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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절을 기다린다

by 러너인

“감사합니다. OOO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문의 좀 드리려고요. 저는 지금 지역 도서관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고 올해 초 달리기 책을 낸 출간작가인데요, 중고등학생 대상 동기부여 특강이 가능한지 문의드리려고 연락드렸어요.”

“지금 강사로 활동하고 계시나요?”

“저는 대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작가입니다. 마라톤을 5년 정도 했고 100km 울트라마라톤도 뛰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고 틈틈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혹시 책 제목을 여쭤봐도 될까요?”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입니다.”
“네. 그렇군요.”
“올해 3월에 출간했고, 가수 요조 님이 낭독한 오디오북도 10월에 출시되서 밀리의서재·윌라 등에 올라가 있어요. 40대가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이야기인데, 저도 중3 딸, 대학생 딸이 있어서 함께 달리며 변화된 모습도 만날 수 있었어요. 요즘 아이들도 러닝을 유행이더라고요. 그래서 사춘기 친구들에게도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성인 대상 강의는 최근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공무원 대상 특강을 했고, 도서관에서도 재능기부 강의도 진행했어요. 기회가 되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어요.”


“그러시면 이력서나 소개 자료를 보내주시면 저희가 프로그램 기획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보내겠습니다. 모든 기회가 소중하니까요. 경기도인재개발원은 유료강의였지만, 도서관에서는 재능기부도 하고 있으니 둘 다 가능해요. 특히 번아웃은 사춘기 때 많은 아이들도 겪는 문제이고, 입시 스트레스도 심하니까요. 저도 대학에서 일하다 보니 그 부분을 더 깊이 느껴요. 오늘도 마침 도서관 운영위원회가 열렸는데 고등학교 선생님이 계셔서 청소년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가 바로 전화드렸어요.”


“어느 도서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세요?”
“용인 상현도서관이에요. 이번에 용인시 휴먼북으로 등록했더니, 운영위원 임기가 새로 시작되면서 함께 해보자고 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저는 책 몇 권 더 팔려고 말씀드리는게 아니에요. 제 이야기를 만나서 달리기를 시작하거나 용기를 내시는 분이 계시니까요. 오늘 이렇게 용기내어 전화드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희 팀 학교 지원 프로그램은 회차가 길어서 전문가를 따로 섭외하지만, 1~2회차 진행하는 청소년 대상 도서관 행사라면 좋을 것 같거든요. 메일 주소 알려드릴게요. 000@000입니다.”
“네, 정리해서 자료 보내겠습니다. 제 책은 지금 검색하시면 바로 나와요. 꾸준히 알리고 있어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을 때 큰 의미가 있다고 믿으니까요. 지금도 용기내서 전화드렸어요.”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일 기다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기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인생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다. 나는 누군가 문 열어주길 기다리지 않는다. 내 인생의 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간다. 나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나 자신만 아름답게 가꿀 뿐이다.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주로에 나가서 땀흘리며 달리는 순간만이 아닌 보도블록 위, 사무실 위 모든 곳이 도전의 장소이고 뜨거운 트랙이다.

나는 거절을 기다린다. 또다른 도전도 기다린다. 거절당해도 괜찮다. 나는 내 삶의 작가니까. 나는 거절을 기다린다. 나는 내 삶의 러너니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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