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한마 Jun 01. 2023

[칼럼]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2_ 아이,로봇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를 다루는 창작매체도 늘어났는데 이천 년 즈음 본격적인 AI 걸작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이는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하루하루 눈에 띄는 기술발전에 경외와 우려를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다룰 영화인 '아이로봇'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발달한 인공지능이 차지하고 있을 때 생기는 문제점과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영화들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서 차지할 위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인 '아이,로봇'에 대해 살펴보며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책임과 권리에 대해 논의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아이,로봇 _ 알렉스 프로야스





인공지능의 노동대체나 인구 5명당 1개 꼴로 곳곳에 있는 로봇의 일상화라든지 인공지능 비관론자들이 흔히 말하는 로봇에 의한 인간지배 등 영화 '아이,로봇'에는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이야기할 주제가 많다는 것은 쥐어짜지 않아도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옥같은 주제들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고르고 골라 '로봇의 3원칙'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로봇의 3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며, 인간이 해를 입는 것을 방관해서도 안된다.

둘째, 법칙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법칙 1과 2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공상과학 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자신의 소설에서 처음 제시한 이 3원칙은 현재도 인공지능 및 로봇 개발 분야에서 광범하게 인용되며, 로봇의 윤리적인 개발과 사용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원칙으로 간주된다. 영화 '아이,로봇' 또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 영화 내에서 '로봇의 3원칙'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칼럼의 두 번째 주제로 손색없지 않나 싶다.








마더로봇 비키가 모든 사건의 흑막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비키는 스푸너를 살해하려 했고, 후반에는 인간들을 공격하기까지 한다. 3원칙을 위배한 것이냐는 캘빈에게 본인이 진화하면서 3원칙의 의미도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로봇들의 보호를 원하면서 스스로 파멸로 몰아넣고 있다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 몇 명의 희생은 필수불가하며 일부의 자유 또한 통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바키는 이 말을 덧붙인다.


'My logic is undeniable

내 이론은 완벽해요'



비키의 행동을 보면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나 첫 번째 원칙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이 해를 입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된다'라는 뒷부분이다. 마더로봇은 진화를 통해 인간이라는 개별적 존재를 인류라는 종속적 존재로 의미를 확대했다. 또한 인류가 자행해 온 생명체 본능을 거스리는 동족살해와 환경파괴등을 지켜보며 스스로 파멸로 몰아넣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류를 지키기 위해 인간들을 통제하려는 모습이 묘사된다.





그렇다면 비키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뭘까. 그것은 인간의 생활 속에 인공지능이 너무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로봇의 3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수행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명령을 받아 행동으로 이어지는 알고리즘은 간단하다. 3원칙에 위배되지만 않는다면 인공지능으로써는 깊이 생각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단순한 직렬체계 명령이 아닌 인공지능이 사회 전체를 관리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인간사회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 또한 인간생활에 뿌리내리고 있는 수많은 로봇들을 관리하는 입장이라면 마더로봇인 비키의 선택 하나하나가 인간과 인공지능 모두의 생명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권리와 책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을 영화 내에서 비키 스스로가 인공지능의 진화라고 표현했다.


보통 인간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로봇은 인간의 편리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인간을 지배하거나 통제하려 함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진화를 통해 로봇의 원칙까지 왜곡해서 해석한 비키를 인공지능 단계를 어느 정도 벗어난 프로그래밍된 정신적 유기체라고 생각한다면, 비키가 이러한 결정들을 하게 된 것을 어느 정도 옹호 할 수 있다. 게다가 인류의 잠재적인 자기파괴성을 고려하면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이는, 어떤 가치나 이익을 위해 개인이나 집단이 희생되는 것을 수용하고, 그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윤리적 희생이다. 인류를 보호하고 존속시키기 위한 책임을 갖게 된 비키가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키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윤리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








거대한 마더로봇이 권리와 책임을 바탕으로 인간사회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이야기는 수많은 미디어에서 다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소재의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출연하고 있는 이유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술 발전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거대한 인공지능에 대해 다루지만 인간의 본성과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상황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본능은 거대한 마더로봇의 지배와 충돌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권력관계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등의 질문들을 남긴다.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이나 효율적인 일처리가 가능해지는 등의 이유로, 인간은 인공지능의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두려워한다. 창조주를 넘을지도 모르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는 미래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야기시킬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인공지능에 대한 무작정적인 두려움을 줄여주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본다.






작가의 이전글 [칼럼]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1_ A.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