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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Mar 20.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38)

[전략 5_2/4]

•분노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 돼야 한다.


‣분석 파트에서 언급했듯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자기 통제성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특히 분노나 서운함 같은 감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면 상대에게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죠. 사실 우리도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을 봤을 때 왜 내가 이걸 들어줘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님에도 위로하고 달래줘야 하므로 피로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분노를 표현해서 인간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예 화를 내지 않는 것도 관계에 해롭게 작용함을 우리는 경험으로 압니다. 분노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 다르게 말해 자신의 욕망과 주체성을 보여주지 않는 거거든요.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분노를 드러낼 줄 알아야 합니다.


1)분노를 활용하는 방법.


분노는 표출되는 게 아니라 사용돼야 합니다. 가령, 타인의 잘못으로 화를 내도 될만한 상황이라고 가정합니다. 이때 그 자리에서 화가 폭발할 것 같다면 자리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감정 통제가 안 되는 상태에서 분노를 드러내 버리면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전달되고 문제가 더 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노는 자해적으로 작용합니다. 우리의 분노를 받아줘야 하는 대상은 피로하거나 반발심을 느끼고, 우리의 분노를 관찰하는 제삼자는 분노하는 주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니까요. 결과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분노는 관계를 망칩니다. 이 때문에 분노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화를 낼 예정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화를 냄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 상대의 행위가 있었을 겁니다. 더불어 우리의 분노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보상도 존재할 겁니다. 어느 쪽에 비중을 두던 나에게 더 필요한 걸 정하고 상대에게 그걸 요구하는 게 좋습니다. 가령 직장 상사가 술자리에서 내가 한 일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인신공격을 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순간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우선 자리를 피하는 겁니다. 어디로든 도망치세요. 당장 화를 내면, 정리되지도 않은 말과 감정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휘말리게 하니까요. 자, 화를 조금 식히고 왔다면 상사에게 이렇게 말하셔야 합니다.


“화가 너무 나서 머리를 좀 식히고 왔는데, 다른 말은 참아도 이런 식의 인신공격은 듣고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에 대해 비판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이렇게 말했는데도 상대가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다시 자리를 떠야 합니다. 아예 자리를 떠도 괜찮습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해야만 상대가 인식하고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이해합니다. 아울러 이런 행동이 가장 명확하게 상대의 도발을 줄이면서도, 나의 뜻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다수의 사람은 상사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분노를 참고 고분고분 듣는 경향이 있는 데 이건 너무 힘든 일입니다. 차라리 말하고 바로 자리를 떠야 자기에게 이롭습니다. 이런 형태의 정제된 분노는 상대에게 나의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면서 오직 두 사람의 문제로만 끝나거든요. 즉 분노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분노는 하나의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합니다.


“당신이 이런 것만 조심한다면 나는 당신과 잘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조심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을 상대하지도 대화하지 않겠습니다.”


이 메시지가 핵심입니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서도 이런 메시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수의 부모가 청소를 잘 하지 않는 자녀를 보며 분노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화를 내버리면 아이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러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면 화를 내지 않을지를 말해줘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안 들으면, 화를 낼 게 아니라 아이들이 누리는 이익을 박탈해야 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아이가 누리고 있던 긍정적인 것을 뺏는 거죠. 그런 다음에 똑같은 메시지를 보냅니다.


“네가 방만 잘 치우면 나는 너를 피곤하게 하지 않을 거야.”

“내가 너를 피곤하게 하지 않게 하려면, 방만 잘 치우면 돼.”


이런 형태로 분노를 표현해야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서로 상처도 덜 주고받습니다. 체벌이 허용되는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분들은 아실 겁니다. 가장 무서운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밀대를 드는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그 밀대로 숙제해오지 않은 아이들을 때리면서도, 건조하게 행동하는 선생님일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너희들이 숙제 안 하는 걸로 비난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다음 주까지도 안 돼 있으면 오늘의 딱 두 배로 맞을 거니까 그전까지는 다 해와. 혹시라도 집에 일 생긴 애들은 금요일까지는 미리 말해라. 월요일 아침에 말하면 안 믿어줄 거다.”


이런 식으로 체벌을 가하는 선생님은 졸업하고도 제자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하지만 똑같이 체벌을 가했음에도 분노나 감정을 드러내는 선생님은 제자들이 혐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누군가는 호랑이 선생님이 되고 누군가는 또라이 선생님이 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분노를 드러내실 거라면 상대에게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가 어떻게 하면 나의 분노를 피하고 자기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지 깨달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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