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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마 May 30. 2023

[칼럼]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1_ A.I

감정,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


요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큰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사로만 접했던 인공지능의 발전이 내 눈앞까지 온 것 같았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고,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이 점차 일상에서도 점점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득 AI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 작품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인공지능과 인간 간의 관계, 역할 및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어 같이 생각해 보면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이번 시리즈 칼럼에서는 AI를 주제로 한 영화들을 하나씩 소개해 보며 그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를 함께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갖으면 좋겠다





A.I _ 스티븐 스필버그





2001년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A.I는 미래사회에서의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수많은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들이 있지만 A.I를 첫 번째 영화로 선택한 이유는 인공지능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작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철저히 아이의 모습을 하고 아이의 감정이 프로그래밍된 데이빗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엄마로부터 버림받으면서 데이빗의 모험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로봇인 데이빗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어서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판단해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줄 '푸른 요정'을 찾아 나선다.






의아한 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후 마지막 장에서 미래의 로봇이 엄마를 잠깐 보여줄 때까지 단 한 번도 엄마는 나오질 않는다.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함이 데이빗의 목적임에도 어느샌가 그녀의 존재감이 상당히 작게 느껴진다. 게다가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엄마도 냉정하게 보면 데이빗의 진화한 감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 따라서 데이빗이 엄마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푸른 요정을 찾아 인간이 되기 위한 모험이 이야기의 주 내용이지만 안에 '인공지능에게 프로그래밍된 감정이 어떻게 진화하는가'라는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엄마가 잠이 들려하자 데이빗은 이별이 다가왔음을 알고 슬픔을 애써 숨기지만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이 장면은 인공지능의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이는 인공지능인 데이빗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감정을 가지게 됐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는 의문점이 든다. 어떻게 데이빗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감정을 갖게 됐을까.


◾ 첫 번째로 우러나오는 감정이 아닌 단순히 학습한 감정일 때, 이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발전 때문일 수 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하여 스스로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현재 상황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감정적인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 물론 이렇게 학습한 인공지능의 감정은 진짜 인간의 감정과는 궤를 달리한다. 인간은 현실에서 수많은 감정을 체험하며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반면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기반한 감정을 학습하고 추론할 뿐이며, 실제로 감정이 나타나는 체험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감정이 체험을 기반으로 진화하는 것과 인공지능의 감정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것은 애초에 도달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인간과 인공지능이 인지하는 '우울함에서 오는 슬픔'의 감정의 개념이 서로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 두 번째로 단순히 학습한 감정이 아닌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갖게 됐을 때, 정말로 실질적인 경험으로 인간과 동일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면 이는 인공지능의 진화라고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로봇은 인간이 하는 일들을 돕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선요구가 있어야 로봇이 행동하거나 인간이 프로그래밍해 둔 것을 로봇이 처리하는 식의 후행동적 알고리즘이다.


- 하지만 영화에서의 데이빗은 보통의 로봇들과는 다르다. 인간의 아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로봇이며 선으로 인간의 사랑을 요구한다. 물론 이것도 프로그래밍이 된 것이지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로봇의 존재 의의를 뒤집는다. 데이빗은 프로그래밍된 목적에 따라 엄마의 사랑을 받기 원하며 사랑의 테두리 안에 존재하기를 계속해서 갈구한다. 이것은 보통의 로봇과는 다르게 '욕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욕구가 지골로 조와 함께 경험한 모험과 융합되면서 마침내 데이빗은 고등한 감정을 지니게 됐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처리를 학습할 때 표정, 자세, 말투, 경험, 문화 등 모든 미묘한 가정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유한하면서도 방대하기에 무한의 수에 가깝다. 즉, 단순히 데이터 분석을 통한 학습으로는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 또한, 인공지능은 학습된 데이터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에,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에 인간은 새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얼마 전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에서 인공지능의 추월이 가까워지며 인공지능에 인간의 감정을 불어넣는 개발 또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근미래는 아닐지라도 먼 미래에서는 인간의 감정까지 탑재한 인공지능이 우리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AI는 인공지능에게 감정이 생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데이빗을 창조주인 박사가 '신인류'라고 칭한 것은 데이빗이 마침내 인간과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갖게 된 데이빗을 과연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말 그대로의 '신인류'일까.


인간은 계속 '감정'에서 고유한 인간만의 기능을 찾는다. 그리고 날마다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을 보면서 인간만이 갖고 있을 '인간성'에 대해 점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집착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잠재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기보다 변화하는 인간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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