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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편식당 Jun 24. 2021

[IT]자동차와 자율주행로봇의 오묘한 만남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그들이 주목하는 로봇의 향방은?



6월 21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뱅크그룹에서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배 지분 인수를 최종 완료했습니다. 인수 결과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지배 지분은 소프트뱅크그룹이 20%, 현대차그룹이 80%를 갖게 됐습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는 어떤 기업일까?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자율주행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AMR)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자율주행로봇, AMR이란 별도의 조작 없이 감지 센서 등을 이용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의미합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4족 보행 로봇 'Spot'이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물류를 감지해 적재하는 로봇팔 'Stetch'를 선보인 바 있죠.


https://youtu.be/tf7IEVTDjng

Boston Dynamics youtube channel, 4족 보행 로봇 'Spot'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로봇 산업이 놀랍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두주자입니다. 감지 센서로 장애물을 피해서 가는가 하면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밀어내고, 걸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설정 경로로 향하는 등 다재다능한 능력을 뽐냈습니다. 실생활에 로봇이 등장하는 날이 온다면 'spot'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그들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2013년 구글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했으나 3년 만에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게 매각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더 지난 지금,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또다시 현대차로 지분이 넘어가면서 매각되고 말았습니다.


구글과 소프트뱅크의 매각 이유에는 로봇이 단기적으로 상용화되어 수익을 내기에 어렵단 점이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물을 인식하고 뛰어넘거나 물류 이동-적재 등 통합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인력을 대체할 정도의 가성비가 나오지 는 않죠. 로봇이 하는 일은 대체로 인간이 할 수 있고, 로봇의 가격만큼 비용이 나가지도 않습니다. 로봇의 유지 및 관리 능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인 상황이죠.


현재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만한 곳이라면 무거운 물류를 운반하는 일 정도입니다. 실제로 AMR의 사용처는 대부분 물류 창고이기도 합니다. 부피나 무게가 큰 물류를 지정 장소로 대신 옮겨주는 것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의 일을 처리하기에 로봇은 너무 비싸고, 배터리 소모 값이 높으며 역할이 한정적입니다. 뛰어난 기술력에 비해 상용화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로봇 산업의 현재 상황입니다.



자동차와 AMR의 만남,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로 향할까


전기차 시장의 뛰어든 현대인만큼, 배터리와 자율주행 시스템 등 유사한 특징을 가진 로봇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어색하진 않습니다. 다만 로봇 산업이 여전히 상용화 여지가 적다는 점, 전기차 시장 선점이 시급한 현재 상황에 다른 분야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인수는 현대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브랜드로 가기 위한 시발점이 되어줄 거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5 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해당 행사의 요지는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상용화 ▲도심 항공교통수단(UAM) 개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로보틱스 개발 등 미래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브랜드가 되겠다는 얘기겠죠.


아울러 지난달 12일, 뉴스1에서 진행한 '미래포럼 2021-새 희망, 새 패러다임'에서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의 차두원 소장 자율주행이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란, 물류 사업 분야에서 배달 물품이 고객에게 도달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현재는 이커머스 시장의 물품이나 배달 음식 등을 인력인 배달 기사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력 중심인 배달 시장도 미래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로봇의 영역으로 대체될 거라는 이야기겠죠.



실제로 미국의 피자 브랜드 도미노피자는 지난달 4월 초부터 휴스턴 지역에서 자율주행차량 'Nuro'를 활용해 무인 배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도미노피자는 한국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배달 테스트를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차 소장은 현대차그룹이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시장에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유망한 B2C 배달 서비스 시장에 활용할 자율주행, 미래형 모빌리티를 양산하기 위함이라는 거죠.


<편's add, 주관적 결론> 결국 관건은 상용화 가능성, 로봇이 인력보다 앞서 나가려면

분명 현대차그룹의 행보나 로봇 기업을 인수한 방향성은 마냥 허황된 게 아닙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는 더 빠르게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사람과의 간격은 멀어지고 디지털 세상과는 더욱 가까워지겠죠.


다만 시기상의 문제는 분명 간과할 수 없을 겁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2025년, 지금부터 4년 후까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기술이 상용화될 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미래형 로봇 'spot'이 보여준 기술은 뛰어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의문부호가 붙고, 한 대당 7만 4천달러(약 8천 3백만원)로 편하게 사용하기엔 너무 비쌉니다.


상용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적당한 가격대로 현실에서 쓰일 만한 기술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거죠. 상용화의 핵심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맡은 역할의 효율성이니까요.


따라서 해당 인수 건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기술력의 초점 맞추기가 관건이 될 겁니다.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훌륭한 기술력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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