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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알 Jun 16. 2019

싱가포르에서 일을 배우는 방법

대형 리테일 매장 판매 및 서비스직의 업무는 어떻게 배울까

 

싱가포르와 한국에서의 취업을 비교해보았을 때,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아마 직업을 구하는 구직 방법부터 시작될 것이다. 한국은 신입을 기준으로 규모가 있는 기업 대부분이 공개 채용을 시작하면 지원자들이 동시에 지원하고, 동시에 합격 및 탈락 여부를 알게 된다. 그래서 입사동기가 있고 각 포지션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및 단체 트레이닝을 받는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한국과 다르게 열린 채용을 주로 하는 편이다. 물론 링크드인이나 회사의 웹사이트 등에서 구인공고를 올리고 모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에도 채용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길고, 오랫동안 구인을 한다는 상태로 게시글이 게재되어 있지만 끝내는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신 여러 가지 네트워킹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구인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추천을 받아서 채용이 되기도 한다. 또한 헤드헌터가 구직 웹사이트(링크드인, 잡스 트리트 등)에 게시된 나의 이력을 보고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볼 기회를 얻기도 한다. 내가 지원하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고용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그 포지션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선 신입보다는 경력이 있는 사람이 직업을 구하는 게 훨씬 조건과 과정 면에서 용이하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아무 경험이 없이 대학 졸업 후 싱가포르에서 구직을 했을 때는 정말 이렇게 소식이 없을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가뭄에 콩 나듯 잡 오퍼가 왔었다. 물론 대학생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잡 에이전시를 통해 구직 사이트 복사 및 붙여 넣기만 한 것 같은 직업을 소개받았던 이유도 한몫했었던 건 안 비밀이다. 하지만 약 1년 반 이상 경력을 쌓은 후에 이직 준비를 할 때는 싱가포르에서 생존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꽤 많은 곳에서 인터뷰 제의와 오퍼가 왔었다.




 일을 배우는 과정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글로벌 시민으로 살기 위해 한국을 탈출해 멀리 싱가포르까지 왔지만 여행을 빼고는 해외 경험이 전무했다. 한마디로 난 한국에서 공교육을 받고, 보수적인 한국인 부모 및 가정 아래에서 20년을 쭉 보낸 뼛속까지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신입사원의 마인드 '뭐든지 할 수 있다. 안 되는 것도 되게 하자! 연습 많이 살길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꽉 물고 모든 상황에 임했다. 사실 영어도 안 되고 일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일단 눈물 좀 닦고.. 내 직속 상사가 수습기간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임하는 사람을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배우는 모든 걸 잊지 않기 위해 간단한 것이라도 작은 노트에 항상 기록해서 집에 가서 복습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1차 멘붕이 왔다. 팀원과 상사의 어깨너머로 배워서 기록을 해서 복습을 한다 한들 회사의 수많은 시스템을 익히고, 브랜드들을 스스로 이해하고 정보를 모으는 건 개인으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해당 브랜드의 제일 큰 매장에서 일을 했다. 예전에 내가 고객일 때는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제품을 정리하고, 위치를 알려주고 서비스 및 계산을 하는 정도로 이해했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일했던 곳의 매장 업무는 정말 어나더 레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량과 기준이 어마 무시했다.


 우선 복장의 규정이 있었다. 유니폼을 입고 검은색 바지에 아무 무늬 없는 발등을 다 덮는 검정 신발(굽 있는 신발은 안됨), 머리는 염색이 안되고 항상 묶었어야 했다. 다행히 메이크업이나 문신 등의 규정은 없었다. 그리고 팀이 두 개로 나뉘어서 매니저, 어시스턴트 매니저, 두세 명의 슈퍼바이저 그리고 나를 포함한 사원들(사원도 직급이 있다.)과 파트타임 직원들까지 합치면 거의 20-30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매장을 위해서 일하는 구조였다. 그러므로 서로 소통하기 위한 규칙도 정말 많았고, 그것을 정하고 지키는 것에 대한 논의도 그만큼 자주 일어났다.  





 1) 역할 분담 및 커뮤니케이션


 나는 Fashion & Feeding팀에 있었다. 팀을 감독하는 슈퍼바이저가 있었고, 그 밑에 시니어와 주니어 사원이 있었는데 교대 근무제라서 한 달 치 일정이 미리 나왔다. 각자의 근무 날짜가 달랐기 때문에, 매장에서 프로모션을 하거나 이벤트나 새로운 브랜드가 입점하는 날등이면 몇 주 전부터 슈퍼바이저와 사원들과 상의를 해서 각자 할 일을 정했다. 다른 것들보다 거의 2 - 3일에 한 번씩 새로운 라인의 의류가 몇 박스에서 많으면 몇십 박스씩 들어왔는데 아침에는 거의 1명 혹은 2명씩만 팀에 배치돼있어서, 매장 문 열기 전에 끝내야 하는 규칙이 있었지만 손님을 응대하고 캐셔도 하다 보면 끝내지 못할 때도 많았다. 심지어 가끔씩 임원진들이 불시에 찾아와서 고객 응대를 하지 않고, 계속 의류를 정리할 때에 쥐도 새도 모르게 상사의 귀에 들어가서 또다시 주의를 듣고 팀 회의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의류 및 모든 제품을 디스플레이하는 본사의 기준이 있어서 선반의 간격, 옷의 색깔 및 재질 그리고 제품의 크기까지 규격에 맞게 정해진 시간 안에 배치해야 했다.  


 물량이 많은 날에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씻지도 않고 가방을 메고 바로 잠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완성을 하고 팀에 업무 보고 사진을 보내면, 조금이라도 기준에 맞지 않게 디스플레이를 하거나,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김없이 울리는 팀 채팅 방의 메시지 신호음.. 가끔은 사진에 다시 정성스럽게 표시와 설명을 덧붙여 이 부분을 다시 하라고 연락이 온다. 상사가 일하는 날이 아니라도 거의 옆에서 같이 일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항상 우리 팀의 그룹 채팅방은 쉴 새 없이(정말 내가 일했던 기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쉴 새 없이) 울리고, 박람회나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뇌가 과부하가 될 정도로 신호음이 울렸다. 그걸 깨달았을 때 팀을 이끄는 슈퍼바이저와 매니저가 얼마나 힘들지 알게 되고 더 돈독해졌다는. 하하하..



2) 브랜드 트레이닝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올 때는 바이어나 혹은 작은 브랜드라면 브랜드 창설자가 직접 매장에 와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브랜드 소개 및 제품 트레이닝을 했다. 그 날에 일하지 않는 직원들도 그런 날은 특별히 매장 문을 열기 전 아침 일찍 와서 브랜드 미팅 및 트레이닝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전날에 마감 업무를 했다면 이런 아침 미팅이 있는 날은 그 자체로 헬… 


 매장 내에서 인하우스 제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 업무를 하는 데는 정말 힘들었지만, 트레이닝의 기회와 각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 및 제품의 특성을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점은 직접 현장에서 판매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이해하고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판매를 잘하기 위해서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마케팅팀이 고객을 위한 프로모션, 이벤트를 기획해도 고객과 직접 교류하며 눈앞에서 매출을 만들어내는 세일즈 담당이 제품과 프로모션에 대해 무지하면 모든 게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이어와 브랜드 담당자들이 다양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각기 다른 영어 악센트와 설명하는 방식을 관찰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3) 회사 내 자체 트레이닝


 이 경우는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신입이나 처음 직무를 맡는 사람을 위해 만든 트레이닝이다. 있으면 정말 좋지만 없는 경우도 많은 거 같다. 회사가 아주 크거나 트레이닝이 필수적인 직무에서는 흔히 있는 거 같다. 내가 처음 일했던 회사에서도 회사 자체 트레이닝이 있었고, 그때 배운 것들이 전반적으로 업무를 할 때나 인사 평가할 때도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꽤 비중 있게 다루었다. 트레이닝에서는 비슷한 분기에 들어온 신입직원들을 트레이닝 담당자 및 임원진들이 돌아가면서 며칠을 두고 회사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각 직무별 타깃 그리고 상황별 롤플레이까지 했다. 


 이때 만나게 되어 알게 된 동료들 중에는 친해져서 아직도 연락을 하고, 이런저런 회사 소식도 주고받고 회사 욕도ㅎㅎ 같이 했던 베스트 프렌드가 된 친구도 있다.  회사의 전반적인 것에 대해 알아가는 트레이닝은 이렇게 따로 업무 시간을 떼서 며칠간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싱가포르에서 일을 배우는 건 주로 업무에 투입되고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상사나 팀원에게 물어가며 하나하나 배우는 게 더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한국처럼 위계질서가 강하고,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기보다는 이직을 자주 하는 편이고, 자기 업무 외에 책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사수가 아니면 정말 질문을 많이 하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상사조차도 바쁜 경우가 많기에 질문할 거리를 적어두었다가 상사가 좀 여유로울 때나, 미리 괜찮은 시간을 물어서 그때에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문화 자체가 개인주의이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회사에서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업무적으로 꽤 중요하다.




 싱가포르에서 3년 정도 일하면서 한국에서는 일을 배울 때 어떤 식으로 배우는 지도 궁금해졌다. 양국에서 모두 근무해본 지인들의 말을 빌리면 한국이 좀 더 체계적이고, 팀으로 묶어서 개인을 평가하고 대신 좀 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배우게 된다는데 맞나요? 




*독자분들 중에서도 한국의 서비스직, 사무직 등 근무하셨던 직장에서 어떤 식으로 일을 배우고 업무를 습득하게 되는지(개인적인 경험일지라도) 남겨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혹은 궁금한 점이나 싱가포르의 직장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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