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닥터스트레인지
성격 급한 분들을 위해 짧게 먼저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아이언맨 1편과 같은 재미를 줍니다. 또한 매트릭스+인셉션에서 보았던 비주얼 충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조건 IMAX 3D로 보세요. 쿠키는 2개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20%)
1. 우선 시작하자 마자 에이션트 원과 캐실리우스의 싸움이 벌어집니다. 눈이 번쩍 뜨일만한 CG가 등장하는데 인셉션에서 보았던 장면은 이 영화에 비하면 정말 세발의 피입니다. 도공간에 투명 결계를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일본 애니(특히 클램프의 X-엑스)에서 종종 보았던 마법결계가 저런 모습이겠구나~ 하며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예고편에서 등장했던 장면은 전체 영화중 극히 일부입니다.
2. 닥터스트레인지의 이야기 구조는 3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의사인 닥터 스트레인지, 불구가 된 닥터 스트레인지, 대 마법사인 소서러 수프림이 된 닥터 스트레인지. 원작 만화에선 개썅 마이웨이이자 철저히 이기적인 닥터 스트레인지가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오이형은 여기에서 진짜 그 모든 닥터 스트레인지를 성공적으로 연기해 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 정말 잘 어울립니다.
3. 초반에 닥터 스트레인지에 대한 설명은 생각보다 짧고 스피디 합니다. 얘가 원래 의사였구나~ 얘가 원래 천재면서 돈이 많구나~ 얘가 원래 이기적인 애구나~ 하는 정도로만 설명하고 바로 사고가 납니다. 많은 리뷰어들이 예고편을 보고 닥터 스트레인지가 사고나는 이유를 이야기 하였는데 복수에 의한 사고도 아니고 치정에 의한 것도 아니며 빌런에 의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닥터 스트레인지의 과실로 사고가 납니다. 이 사고를 통해 운전 중 휴대폰사용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시빌워의 워머신이 잠시 언급됩니다)
4. 불구가 되어 여러번 수술을 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자. 닥터 스트레인지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전재산을 털어 네팔에 찾아갑니다. 하지만 거기서 만난 에이션트 원은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단다"라며 다차원 우주(멀티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완전 빡친 스트레인지의 감정이 격해지자 에이션트 원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머리를 때려 한 방에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립니다.
5. 닥터 스트레인지의 안드로메다 관광 장면은 영화에서 백미입니다. 감독인 스콧 데릭슨은 이 영화를 일컬어 '사이키델릭'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정말 이 장면은 마약을 한 것 처럼 환상적이며 기괴하며 토나올 정도로 매혹적인 화면을 보여줍니다.
6. 이 관광을 계기로 에이션트 원 밑에서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초반에 다른 사람보다 더디게 실력이 늘지만 다시 한 번 에이션트 원의 "하면된다!"라는 가르침을 통해 급격하게 실력이 늘게 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원래 천재인 것도 있지만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선택된 구세주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7. 생각외에 신 스틸러들이 등장합니다. 사서로 등장하는 '웡'과 닥터 스트레인지의 아이템중 하나인 '레비테이션 망토'가 생각외로 재미를 줍니다. 레비테이션 망토는 알라딘에 등장하는 마법의 양탄자로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스스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비행능력이 있습니다.
8. 적으로 등장하는 '캐실리우스'는 쉽게 소비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뭐 박근혜를 뒤에서 조종한 최순실처럼 '캐실리우스'를 뒤에서 조종하는 '도르마무'라는 어마어마한 존재가 있으니 '캐실리우스'는 중간보스 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도르마무'의 다크 디멘션은 행성을 집어 삼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와 도르마무의 싸움 역시 DC의 영화들처럼 그리 장렬하거나 처절하진 않습니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에서 최후의 보스전을 댄스 배틀로 시작했듯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타임루프라는 방법으로 싸우게 됩니다. 마블의 빌런들은 사건을 만드는 말썽꾸러기 역할만 할 뿐 이야기 구조에 그리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습니다.(한 쪽으론 불쌍하기도...)
9. 마블의 시네마 유니버스는 모든 시리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기존에 다른 마블영화와 달리 초자연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과연 이 영화가 어떻게 연결되나 했는데 마블은 그걸 또 해냅니다. "어벤저스는 물리적인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마법사 또는 소서러 수프림)들은 다른 차원의 존재들을 방어하며 지구를 지킨다"는 설정이 더해집니다. 결국 차후에 연결될 '인피니티 워'에서는 전 우주적 존재인 '타노스'와 싸워야 하고 거기에 인피니티 건틀릿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밸런스로 따지자면 어벤저스+가디언스 오브 갤럭시로는 택도 없는 싸움이 될 것 입니다. 당연 닥터 스트레인지가 인피니티 워에 필요합니다.
10.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실 마블 캐릭터 중 최강이라 할 만큼 사기 캐릭터 입니다. 능력 자체도 유체이탈 상태에서 물리력을 발휘하고 시공간을 조작할 수 있고 시간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시간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차원을 마음대로 드나들수 있고 염력도 가지고 있으며 행성을 파괴할 정도의 우주적 힘을 끌어다 쓸 수 있고 현실조작과 투명화, 영혼파괴, 소환술, 죽은자와 대화 등등....정말 DC나 마블 히어로들의 능력을 모두 모아 한사람한테 몰아준것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 중 일부의 능력만 보여주고 어느정도 너프(힘을 약하게함)시켰지만 차후에 연결될 영화에서는 그 능력이 모두 사용될 것 같습니다.
*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특별한 반전이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니다 보니 스토리텔링이 조금 진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은 적절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은 히어로 무비들이 괜히 욕심만 부리다 망하는 경향(특히 DC)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 이 정도의 밸런스면 닥터 스트레인지 1편은 굉장히 순조로운 출발 같습니다. 기대도 안하고 보았던 앤트맨이 재밌었던 것 처럼... 겨우 20명도 안되는 히어로들 가지고 시빌워를 해? 라고 했지만 결국 재밌었던 것 처럼... 마블의 히어로 무비는 이제 어느정도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특히 닥터 스트레인지는 아이언맨이 비공식적으로 은퇴한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다른 시리즈들의 충실한 가교 역할을 할 듯합니다.
*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분께 추천드립니다. 또한 이 영화를 안보시면 앞으로 나올 '토르 : 라그나로크'와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를 보시는데 심하게 지장을 받으실 겁니다. 그러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