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커피에서 그 많은 맛을 느낄 수 있는지, 나와 같은 걸 먹은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
그의 차례. 그는 2번과 5번 커피를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2번은 싱싱한 과일이라면, 5번은 익은 과일 느낌이 났다고 답했다. 처음 듣는 커피 표현에 모두가 웃었고, 기가 막힌 비유에 감탄했다.
내 차례가 됐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대표님이 말씀하신 얘기가 생각났다. '시간에 따른 맛의 변화.'
다른 커피들은 처음과 끝의 맛이 달라졌다. 그게 커피가 주는 다양한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내 입에는 맛이 점점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커피를 오래 홀짝이며 마시는 터라, 처음 느낀 맛이 쭉 이어졌으면 싶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2번커피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처음 맛봤을때 느꼈던 맛과 향이 시간이 지나서도 꾸준히 유지되어서였다.
2번 커피가 좋았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요 근래에 자주 마시는 커피와 맛과 향이 유사했기 때문. 처음 맛보자 마자 든 생각
'아니, 이건...!농밀하고 화려한 과일과 원두가 발효되었을 때 나오는 약간의 쿰쿰함...!'
'이..이건 콜롬비아다..!..발효시킨...!'
(실제 답은 콜롬비아 게이샤였다)
커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대표님이 정답을 공개했다. 예상했던 게 있는가 하면, 상상도 못한 커피도 있었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그와 내가 그토록 많이 마셨는데도 맞추지 못했다. 원두를 어떻게 가공했고, 어느 산지에서 수확했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신기하다.
케냐라고 확신했던 원두가 있었는데, 그건 케냐 원두를 코스타리카에서 재배했다고 한다. 근데 그럼...그건 코스타리카인가요? 케냐인가요?
(그 외엔 맛의 특징을 몰라서 유추조차 못했다)
어리둥절을 기본값으로 주춤대며 커핑에 참여했지만,
초심자의 행운이랄까... 많은 지식이 없어서 오히려 적은 범위에 집중할 수 있어서일까...
걱정보다 괜찮은 감상을 남겼던 것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처음의 긴장과 달리 공통 이슈가 생기니 다른 사람들과도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보통의 포스가 아닌 사람들에게 커피 업계 종사자냐고 물어봤고, 사람들을 답했다.
"그냥 커피를 좋아해요. 엄청엄청"
생전 처음 해보는 커피 경험. 커피는 점점 내게 마시는 것 보단 경험하는 게 되어간다.
카페를 나서며 그와 얘기했다.
"앞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마시지 말고, 안마셔본 것도 마셔보자!"
"인도, 브라질, 우간다...뭐 우리가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가공했냐에 따라 또 달라지니까 다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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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키에 방문하신다면 꼭 예멘 커피를 드시길! 예멘은 우리나라에서 잘 취급하지 않는데, 로우키에서 예멘 커피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화려한 맛이 코와 혀를 싸악 감싸노...' 내가 마시는 게 레드와인인지, 커피인지 알 수가 음슴. 커피를 다 마신 후에도 후각 어딘가에 맴돌아 불현듯 포도향이 나요.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이 커피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맛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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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은 매주 일요일 '로우키 헤이그 라운드'점에서 진행됩니다. (인스타 참조 : @lowkey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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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든든하게 먹고 가세요. 저는 거의 빈속을 카페인으로 후드려팼더니 조금 힘들었어요. 슬러핑할때 맛보고 다시 뱉어도 되지만, 저는 그걸 몰라서 다 마셨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