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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Aug 22. 2023

[번역] 인터뷰: 바이로이트의 두 번째 여성 지휘자

'탄호이저'를 지휘하는 나탈리 슈투츠만

나탈리 슈투츠만은 나를 매혹시켰던 성악가다. 메조소프라노보다도 더 깊은 콘트랄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천부적인 음색뿐만 아니라 뛰어난 곡 해석으로 이미 성악계에서 자신만의 발자취를 뚜렷하게 남긴 바 있다. 그런 그녀가 지휘로 영역을 확장했다는 소식은 간간히 접했는데, 바이로이트까지 진출했을 줄이야. 뒤늦게 '바이에른 라디오 클래식'과 가진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고 간만에 번역 욕구가 솟아올랐다.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에 잦은 의역이 있을 것이며 오역의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https://www.br-klassik.de/aktuell/news-kritik/nathalie-stutzmann-dirigentin-wagner-tannhaeuser-bayreuther-festspiele-2023-interview-100.html


토비아스 크라처(Tobias Kratzer)가 연출한 바그너의 "탄호이저" 프로덕션 재공연에서 나탈리 슈투츠만이 올해 지휘를 맡게 되었다. 옥사나 리니브에 이어 바이로이트의 두 번째 여성 지휘자가 된 셈이다. 전설적인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지휘하는 소감과 또 이곳에서 '자아'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녀는 BR-KLASSIK과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다.


BR-KLASSIK: "무대 위"와 "오케스트라 피트 아래" - 이 두 가지는 오페라에서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서로 다른 세계입니다. 나탈리 슈투츠만, 당신은 이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죠. 이곳 바이로이트에서 당신은 올해 처음으로 "탄호이저"를 지휘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오페라 하우스와 비교해서 이 "뚜껑이 덮인 오케스트라 피트"(역주 - 바이로이트 오케스트라 피트는 관객이 오케스트라 단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극장에 비해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나탈리 슈투츠만: 이 오케스트라 피트는 독특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요! 저는 확실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이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을요! 이 피트는 매우 민감한데요: 우선 그 소리의 특징에 대해 말하자면, 피트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부지휘자의 귀에도 의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극장 안에서 날 도와주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과 하는 공동 프로젝트이기에 가능합니다. 여기서 지휘하는 것은 좋아요. 이곳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끔찍하면 어쩌나 하고 지레 겁을 먹기도 했지요. 하지만 반대로 정말로 즐겁네요!


"원하는 소리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 나탈리 슈투츠만


BR-KLASSIK: "신비로운 심연(Mystischer Abgrund)" -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안에서 오케스트라 울림을 무대로 전달하는 뚜껑 형태의 이 구조를 바그너 자신이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무대 위의 가수들의 노래가 객석에서 잘 들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당신은 어떻게 오케스트라를 균형 있게 조절하시나요?


나탈리 슈투츠만: 먼저 페스티벌 극장의 음향 또한 매우 특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가수들은 여기서 심지어 속삭일 수 있어요. 항상 크게 노래 부르지 않아도 잘 들립니다. 어쨌든 가수들과 밸런스에 관해서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뭔가 저는 본능적으로 이 점을 잘 다루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바이로이트에서 동료들의 리허설에 자주 참석하며 홀에서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이곳의 음향은 정말로 색다르고 또 특별해요.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피트 아래에서 이렇게 저렇게 소리 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할 수 있죠.  


하지만 원하는 소리를 얻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섬세하게 표현하려는 경우, 명확하고 투명하게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홀에서는 모든 것이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게 들립니다. 연주자들이 그것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무대 아래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소리가 나옵니다. 그러고 나서 피트 바깥에 있는 이에게 물어보지만, 홀에서는 분명히 그만큼 좋게 들리지 않아요... 따라서 모든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다이내믹, 아티큘레이션, 음색, 유연함, 화음, 목소리, 대립하는 소리들... 저는 이것들을 위해 리허설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오랫동안 노래를 부른 경험은 성악가 동료들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죠. 당연히 무대 위의 가수들을 서포트하고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정말로 매우 도전적이랍니다. 정말로 멋진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곳에 있는 이들은 바그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그들과 함께 음악을 하기 때문이죠. 


BR-KLASSIK: 당신이 원하는 효과를 홀에서 얻기 위해 정말로 (모든 표현을) 과장해야 한다는 의미인 거죠?


나탈리 슈투츠만: 먼저 무엇을 정확하게 듣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져야 합니다. 저는 제 부지휘자와 정확하게 조율했습니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효과를 얻고 싶은지를 매우 정확하게 말했죠. 그래서 그가 그것을 확인하고 정확히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저에게 조언을 줬어요.


BR-KLASSIK: 이미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어떻게 소리를 들리는지에 대해 밝혔습니다. 그런데 성악가들의 소리는 피트에서 어떻게 들리나요?


나탈리 슈투츠만: 어쩔 때는 아주 잘 들리고 또는 거의 들리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들이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이것은 정말로 예민한 문제예요! 그들이 (무대) 뒤쪽에 멀리 서 있거나 큰 앙상블 안에서 노래하는 경우나, 오케스트라도 자신의 임무를 다해 메조포르테나 포르테로 연주하는 경우, 그럴 때는 종종 정말 어렵답니다. 때로는 가수들의 소리를 전혀 듣기 힘든 경우도 있어요. 


"성악가들은 바그너의 음악적 기반 위에서 마치 '날아다니거나' 혹은 '흐르는' 듯이 노래해야 합니다." - 나탈리 슈투츠만


BR-KLASSIK: 그게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는 않나요...?


나탈리 슈투츠만: 그렇죠! 먼저, 오케스트라가 너무 크게 들린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부지휘자에게 물어봅니다. 그다음에는 따로 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할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이것은 바그너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그렇게 때문에 저도 지휘자로서 바그너에 몰두하고 또 그에게 경탄하죠.) 그것은 모든 것이 음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악가의 목소리만이 1순위에 있는 게 아니에요. 그가 계획한 모든 것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전달됩니다. 성악가 없이 오직 음악만 연주한다 해도 그가 음악적으로 무엇을 원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오케스트라 파트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적 기반 위에서 가수들은 마치 "날아다니거나" 혹은 "흐르는" 듯이 노래해야 합니다. 이것은 벨칸토의 반대입니다. 벨칸토는 지휘자가 가수를 듣고 그들을 반주하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바그너는 '반주'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음악적 기반을 마련하여 모든 것이 움직일 수 있게 하며, 마치 가수들이 그 위에서 즐겁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도록 해야 합니다. 


BR-KLASSIK: 당신은 가수로서 그것을 생각하고 또 구현하는 것이 당연히 가능하겠지요. 프랑스인인 당신에게 이 좀 유별난 언어인 독일어와 독일어 레퍼토리는 얼마나 가깝나요?


나탈리 슈투츠만: 저는 독일어를 구사하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 혈통도 있습니다. 제 가문은 원래 독일어권 스위스와 독일 뮌스터에서 왔지만 후에 알자스로 이주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저에게는 독일인의 피가 흐르는 셈이죠. 사실 모든 것을 이해합니다. 당연히 이 대본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했습니다. 게다가, 가수로서 전 이미 다양한 독일 노래를 부른 경험이 있습니다 - 사실 제 주요 레퍼토리가 그거였죠. 그러므로 독일어는 제게 매우 친숙한 언어입니다.


BR-KLASSIK: 바이로이트에서의 "탄호이저"는 전혀 클래식한 버전이 아닙니다 - 탄호이저를 광대로 표현하며 비너스(베누스)는 블링블링한 의상을 입죠. 아마도 당신이 2019년 몬테 카를로에서 한 프로덕션과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토비아스 크라처의 연출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탈리 슈츠만: 이 프로덕션은 정말 맘에 듭니다 - 영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시대적 배경이 현대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그것이 의미가 있고 음악을 해치지 않는 한, 저는 괜찮습니다. 또한 함축된 부분이 마음에 들고요, 특히 탄호이저의 경우에 그렇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관객들이 즉시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아마도 그를 사랑하거나 연민을 느끼는 데 조차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더욱 마음에 드는 점은, 결국에는 탄호이저를 공감하고 그를 좋아하게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는 사실이에요. 많은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 프로덕션에는 많은 유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3막에서는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크트(Klaus Florian Vogt)가 탄호이저를 정말로 기막히게 잘할 때,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동적이에요.


BR-KLASSIK: 바그너에 관해서, 그린 힐(역주-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이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그린 힐-푸른 언덕'이라고 부른다.) 위의 이 프로덕션에서 알 수 있는 게 더 있을까요? 이곳은 오리지널 장소잖아요. -


나탈리 슈투츠만: 많은 것들이 있죠. 지휘자로서 당신은 당연히 강력한 인물이어야 합니다. 당신은 각 박자마다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바이로이트에서는 그것 외에도 소통해야 합니다 - 그냥 놔두면 저절로 굴러갈 수는 없어요. 또한 절대적으로 유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황들이 그렇게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반드시 부지휘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당신은 극장으로 들어가야 하며, 피트로 내려가야 하니까요. 당신은 오케스트라와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로부터 어떤 소리를 듣는지, 그리고 당신이 지휘대에서 어떤 부분을 더 잘 보여줘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제가 정말로 감탄하는 점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로 여기에 있길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헌신은 - 이 정도로 큰 단체에서는 정말로 독특합니다! 이 오케스트라에게는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너무하다'라는 게 없어요.


"그들은 완전히 음악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모두 음악을 위해 여기 있고, 이곳에서는 자아를 드러내는 이가 없습니다." - 나탈리 슈투츠만


BR-KLASSIK: 오늘날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여성으로서는 어떤지 - 이제는 그런 주제가 아예 없는 건가요?


나탈리 슈투츠만: 이 질문에 답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저는 피트에서 제 자신을 여성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냥 지휘자입니다. 지휘자가 된다는 것은 능력의 문제입니다. 만약에 이 임무를 잘 해낼 때, 사람들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생각하지 않고, 제가 얼마나 잘 지휘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지만 물론, 이런 주제가 여전히 종종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 질문도 어떤 의미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지휘자들은 언제이든 간에 어려움을 겪었고, 남성 지휘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은 그냥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말이죠. 여성이라는 것과 반드시 결부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 바이로이트에서 저는 두 번째 여성 지휘자입니다. 이것도 좋은 일이죠 - 왜냐하면 다른 곳에서는 항상 첫 번째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두 번째라는 사실은 이곳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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