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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Mar 14.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31)

[QnA 4부]

1. 목적을 들켰을 때는 어떻게 하죠?


가난과 사랑은 숨겨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저도 이 말에 공감합니다. 아무리 들키고 싶지 않아도 빈 주머니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금방 티가 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티가 나니까 우리는 무관심을 억지로라도 가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날 가능성이 크니까요.


하지만 노력했음에도 목적과 호감이 들켰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람은 목적 있는 타인을 피로해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명확하지 않기에 더 많은 해석의 피로를 불러일으키거든요. 이럴 때는 단순합니다. 그냥 드러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자기감정을 드러낼 때 이상한 논리나 핑계를 대지 말고 담백하게 말하면 좋겠습니다. 가령, 모임에서 보던 사람이 점차 좋아지고 이런 호감을 숨길 길이 없다면 전화로든 카카오톡이든 표현하세요.


물론 거절당할 겁니다. 애초부터 우리가 주저한다는 건 그게 실현될 가능성이 작음을 알고 있어서입니다. 심리적 불안이나 동요는 단순히 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안 될 거라는 걸 알기에, 그럴 요소가 관찰됐기에 두려운 겁니다. 이제 거절을 당한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가 궁금할 겁니다. 매일 밤 미련에 사무쳐서 이불을 찰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여기서는 제 경험에 근거한 조언을 하나 남깁니다. 우선, 알겠다고 순순히 대답하셔야 합니다.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마음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아서 그런데, 불편하게 안 할 테니까 천천히 마음을 정리해도 될까요?”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해봤던 여러 선택 중 이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인간은 일관적이면서도 강인한 대상에게 더 매력을 느낍니다. 이건 정말로 변하지 않는 진리에 가깝습니다.


2. 무관심이 아무 효과도 없을 때.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그가 나를 좋아해 줄 리가 없다는 거죠. 저도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관심 없던 상대가 제게 흥미를 보여 마음이 흔들렸거나, 내 스타일이 아니었는데도 꾸준한 연락이나 구애로 사귀었던 경험이요. 실제로 이런 경우는 자주 관찰됩니다.


이런 현실에 존재하는 실례에 대해 저는 공박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관심이 늘 효과적일 수는 없거든요. 그러므로 제가 한 주장과 논증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더하여 아래 무관심이 도움 되지 않는 경우를 정리해 둘 테니, 필요에 따라 잘 선택해서 전략을 실행했으면 좋겠습니다.


1)소심한 성격이라 무관심에 상처받을 때.


나이가 어린 분 중에 이런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소심하거나 주저하는 사람과 연인이 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관심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나중에 관심을 표현했다가는, 처음부터 관심을 드러내는 비슷한 가치를 지닌 이성을 이기기 힘들거든요.


2)자신을 먼저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낄 때.


이런 분들도 꽤 있습니다. 소심함과는 별개로 사랑받는 기분이나 타인이 나를 먼저 사랑해줄 때 고마움을 느끼는 유형이라고 봐야겠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무관심으로 시작해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즐거울 때쯤 관심을 표현해도 늦지 않습니다.


3)다시 볼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할 때.


길을 걷다가 이상형을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은 부끄러움을 감수하는 겁니다. 이럴 때 관심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용기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요즘은 길거리 헌팅이 너무 잦아져서 분위기가 좀 어수선해졌습니다. 그러니 혹 연락처를 물으시거려거든 자신만만하게 보이기 보다는 예의 바르게 물어보고 본인의 연락처를 건네주는 정도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가 상대에게 부담을 덜주면서도 사려 깊게 느껴질 테니까요. 반면 클럽과 같은 장소라면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한 마리의 어깨걸이 극락조처럼 행동하시고 다른 클럽으로 넘어가시는 게 좋겠죠.


4)상황이 변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없을 때.


이게 가장 골치 아픈 상황입니다.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계속 볼 수 없게 될 때가 있거든요. 이때는 무모하더라도 연락해서 관심을 표현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거든요. 다만 말이 길어지면 부담스러우니까, 간략하게 자기가 하고픈 말을 정리해서 보내세요. 황산벌로 나가는 관창처럼 진지하고 비장하게 말하지 마시고 계속 보고 싶은데 못 봐서 아쉽다, 따로 만날 수 있을까 정도면 좋겠습니다. 괜히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건 무의미한 피로를 만들어냅니다.


3. 마음이 급해서 기다릴 수 없을 때.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인데 그걸 못 참아서 그르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내 마음의 문제이기에 대체로 참으려고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어차피 터지게 될 거거든요. 그래서 원하는 바가 있으면 상대에게 속내를 털어놓으시고 기다리세요. 다만 절대로 끊어내는 말은 하지 마시고 동시에 간절하게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하고 깔끔하게 내가 바라는 바를 말하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참는다고 해결될 일이었다면 우리는 모두 성공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인간은 자기감정과 본능을 단기적으로 참을 수 있을 뿐 장기적으로 견뎌낼 수는 없게 설계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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