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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편식당 Jun 28. 2021

창업, 메이커 공간서 초록빛을 심다(1)

창업 지원 전문 랩 '메이커 스페이스', 한국의 차고(Garage) 될까


메이커(Maker)란 상품 제작자, 제품 개발자 등으로 불리며 전 산업의 기반이 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번 '초록색 갈피'의 콘텐츠에서는 제조 분야의 창업 스타트업과 기업의 기틀이 되어줄 메이커 스페이스를 소개합니다.




지난 16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권칠승 장관이 고려대학교를 찾았습니다. 고려대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인 'X-Garage'에 방문해 제조 창업 지원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권 장관은 메이커 스페이스 현황을 듣고 이날 참석한 3개사의 스타트업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 날 권 장관은 정부의 메이커 스페이스 확충 계획안을 전달하면서 "메이커 스페이스를 제조 창업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기부에 의하면 현재 12곳인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 랩을 2022년까지 30곳까지 확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고려대학교 'X-Garage'를 방문해 공간 운영 현황을 듣고 있는 권칠승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사진출처=중소기업벤처부)


뿌리부터 시작한 해외의 메이커 문화, 국내 상륙하다


메이커 스페이스란 개방형 디지털 제조(Digital fabrication) 공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디지털, 사물 인터넷 등 첨단 제조 분야의 메이커(개발자, 제조업자)들이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활성화 공간이죠. 무료로 공간을 개방해 해당 업계의 진입자에게 기술을 알려주기도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1995년 베를린, 'C-Base'라는 팀으로 출발한 해커스페이스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모여 기술과 인프라를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가 시간이 지나면서 3D 프린터, 데스크톱 레이저 절단기 등의 디지털 제조기기와 결합하게 되어 현재 메이커 스페이스의 개념으로 확장됐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MIT서 등장한 팹 랩(Fabrication Laboratory)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테크샵(Techshop)을 시작 단계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메이커 문화는 DIY(Do it yourself, 스스로 물건을 만드는 것)나 차고 창업(Garage Start-up)이 활발했던 미국에서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이후 2005년 창간한 메이크 매거진에서 메이커라는 용어가 처음 자리 잡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이 이를 언급하면서 메이커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됐습니다.


우리나라에 메이커 문화가 둥지를 틀기 시작한 때는 2016년 이후입니다. 정부 주도 하에 창업 및 제조 교육을 담당하는 메이커 스페이스가 전국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중소기업벤처부가 시작한 '한국형 메이커 스페이스 활성화 방안' 이후 지원 확대가 증가됐죠. 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대중들이 디지털 제조 및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일반 랩 180곳, 스타트업 창업 지원 및 기업 연계를 중점으로 하는 전문 랩 12곳으로 총 192곳의 공간이 활동 중입니다.


아이디어가 현실 되는 전문 랩, 제품 컨설팅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중기부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3년간 전국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 랩에서 배출한 창업 스타트업은 52개 업체라고 합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 전반이 위축됐단 걸 감안하면 좋은 성과인 듯합니다.


전문 랩의 창업 지원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에 민간 스타트업 협력업체 가담이 늘고, 엑셀러레이터가 직접 전문 랩을 이끌게 되면서 창업 생태계 진입 환경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창업을 처음 시작하는 진입자에게는 금전적 지원보다도 제품 컨설팅과 기술 교육의 기회가 중요합니다. 제조 창업은 아이디어 구상은 쉬울지 몰라도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하거든요. 제품 제작에 필요한 소재나 기술을 모르면 제작으로 들어가는 단계에서 막히기 쉽습니다. 알음알음 배워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방향성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죠.


전문 랩의 창업 지원을 받은 한 창업자는 편식당과 전화 인터뷰에서 '전문 랩의 교육은 초기 창업자에게 타 창업 지원 사업보다 훨씬 좋은 기회'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한 기술 교육과 제조 장비가 배치되어 있어 제품화까지 빠른 시간에 이룰 수 있었다"는게 해당 창업자의 설명입니다.


[편's add] 정부 주도 사업의 한계, 이번에는 넘을 수 있을까


미국의 창업 문화는 오래전부터 시작해, 민간 중심에서 국가 중심이 된 '바텀업(Bottom-up)'문화의 사례입니다. 창업을 바라보는 편견이 없고 그간 쌓아온 인프라와 노하우도 깊죠. 반면 우리나라 창업 문화는 이제 막 태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주도 하에 크는 분야기도 하죠.


'탑다운(Top-down)' 방식의 국가사업은 막대한 투자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는 있으나 대중적 의식 변화와 지속성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변화와 의식 변혁에 필요한 시간에 비해 투자기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막대한 투자로 창업, 스타트업을 발굴해내기는 쉬울지도 모릅니다. 좋은 인력을 지원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보내면 되니까요. 실제로 중기부에 의하면 메이커 스페이스는 지난 3년간 52개 기업에 달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투자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는 뚜렷한 셈입니다.


만약 국가 주도의 투자가 종료되면 메이커 스페이스의 운영은 어떻게 될까요? 메이커 스페이스가 무료로 제공하던 전문가의 컨설팅, 제품 검수 및 3D 프린팅 장비 등의 운영을 이전처럼 이어나가는 게 가능할까요?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장비를 대여하는 정도는 이어질지 몰라도, 스타트업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은 점차 멈출 수밖에 없겠죠.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은 몇 년이나 업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실제로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겠죠. 다만 '척박한 땅에서 내린 씨앗이 꽃을 피울 수는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좋은 제품을 생산해줄 공장을 찾을 수 없다면, 이미 자리 잡은 시장을 돌파할 네트워크가 없다면, 제품을 업데이트해줄 노하우나 전문가가 없다면 창업의 문은 깔때기처럼 좁아지기만 할 겁니다.


창업 문화가 이어지려면 지속적인 투자는 필수입니다. 투자가 있으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겠죠. 과연 메이커 스페이스는 가치가 있는 공간일까요. 창업 문화를 이끄는 '한국형 차고'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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