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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Mar 20.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39)

[전략 5_3/4]

•네가 필요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난감 제조 업체를 꼽는다면 덴마크의 LEGO, 미국의 MATEL, 일본의 BANDAI가 떠오릅니다. 각 기업의 대표 장난감을 꼽는다면 레고 시리즈, 바비 인형, 건프라가 있네요. 이중 바비 인형이 인기 있는 건 소녀들의 욕망을 자극해서라고 쳐도, 레고와 건프라가 인기 상품인 건 의외입니다. 왜냐하면, 이 상품들은 완제품이 아니라서 소비자가 조립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거든요. 즉 DIY 완구인 셈입니다. 일편 불친절해 보이는 이런 장난감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요?


저는 관계 맺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완제품의 완구는 오직 유희를 꿈꾸게 한다면 레고와 건프라는 소비자의 참여와 유희를 함께 꿈꾸게 합니다. 더하여 조립과정에서 소비자의 참여를 끌어냄으로써 완성품에 대한 주관적 애착과 고유성까지 만들어 냅니다. 아마 똑같은 건프라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자기가 조립한 건프라에 더 애정을 느낄 겁니다. 심지어 전문가가 완벽하게 조립한 걸 준다고 해도 자기가 완성한 작품을 더 아낄 때가 많죠. 레고는 건프라보다도 참여의 폭이 더 큽니다. 특히 레고 조립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는 때로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여인의 향기를 보면 알파치노가 아름다운 여인인 도나에게 탱고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는 도나에게 알파치노가 말합니다.


“If You Make a Mistake, Get All Tangled up, Just Tango on.”


레고를 조립하는 이들에게 창조란 알파치노의 탱고와 같습니다. 실수하고 목적을 상실했을 때라야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역사만 봐도 그렇습니다. 대제국의 첫째 조건은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관용입니다. 소수민족이나 병합된 나라의 국민도 정치와 주요 경제활동에 참여할 여지를 줘야 대제국이 완성되고 유지되죠. 단적인 예로 동양의 진(秦)나라와 서양의 로마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두 국가 모두 정밀한 법체계를 지녔고 이를 통치에 활용했으나 진나라는 통일 후 2대 만에 멸망했고 로마는 제국으로서만 1,500년을 이어왔죠.


물론 제국의 존속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국민과 국가 시스템이 어떤 관계 맺기를 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진나라가 멸망한 후에는 부흥 운동이 거의 없었으나, 서로마의 멸망 이후로는 신성로마 제국이 천년 가까이 이어왔죠. 이건 기존의 국민이 제국과 통치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레고와 건프라, 진나라와 로마를 통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흔들리지 않음이 충족된 후에는, 타인이 개입할 여지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숨 쉴 여유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앞서 분석 파트에서 따뜻한 쿨함이 관계에 더 유리함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조금 더 앞으로 간다면 명제 셋에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올릴 때는 타인이 참여하고 상상할 여지를 주라고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관계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입니다. 그래서 무생물처럼 타인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게 아니라, 타인의 영향은 받으나 그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게 더 강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몇몇 자기계발서에서는 인간적인 빈틈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 조언은 상대에게 영향력을 미칠 여지를 주어야, 주체의 자존감이 덜 상함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설악산에 있는 울산바위보다 흔들바위를 더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실제로는 울산바위가 더 크고 아름다우나, 울산바위는 개인이 감상할 수 있을 뿐 영향을 미칠 수는 없거든요. 다르게 말한다면 울산바위와 우리는 닫힌 관계 맺기를 하고 흔들바위와 우리는 열린 관계 맺기를 하는 셈입니다.


다시금 인간적인 빈틈을 보이라는 조언을 곱씹어 봅시다. 이 조언은 따르려고 해도 실천이 어렵습니다. 우선 보통 사람은 인간적인 빈틈을 숨겨야 하거든요. 빈틈이 너무 많아서 굳이 보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관리가 칼 같은 사람이라면 일부러라도 결점을 드러내고 실수를 할 필요는 있겠죠. 그래야 사람들이 덜 두려워하고, 자기 자존감이 다칠까 봐 다가오지 않는 일이 줄어들겠죠. 자, 그럼 자기계발서의 조언을 따라 일부러 결점을 노출하거나 인간적인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될까요. 타인이 내게 매력을 느낄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입니다. 명제 하나 [나는 관찰된다]에서 위화감을 분석하면서 진실하지 못한 느낌이 드는 건 관계에 악영향을 미침을 논증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빈틈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들어서, 일부러 결점을 노출한 적이 있는데 역효과만 났습니다. 어색한 건 둘째치고 위화감이 관찰되고 탐지됩니다. 그러니 괜히 빈틈을 보이려고 연기하거나 작위적인 행동으로 드러내는 건 바보같은 짓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레고와 건프라를 벤치마킹하면 좋겠습니다. 두 완구의 특징이 뭔지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하나, 정확한 목적이 있다.

둘, 목적을 달성할 방법을 알려준다.

셋, 목적에 참여하는 과정이 곧 유희다.

넷, 참여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가 새로운 가능성이 된다.(레고)


만약 우리가 일정 이상의 성적 가치를 지녔거나 어느 정도 유능함을 보여줬다고 칩시다. 그럼, 주변에서 계속해서 나와 인맥을 형성하려고 들 겁니다. 이때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줘야 좀 더 쉽게 관계 맺기가 가능하겠죠. 이럴 때 쓸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아래와 같습니다.


①목적이 명확한 일을 부탁한다 : “이 문서 보고 피드백 좀 해줄 수 있어?”

②목적을 이룰 방법을 알려준다 : “피드백은 기록된 수치 중심으로 봐주면 돼.”

③과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 “오탈자만 찾아줘도 도움 되니까,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낼 필요는 없어.”

④실수에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 “담당자는 나니까, 혹시 실수해도 전부 내가 책임질 거야. 걱정하지 마.”


이런 식으로 상대가 나를 쉽게 도울 수 있도록 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면 됩니다. 그럼 내 영역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을 좀 더 쉽게 초대할 수 있죠. 특히 철저하고 완벽주의적인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도움을 더 자주 구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우리가 도움을 구하는 과제가 쉬워야만 하고 상대가 없더라도 나 혼자 처리할 만한 일인 게 좋습니다. 말 그대로 구실만 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상대는 나를 어려워하지 않으면서도 관계 형성을 위한 고리를 걸었기에 조금씩 친해질 수 있습니다. 즉 빈틈을 보이느니 차라리 도움을 구하고 상대가 필요함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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