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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호 Apr 09. 2019

인도 카스트가 법적으로 폐지?

인도 카스트에 관하여

작년 말 우연히 EBS에서 세계지리 수능특강을 보게 되었는데,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현재 ‘법적으로 폐지’ 되었다고 밑줄까지 치며 가르치고 있었다. 대학 시절 전공 교수님이 얼마 전에 낸 과제에 학생들이 카스트가 폐지되었다고 답을 해서 죄다 오답처리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그런 오해가 정답처럼 퍼져버린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아니, EBS에서, 수능에서 그렇게 가르치는데 어떤 학생이 그것이 잘못 된 것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우선, 인도에서는 카스트를 폐지한 적이 없다. 인도헌법 15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The State shall not discriminate against any citizen on grounds only of religion, race, caste, sex, place of birth or any of them.' 국가는 종교, 인종, 카스트, 성별, 출생지 등 그 어떤 것에 때문이라도 시민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즉, 인도는 카스트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것이지 카스트 자체를 폐지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인도에서는 지정카스트(Scheduled Caste), 지정부족(Scheduled Tribe), 기타후진계급(Other Backward Classes) 등을 만들고 이들을 위한 보상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학교 입학이나 공기업 취업 시 이들을 위한 쿼터제를 시행 중이고, 이 때문에 고의로 자신의 카스트를 낮추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층카스트에서는 당연히 이를 역차별이라고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인도, 자이살메르에서


그리고 카스트는 ‘제도’가 아니다. 인도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카스트라는 법안을 발의해서 통과시키고 행정부가 관리하다가 여건이 안 되면 폐지시킬 수 있는, 그런 제도가 아니다. 조선시대의 경우 공노비니 사노비니 하여 ‘아무개는 노비다’ 라고 문서를 만들어 관리를 했다. 그래서 조정이 재정이 딸리면 면천을 해서 노비를 양인으로 만들어 납세를 하도록 하기도 했고, 조선 후기에 노비문제가 심각해지자 조정차원에서 노비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공노비 문서를 태우는 공노비 혁파부터 시작하여 갑오개혁 때 아예 노비제도 자체를 폐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카스트는 저런 노비제도나 반상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카스트란 정체성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 개인에게 부여되는 정체성과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쉽게 표현하면 내가 대전에서 이씨 성을 가진 남자로 태어난 것처럼, 그냥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정체성인 것이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사회적 체계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 인도에서 카스트를 없애버리고 싶다면, 영화 매트릭스처럼 세계관을 아예 싹 포맷해야 한다. 

  

헷갈려서는 안 되는 것은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카스트가 다르다고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은 분명이 없어져야할 악습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인도인들의 기본적인 정체성인 카스트 자체를 없앤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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