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와붕가 Dec 10. 2024

열차는 서지 못했다

지난 토요일


나라에 큰일이 닥쳤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보았던 장면이 현실에도 이뤄졌다. 믿기지 않았다.

국민들은 계엄군을 막아내고, 등을 내어주면서까지 국회의원들을 국회로 보냈다. 그리고 계엄을 멈추었다.


국민들은 토요일 차가운 날씨에도 여의도 광장에 모였다. 엄동설한에 바닥에 앉아서 외쳤다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날을 보기 위해서였다. 나도 그렇게 근무를 하면서 5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무정차 통과


오전근무, 평소보다 환승하는 승객들이 많이 보였다. 어린 자녀들과 이동하는 시민들, 손에 야광봉을 들고 목적지로 향하는 청소년들, 손에 손을 잡고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런 광경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국민들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광장에 모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강력한 염원과 바람이 있었다. 당시 날씨는 지금과 다르게 더웠다. 


오후가 되면서 관제로부터 9호선 '국회의사당 역'에 승객이 몰려 무정차 통과를 실시한다고 알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5호선 '여의도 역'도 무정차 통과를 실시한다고 알렸다. 


승객들은 여의도로 향하고 있었다. 나의 바람도 그들과 같았다. 같이 하지 못해서 죄송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역에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이동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5시 TV를 켜다


오전에 여당 당대표와 표결에 찬성을 밝힌 국회의원이 전날과 다른 말을 했다. 느낌이 안 좋았다.

그래도 국민들의 소리가 대한민국을 덮고 있기에, 새 날이 밝아오리라는 기대를 가졌다.


5시, 영부인과 관련된 투표가 부결됐다. 시작부터 이상했다. 2표가 모자랐다. 

이어서 여당 의원들이 퇴장했다. 한 의원만 자리를 지켰다.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그렇게 한 사람씩 붙잡고 투표해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들이다.


두 명의 의원만 돌아와서 투표를 하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좋은 학교 나와서 이런 식으로 작전?을 짤 줄 몰랐다. 놀라웠다. 아이들은 정치인들을 어떻게 볼까. 답답했다. 


승객들은 돌아갔다


어떤 폭력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도중에 안전사고도 없었다. 이런 국민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이번주 토요일에 동참하려 했다. 근무 스케줄 표를 보니 지원근무다.(이런) 


광화문 광장에 모여서 '대한민국'을 외치던 국민들을 다시 모이게 했다. 국민들 좀 제발 내버려 둬라.

미국 주식시장과 환율이 올라서 계좌가 불어나도 기쁘지 않았다. 내 나라가 잘 돼야 한다.


"승객 여러분, 이번 토요일도 안전한 지하철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웃으시며 돌아가시길 소망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