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그때 참 풋풋했었지'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풋풋했던 시절'에는 여러 가지 예시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연애하던 시절을 빼먹을순 없을 겁니다. 그것도 풍족하진 않았지만 부족함 또한 느낄 수 없었던 학창 시절의 연애를요.
다가오는 기념일. 이성 친구와 분위기 내며 파스타 한 그릇이라도 먹어보고 싶지만, 눈치 없는 지갑은 늘 빈틈만으로 가득합니다. 그렇게 다급하게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괜찮은 가격대와 맛을 가진 레스토랑을 열심히 검색해 본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가게는 '그때 이 가게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드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훌륭한 음식과 분위기 그리고 서비스를 선보이는 곳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풋풋한 가격에 그렇지 못한 성숙한 맛을 담고 있는 가게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가성비란 말이 어울릴 법도 하지만, 저는 '풋풋함'이라는 표현을 더 쓰고 싶습니다. 가성비는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반면, 이 가게는 가격, 맛, 서비스 모두에서 특별한 만족감을 주거든요. 그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풋풋함'이 아닐까 싶네요. 데이트를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 모으며, 괜찮은 가격대와 맛을 가진 레스토랑을 열심히 찾아봤던그 시절을 풋풋했다고 말하는 것처럼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가게는 강낭구 청담동에 있는 <리알토>입니다. 리알토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한 지역으로 청담동에 있는 리알토 역시 이탈리아의 맛을 담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가게에 방문한 시간은 평일 점심 12시 45분경이었습니다. 가게 안은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이미 만석이었습니다. 그러니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예약을 하고 가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점심시간에는 코스 주문만이 가능하며 코스는 3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메인메뉴는 제노베제, 따야린, 카치오 에 페페, 뇨끼, 라자냐 중에서 고르면 되고, 디저트는 티라미수와 젤라또 중에서 고르면 됩니다.
애피타이저가 나왔습니다. 정확한 메뉴명은 몰랐지만, 요리를 갖다 줄 때 설명을 충분히 해주시기에 음식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처음으로 먹은 건 카프레제였습니다. 썬 드라이드 토마토와 바질 페스토, 브리타 치즈, 튀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감칠맛 넘치는 토마토의 새콤달콤한 맛과 부드럽게 씹히는 브리타 치즈가 매력적입니다.
카프레제 반대편에는 파스트라미와 사과, 루콜라, 치즈튀일이 층층이 쌓여있는 형태를 갖춘 음식이 놓여 있습니다. 먹는 방법으로는 함께 싸서 다 같이 먹는 것을 추천해 주셨는데, 한 입 먹어보니 알싸하면서도 씁쓸한 맛들이 무척 오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애피타이저 한 접시에 짠맛, 단맛, 고소한 맛, 신맛 등 맛은 물론 부드럽고, 바삭하고 등 다양한 식감까지 담겨 있어서 본 음식에 들어가기 전에 모든 미각세포를 깨워주는 것만 같은 요리였습니다.
애피타이저를 다 먹고 나면 메인 접시가 나오기 전에 커트러리를 한 번 교체해 줍니다. 덕분에 코스를 섬세하게 운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레스토랑에 대한 신뢰감과 만족감을 한번 더 쌓을 수 있을 수 있게 됩니다.
메인 요리로는 따야린과 라자냐를 주문했습니다. 따야린은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역의 전통 파스타인데, 노른자를 넣어 만든 생면이 들어가고 버터와 크림, 치즈 등으로 만든 소스가 들어가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면 자체만으로도 무척 고소했으며, 소스는 무척 꾸덕꾸덕하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라자냐는 사실 다른 후기를 참고하다가 비주얼이 좋아 보여서 주문한 거였는데, 제가 봤던 비주얼 대로 나오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날의 재료에 따라 사이드가 조금씩 바뀌는 듯합니다. 실망스러웠던 점은 비주얼뿐만 아니라 맛에도 있었는데, 고기의 탄맛(쓴맛)이 소스의 맛을 다 가리는 듯하여 무척 아쉬웠습니다. 맛이 없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유난히도 쓴맛이 거슬렸던 요리였습니다. 그렇다고 다시는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될 정도는 아닌, 하나의 해프닝 정도였습니다.
느끼할 때쯤엔 파스타와 함께 나온 알타리 피클을 먹으면 좋습니다. 아삭한 식감에 적당하게 갖춘 시트러스 풍미가 정말 일품입니다.
디저트는 솔직히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코코넛의 단맛과 민트의 시원함, 파인애플의 새콤함을 갖춘 젤라또는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기에 충분하다고 느꼈고
티라미수는 일본의 계란찜인 차완무시처럼 정말 부드러웠습니다.
파스타를 돈 주고 사 먹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기대치가 많이 높아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만족스러운 한 끼였습니다.
리알토는 이번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5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그러니 더욱 사람이 붐비기 전에, 차가 없어도 괜찮으니 한번 방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