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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Mar 13.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30)

[전략 4_2/2]

•무관심이 관심보다 낫다.


‣우리는 타인에게 관심을 둬야 한다고 배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게의 교육 과정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다 보니 이를 표현하는 방식인 연민, 관심, 원조 등을 좋게 말하죠. 그러나 살아 보면 타인에 관한 관심이 외려 안 좋게 작용함을 알게 됩니다. 점차 개인화되고 있는 오늘 날 타인을 향한 관심은 오지랖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관심 = 따뜻함’이라는 등식은 현실에서는 성립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말은 동시에 무관심이 곧 차가움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음도 보여줍니다. 실로 관계를 맺다 보면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개입하려 들지 않을수록 쿨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가 많죠.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관심이 관심보다 관계에서 유익할 때가 많다는 겁니다. 우리가 타인의 관심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피로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관심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총족돼야 합니다.


1)주체에게 이익이 되는 말이나 정보를 타인이 관심과 함께 제공할 때.

2)관심을 주는 타인에게 호감이 있거나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이 주체에게 있을 때.

3)관심을 주는 타인이 주체가 추구하는 분야에서 성과를 냈거나 더 높은 위계에 있을 때.


명절에 친척을 만나면 그들의 관심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친하지도 않은 친척이 내비치는 관심은 부담으로 작용하죠. 가령 취업, 결혼, 육아 등에 관한 질문은 도움도 안 되거니와 내게 관심도 없이 묻는 것이기에 대답할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하지만 친척 어른들에게 1)~3의 조건을 대입해보면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사례 하나, 평소 연락을 자주 하고 개인적으로도 호감이 있는 고모와의 대화.


“이제 나이도 있고 그런데 남편이랑 아이 문제는 이야기 해봤어?”

“안 그래도 고모, 저번에 말한 것처럼 시험관 생각하고 있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사례 둘, 내가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의 부장직을 맡은 작은 아버지와의 문답.


“어때, 취업 준비는 잘 되고 있어?”

“안 그래도 삼촌, 이번 OO기업 이슈로 시끄럽던데 회사에서도 이걸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그건 왜 궁금해하냐.”

“자기소개서에 쓰던가 직무 면접 때 준비할까 싶어서요. 사내 여론 좀 알고 있으면 말해주세요.”


사례 셋, 전업 투자자로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촌 형님의 주식 권유.


“야, 직장생활 계속해서는 미래가 없거든. 좋은 종목 있는데 주식 해볼 생각 진짜 없어?”

“안 그래도 형, 대리 달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재테크 좀 알아보려고 했어. 주식 생각 없었는데 한 번 들어나 보자.”


어떤가요? 똑같은 친척의 관심인 데도 사뭇 다르게 대화가 진행되죠. 이건 주체가 상대와 대화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마음에 드는 이성이 관심을 보이거나 사소한 걸 기억해주면 기분이 좋을 겁니다. 예를 들면 평소 호감 있던 사람이 우리의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이 바뀐 걸 지적해주면 내심 뿌듯하죠. 그러나 관심도 없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그걸 말해주면 괜한 오지랖처럼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이 사람은 별걸 다 기억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관계 맺기에서는 무관심한 게 더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를 냉정하거나 타인을 무시하라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에게 보이는 관심이 곧 따뜻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듯 무관심도 곧 차가움을 의미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합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도움되지 않는 정보나 욕망하지 않는 타인의 관심을 피로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타인의 관심이 아무런 쓸모가 없어서 그럽니다. 뇌는 불필요한 정보나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걸러냅니다. 그래야만 생존에 필요한 것만 기억할 수 있거든요.


이제, 이 무관심을 이성 관계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따져 봅시다. 남녀관계에서 관심보다 무관심이 더 도움된다는 말은 충격적일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경험과 상식에 배치되는 말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반론이 가능한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관심이 무관심을 압도할 때도 있거든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거의 모든 경우에 무관심으로 시작해 관심을 표현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관심을 전혀 드러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무관심을 전제하고 관심을 드러내야 할 순간에만 보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의도가 들키지 않아야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음을 이미 논의했습니다. 그런데 혹자는 의도를 밝히지 않았기에 서로 친구로만 발전하고 남녀 사이로는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볼 때 놓친 물고기가 커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처음부터 관심을 표현했다고 해서 잘 될만한 이성 관계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반면 처음부터 무관심을 보였다고 해서 잘못될 관계도 드물고요. 큐피드의 과학이라는 서적을 보면 하버드에서 조사한 남녀 우정에 대한 인식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남자의 97%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여자가, 얼마든지 여자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여자는 무려 90%가 자신이 알고 지내는 남자와 친구로만 지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미 남녀가 꿈꾸는 바가 다른 거죠.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우리는 심리적으로 안전한 길을 택합니다. 무관심을 전제로 해서 친구로 남는 거죠. 아마 90%가 이런 방식을 선택하고 나서 연인이 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절대다수의 사람은 자기가 선택하지 못한 가능성에 대해 후회하고 귀인을 이상한 곳으로 둡니다.


“아, 처음부터 관심 있다고 티 낼걸. 괜히 친해지느라 실패했네.”


이건 뇌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거짓말입니다. 안타깝지만 처음부터 될만한 일이 아니라고 여겨서 우리는 기꺼이 친구가 됐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우리가 보자마자 유혹할 수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상대는, 대체로 내게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보다 가치가 높거나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보면 매력을 느끼는데 이런 사람에게 처음부터 관심을 표현해버리면 친구조차 못 됩니다. 그러면 나의 장점을 보일 기회를 잃어버리죠. 하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귀인과 자기 합리화에 빠져 이상한 핑계를 댑니다. 타이밍을 못 잡았다던가, 될 일이었었는데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하는 거죠. 그래서 한번 친해진 남녀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친해져서 사귈 수 없는 게 아니라, 친해지는 과정에서 관측되면 안 될 모습이나 행동을 해서 호감이 흩어지는 겁니다. 즉 기회를 못 살린 겁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보다 이성 관계에서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호감을 느끼는 상대에게 무관심한 척하거나, 실제로 무관심한 편이 좋습니다. 호감을 들키는 순간 상대는 이를 이용하거나 부담스러워할 테니까요. 동시에 우리는 상대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굳이 카카오톡을 하지 않아도 되고 딱히 잘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처럼 대하고 모든 이성과 다소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동성 친구들과는 잘 지내되 이성과는 예의와 형식을 차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죠. 그래야 바람기가 없어 보이기에 명제 셋 [나는 무엇을 꿈꾸게 하는가?]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럼 도대체 관심은 언제 표현해야 하나요?”


관심을 보여도 될 때는 상대가 내게 의견을 구해오거나 관심을 요청할 때입니다. 가령 예쁘게 차려입은 상대를 보고 굳이 칭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바라만 보는 거죠. 그러다가 언젠가 그가 자기 옷차림이나 패션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물어볼 때 대답하면 됩니다. 평소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했었고, 감탄한 적도 있는데 괜한 오지랖 같아서 말을 아꼈다고 말이죠. 이럴 때라야 상대는 내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고 여기고 동시에 자기가 바라던 순간에 받았기에 더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언제 관심을 표현하냐는 질문은 참 이상합니다. 이건 타이밍을 잡을 문제조차 못 되거든요. 만약, 우리가 호감이 있는 상대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자연스레 커피 약속 정도는 잡을 수 있습니다. 가령, 상대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갈 일이 있을 때 연락하는 겁니다. 오늘 그쪽에 약속이 있어서 가는 데 커피 한잔할 수 있냐고 하는 거죠. 이때 상대가 거부한다면 아직 더 친해져야 하거나 내게 관심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이럴 때는 그냥 알겠다고 하시고, 다음번에 한 번 더 요청하면 됩니다. 만약 두 번이나 물어봤는데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건 처음부터 관심을 표현했어도 안 될 일이었던 겁니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에게 잘하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런 태도가 외려 부담스럽고 나약하게 느껴집니다. 그냥, 일상적으로 나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편안하게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다 편하게 한번 만나자고 말하고, 상대가 승낙하면 자연스럽게 알아가시면 됩니다. 이때는 나의 욕심과 본능에 충실하지 말고 상대와 내가 잘 맞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그 또는 그녀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연애했을 때 함께 행복한 우리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면 알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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