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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성인식에 초대합니다

꿈꾸는 러너 35인의 글로벌 북토크

by 러너인

DM이 왔다. 소중한 자리에 초대받았다. 12월 10일 오전 11시 꿈꾸는 러너 35인의 공저 <나는 꿈꾸는 러너다> 작가님들의 글로벌 북토크다.

올해 4월 25일 출간 후 7개월 15일 만에 첫 북토크라니 얼마나 기쁘고 벅찰까. 나는 첫 책을 내고 2개월 21일째 되던 날 첫 북토크를 했다. 처음으로 책을 쓴 작가로 세상 앞에 나선 날, 많이 떨리고 설렜다.

어느 분께 북토크 소식을 알렸더니 "북토크? 그런 건 연예인들이나 하는 거 아닌가? 무슨 이야기를 해요? 에너지젤이 뭐가 좋다? 아니면 팔치기 방법?" 살짝 당황했지만 웃음이 났다. 나도 책을 내기 전에는 북토크를 할 필요나 이유를 잘 몰랐다. 연예인 같은 유명작가님들이 팬미팅하는 자리 정도로 생각했었다.

비슷한 시기에 책을 낸 분들의 북토크 소식이 연일 sns를 뒤덮고 있었다. 누군가는 아예 책 뒤에 QR코드를 넣어 출간과 동시에 북토크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때 깨달았다.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구나."

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남들이 얼마나 빠르게 가든 상관없었다. 주로 위에서 뛰어야만 달리기가 아니다. 외로운 날에도 나를 믿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것, 그 모든 것이 달리기였다.

책 출간에 수년이 걸렸다. 그때는 ISBN을 찍고 서점에 내 책이 나오는 게 목표라고 여겼다. 아니었다. 단지 내 이야기가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졌을 뿐 세상은 내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 백일잔치로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음을 세상에 알리듯 북토크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자리다. 연예인이나 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북토크를 하고 싶었다. 한두 번은 책을 내면 알아서(?) 북토크 자리가 생긴다는데 여의치 않았다. 어디서부터 뭘 시작해야 하는지. 태어나보니 돌봐주는 부모가 없이 덩그러니 고속도로 위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지인들은 책이 나왔다고 축하를 건네는데,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랐다.

친한 동생이 '형님, 트랙 위에 좌판이라도 깔아드려요?'라고 우스갯소리로 물었지만 속상했다. 누군가 돌잔치를 차려주는 작가들의 북토크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돌잔치가 뭔지 궁금한 아기처럼 아장아장 걷는 마음으로 갔다.

첫 북토크는 긴장된다. 어느 북토크엔 사회자가 따로 있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 서점의 간이의자는 불편했지만 세상에 나온 첫 기쁨을 전하는 상기된 작가의 얼굴이 좋았다. 출판사 대표, 편집자, 가족, 지인들이 와서 축하해 주는 첫 북토크는 정말 돌잔치 같았다.

혈혈단신 세상을 살다가 화목한 어느 집 저녁식사를 엿본 느낌이었다. 조용히 줄 서서 책에 사인을 받고 돌아오는 길은 좋기도 했지만 슬픔도 있었다. 문제는 단 하나,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 세상은 책을 내라고만 했지, 어떻게 알리고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첫걸음부터 스텝이 꼬였지만, 결국 깨달았다. 숨어 울어본들 아무도 듣지 않는다. 세상은 내가 알리지 않으면 결코 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무리 함께 뛰어주는 이들이 있어도, 언제나 두 발을 스스로 내디뎌야 한다는 것을. 달리기처럼.

도서관에 전화를 걸었다. “첫 책을 낸 지역 작가입니다. 이곳 도서관에서 북토크를 열고 싶습니다.” 도서관이 손을 잡아주었다. 그 작고 큰 성취가 내게 용기를 주었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만 걸을 수 있는 아기가 아니었다. 스스로 걸음을 내딛는 러너였다.

북토크는 작가의 성인식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소녀가 여자가 되고, 소년이 남자가 되는 시간이다. 한 인간이 세상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당당하게 내 책을 보이고 나답게 살아가겠다고 세상에 선포하는 시간이다.

꿈꾸는 글로벌 러너 35인의 첫 북토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 책 제목을 검색하다가 귀한 북클럽을 만났다. 한참 더웠을 9월, 지구 반대편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책으로 내 책을 선정해 주셔서 감사했다.

북토크조차 용기가 필요했던 소심한 러너였던 내가 이제는 어디서든 2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러너가 되었듯 꿈꾸는 35인의 러너, 그대들을 응원한다.

작가의 성인식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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