액 순환계 쪽 문제로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오늘 뉴스에서 읽은 바로는 염증성 혈관 질환으로 콘서트 투어를 포기하고 토마스 구가이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함.


2. 군기반장 바렌보임이 없어서 그런가 젊은 가수들은 2프로씩 태엽이 덜 감긴 느낌. 음정 박자... 그래도 워낙 실력 있는 가수들이긴 한데... 슈타츠오퍼 특유의 정밀함이 오늘은 아주 살짝 부족한 느낌


3. 뱅상 위게(Vincent Huguet)의 연출은 몇 가지 기발한 구석(레포렐로 카탈로그 아리아에서 모델들 사진 보여주는 거 / 1막 피날레에서 돈나 엘비라가 메르켈로 변장한 것 등등)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와.. 대박! / 헐...!!" 이런 구석은 없음. 슈타츠오퍼에서 얼마 전까지 공연됐던 클라우스 구트(Klaus Guth)의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인 <돈 죠반니> 연출이 계속 생각남. 만약 구트의 프로덕션을 안 봤더라면?? 그래도 같은 느낌이었을까?


4. 돈 죠반니 역의 미하엘 폴레. 노래 정말 잘함. 무지 어려운 데 티 별로 안나는 죠반니의 아리아들 부르고 박수 많이 받음.(역시 그 진가를 아는 슈타츠오퍼 관객들) 이미 팬이 많은 듯. 데뷔 40주년 맞은 포토그래퍼 역할....

 

돈 죠반니 역을 노래한 미하엘 폴레


4-1. 폴레의 출중한 노래 실력과는 별개로 그의 나이와 외모가 돈 죠반니라는 역할에 어울리는 가는.... 흠...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체를리나를 홀리는 죠반니의 매력이 개인적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음. 돈나 안나 아빠랑 나이 비슷해 보이는데... 그 사람에게 "늙은이"라고 부르는 아이러니는 무엇? 이 좋은 가수를 바그너나 다른 오페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음. 폴레가 조지 클루니라면 또 모를까.... 어쩌면 이런 생각도 내가 편견에 잡혀있는 것일지도...


돈 죠반니와 돈나 엘비라 그리고 오른쪽에는 하인 레포렐로... 죠반니랑 레포렐로 중 누굴 선택하실래요?


5. 돈나 안나 역 소프라노 슬라브카 자메츠니코바(Slávka Zámečníková - 슬로바키아 이름이라서 정확한 발음 아닐 수도 있음) 좋음. 앞으로 5년 뒤가 기대됨.

그 어려운 돈나 안나 아리아를 누워서 부른 당신! 박수를 보냅니다!!

https://youtu.be/TXAE7LOavik

돈나 안나의 아리아 »Or sai chi l'onore«를 부르는 슬라브카. 아리아도 어렵고, 그대 이름도 어렵네요.


6. 돈나 엘비라. 엘자 드레직(Elsa Dreisig). 그녀의 공연을 보는 게 이번이 세 번째. 파리에서 <청교도>, 베를린의  <라 보엠> (무젯타 노래함) 그리고 이번에 돈나 엘비라. 파리 공연에서 레가토 라인 아쉬운 걸 지휘자 탓이라고 엄청 욕했는데, 이제 보니 그녀 자체의 문제인 듯.... (지휘자님 미안해요...) 그녀의 잔 비브라토 발성, 끌어올리는 도약 음정, 아쉬운 레가토. 신기한 건 그녀에게 계속 눈이 간다는 것. 사주에 금이 많은가.... 그런 사람들 있다. 본 투 비 스타... 쏟아내는 걸 잘하는 스타일. 모차르트는.... 흠...

그래도 박수 엄청 많이 받고 사람들이 무지 좋아함.


https://brunch.co.kr/@jinaohmezzo/27

 


7. 체를리나. 세레나 사엔즈(Serena Sáenz). 기대했던 신인 가수. 엄청 이쁘다. 얼굴도 몸매도. 그녀의 아리아 "Batti batti"는 여자인 나도 녹는 줄 알았음. 너무 섹슈얼하게 소모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옛날 네트렙코도 그랬는걸... 1막에서는 음색이 살짝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2막에서는 아리아에 고음 카덴차(장식음)를 넣어서 화려한 빛깔을 보여줌. 체를리나가 캐릭터 적으로는 딱 어울리는데, 음색으로는 더 고음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좋을 듯함.

 

유명한 이중창 "La ci darem la mano"을 부를 때, 사진 찍으면서 체를리나를 유혹하는 돈 죠반니



8. 옥타비오 역을 노래한 테너 보그단 볼코프(Bogdan Volkov) 참 좋았다. 몇 년 뒤엔 더 노련해질 듯. 귀한 목소리니까 너무 빨리 무거운 거 맡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


 https://youtu.be/SCMt1Hoa8-c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는 볼고프


9. 이 공연은 Festtage(페스트타케-축제 주간)를 위한 공연이라서 평소보다 훨씬 비쌈. 슈타츠오퍼는 평소에도 독일 오페라 극장치고 비싼 편. 그런 것치고 연출이 너무 평범한 것은 좀 아쉬움.


10. 지휘자 토마스 구가이스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열광적. 아직 20대이지만 이미 프랑크푸르트 오퍼의 총 음악감독이 된 이 젊은이에 대한 베를린 팬들의 지지를 느낄 수 있었음. 에너지가 느껴지는 지휘. 다음에는 그가 지휘하는 바그너나 슈트라우스를 듣고 싶음.


11. 따로 특별히 언급은 안 했지만, 레포렐로, 마제토, 기사장 역할을 맡은 가수들도 모두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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