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한 여행기
2017년 겨울에는 올림포스 산으로 여행을 갔었다.
겨울이 되면 투어 코스를 개발한다는 이유겸 핑계로 여기저기 잘 다녔었다.
2년전에 다녀온 올림포스 여행기를 왜 이제 쓰냐면
그냥 지금 쓰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기억나는 건 우리가 묵었던 숙소가 진짜 따뜻했었다는거,
용감하게도 2륜구동을 끌고 저 가파른 산을 오르다가 불빛도 없는 깜깜한 밤
더 깜깜한 산 속에서 사고날 뻔 했던거,
비는 안왔어도 내내 촉촉했었다는 게 기억난다.
여행 꿀팁 같은 걸 얻으려고 이 글에 들어왔다면
내가 줄 수 있는 꿀팁은 4륜 구동을 끌고 가라는 것 말고는 없다.
너무 아름다운 산이었고 그게 전부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깊은 산속 이렇게 아름다운 레스토랑 주인이 될 수 있는걸까?
어떤 창의력과 어떤 실행력이 필요하지?
쨔잔
이 마을의 지붕들은 다 이 돌들을 쑥쑥 뽑아서 만든 지붕이다.
으쌰 기합한번에 쑥쑥 뽑힌다.
돌들을 뽑아서 지붕위에 쌓아올렸을 과정이 보이는 집.
사피엔스를 읽은 뒤로 자연과 내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유발하라리는 명석하고 맑은 철학자다.
그 맑은 논리가 내 사고방식을 바꿔놓았다.
위대한 자연 파타고니아, 야생동물들의 아기시절 같은 다큐를 보면서
나중에도 계속 혼자살고 있으면 야생동물사진작가 할거야
라고 다짐한다.
그리하여 내 머릿속에는 2가지의 미래가 있다.
연인을 만나 꼭 붙어 사는 삶과, 배낭을 둘러메고 자연과 동물속으로 뛰어들어 오감을 깨우는 삶
2개 다 아주 마음에 들어서 둘 중에 뭘 하게 될지 아주 기대된다.
27살, 그리스에서 2년 6개월째 살고있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게 좋으면서도 내심 불안했던 모양이다.
월세 30 원룸은 살고 싶지 않았던 27살의 나...☆
여행다니는 거 좋다고 써놓고 여행다니는게 뭐가 좋냐고 말하며
글을 끝내는 정신분열의 27살이었다.
저 호텔의 방명록은 아직도 몇 페이지 안 넘어갔을 것 같다.
멀고먼 나라 그리스의 깊고 깊은 산 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