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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러너 May 18. 2024

당근으로 전세?(3) 고양이를 키운다구요?

드디어 3월 말이다. 5월 말까지 전세 계약을 연장했지만 만기까지 겨우 2달밖에 남지 않아서 마음이 더 조급 해진다. 전셋집이 도대체 왜 안 나가는 걸까? 솔직히 장난감과 보호매트 등 아이들 짐이 많아서 조금 어수선해 보인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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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전화로 확인해 보니, 전세를 찾는 수요가 3월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는 말을 들었다.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할 때였다. 연차를 내고 전셋집을 내놓은 부동산을 찾아 음료수를 돌리면서 현재 상황을 자세히 여쭤보았다. 솔직히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탐탁지 않게 여겼던 문제가 어떤 것인지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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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가장 특색 있는 공간으로 꼽았던 주방 인테리어를 사람들이 의외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방 구조가 다른 집과 달라서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주방 인테리어의 장점을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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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우리 집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까? 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은 것은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더 적극적으로 광고를 내고 궁금해하는 손님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집을 보여주기로 했다. 일단 만기 1개월 전인 4월 말까지는 계속 노력해 보다가 후속 세입자가 계속 구해지지 않으면 보증금을 낮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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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내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혹시 지금 계신 분들이 고양이 키우는 것 알고 있었어? 우리와 상의도 없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아. 방금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는데, 나이 드신 부부가 집을 둘러보고 마음에 들었는데, 알레르기가 있는데 고양이가 있어서 계약 안 했다고 했어. 고양이를 언제부터 키운 건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지금까지 집이 안 나가는 이유가 고양이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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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4년 동안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단 상황을 파악하려고 세입자분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접니다. 와이프가 부동산에서 들었다는데, 혹시 고양이를 키우고 계신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예,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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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계속 물어보기로 했다. "아, 혹시 언제부터 키우셨는지요?" 그가 탐탁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몇 개월 안 됐습니다. 그런데 왜 물어보시는지요? 고양이를 키운다고 무슨 문제가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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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서 그가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물어보는 이유를 말씀드렸다. "혹시 집에 애완동물이 있으면 집이 쉽게 상하고 냄새가 날 수 있어서, 집이 빨리 안 빠질까 봐 걱정돼서요. 최근에 부동산에서 어느 분이 맘에 들어서 계약을 하고 싶어 했는데 막상 집을 둘러보니 고양이가 있어서 알레르기 때문에 안 하셨다고 들어서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어 연락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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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답했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집 구조물이 손상되거나 냄새가 나진 않아요. 사실 처음부터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한다고 서로 이야기된 것도 아니라서 키운 것뿐인데, 그게 문제가 되면, 저희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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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화를 끊고 어떻게 할지 몰라서 아내에게 현재 상황을 전했다. 수개월째 전세가 나가지 않아서 예민해진 상황이라, 갑자기 나온 애완동물 이야기도 신경이 쓰였다. 아내가 말했다. "앞으로도 누군가 또 집을 보러 올 텐데 고양이가 있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문제를 삼을 수 있으니 집을 빨리 빼려면 키우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아. 이제 2달밖에 안 남았으니, 빨리 의논해서 해결해야 해." 가슴이 답답해진다. 세입자분과 자꾸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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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접니다. 사실 저희도 아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틈만 나면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릅니다. 다만 저희가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가끔씩 고양이 카페에 데리고 다니며 아이를 달래고 있습니다. 지금 집이 빨리 안 빠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비수기라서 사람이 적은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가능한 한 변수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후속 세입자를 빨리 구하려면,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것이 더 가능성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분이 나쁘실 수 있지만, 혹시 남은 두 달 동안에는 이 문제에 대해 조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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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분께서 잠시 가족과 의논해 보고 전화주기로 했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오늘부터 고양이를 부모님 댁으로 바로 보내겠습니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집이 훼손되거나 냄새가 나지는 않지만, 걱정하실 수 있으니 이번 주 내로 입주청소 업체를 불러서 싹 청소를 끝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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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워서 이렇게 말했다. ". 이미 가족처럼 정이 들어서 떼어놓기 힘드실 텐데, 지금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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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고양이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여전히 만기일인 5월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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