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관사의 방송
국회의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 투표가 있는 날이다. 난 이날 죄송하게도 송년회가 있었다. 여의도에 가서 함께 하지 못했다. 차가운 바닥에서도 신명 나게 '탄핵'을 외치고 싶었다.
난 2002년 월드컵 당시에 근무가 아니면 시청 '광장'으로 나갔다. 이후 이명박 미국산 소고기 사태와 최순실 국정농단 시절에도 '광장'에 나갔다. 그리고 아이와 손을 잡고 세월호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이번 계엄사태는 온 국민이 방송과 유튜브로 시청했다.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1차 투표에 불참했던 의원들은 국민들의 욕을 들어먹고 장수의 길로 가게 됐다.
송년회 장소로 가기 위해 5호선 열차를 탔다. 많은 승객들은 손에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방송을 보고 있었다.
광화문역에서 내리는 승객들은 탄핵을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이곳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공덕역을 지나 마포역 여의나루역을 지나 여의도역을 도착할 무렵이었다.
침착하고 아나운서 같은 발성을 가진 기관사의 방송이 나왔다.
기관사의 방송이 마치자 승객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보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함께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기관사의 따뜻한 방송에 울컥하는 마음이 컸다.
이렇게 대부분의 국민들의 염원이 국회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