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니까, 책으로 채워 넣기

서점에 들일 책 고르기와 책 구입하기

서점에 방문하신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여기 있는 책들은 다 직접 고르신 거예요?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신 거예요?"이다.

물론 내가 다 직접 고른 책들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이 읽어보지 않고 선택한 책들이다.

그러면 책을 어떻게 골랐을까? 제목만 보고? (물론, 가끔 제목이 땡겨서 책을 고르기도 한다)

나는 그림책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고, 많이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초기의 책 선택은 이미 검증된 책들 위주로 고를 수밖에 없었다.

1. 칼데콧 상이나 볼로냐 상 등 그림책 수상작들

2.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 큐레이션 책, 그림책 에세이의 추천 도서들

3. 내가 읽었던 그림책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책들

4. 그림책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들

우선 위의 4가지 기준을 가지고 책 구매 리스트를 정리하고, 그 리스트에서 절판되었거나 너무 고가의 책들은 제외한 뒤에 700종 정도의 초도물량을 주문하였다. (처음에는 너무 비싼 책은 안 살 것 같아서 리스트에서 제외했는데, 막상 판매를 시작해보니 책의 가격은 구매자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싶었다. 마음에 드는 책은 비싸도 산다.)

초도물량 이후에도 책 구매는 계속된다. 그림책 신간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 같은 그림책들도 자꾸만 눈에 띄게 되더라. 그래서 처음 700종 정도였던 그림책은 현재 1200종 정도로 늘어났다. 파는 것보다 내가 사들이는 책이 훨씬 많다. 이래서 돈을 못 버나보다. 

서점 오픈 이후의 책 선정 기준은 그림책 활동가나 그림책 커뮤니티에 추천 책으로 올라오는 것들과 신간 중에서 그냥 끌리는 대로 구입하는 편이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는 도서관이나 다른 서점에 가서 우리 서점에 없는 책들을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도 한다.

이미 앞에 말한 대로 읽어보고 산 책 보다 안 읽어보고 산 책이 많아서, 서점에 차곡차곡 진열해 놓은 뒤에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다. 그림책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하고 깊이가 있다는 걸, 그림책방 주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보는 눈이 조금 생기니 사고 싶은 그림책이 더 많아진다. 책 욕심이 늘어난다. 내가 책을 팔려고 사는 건지, 그냥 소유하고 싶어서 사는 건지 경계가 살짝 모호해지는 순간이 많다. (사업가 DNA는 없는 듯..)

또 많이 궁금해하시는 것은 책은 어디에서 사 오냐는 것이다.

서점이 책을 구입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인데, 서적도매상(총판)과 계약하는 것과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는 것이다. 직거래는 총판보다 조금 더 좋은 금액 조건으로 책을 구입할 수는 있지만, 일일이 출판사마다 거래를 따로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출판사 측에서 직거래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1인 가게를 운영 중이기에 모든 일은 되도록 간단한 게 좋다. 그래서 시작은 총판 거래로만 하였고, 추후에 몇 군데 출판사와 직거래도 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총판은 경기서점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웅진북센이었고, 북센은 현재 서적도매상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북센에서 모든 출판사의 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교보문고에서 운영하는 리딩트리라는 곳과도 계약해서 책 구매를 하고 있다.

책은 보통 정가의 70~75% 정도로 사 온다. 1만 원짜리 책을 팔면 서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3천 원 정도 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3천 원을 벌어도, 빠진 책을 다시 채워야 하니 또 7천 원을 주고 책을 사 온다. 이런 식이니 서점은 정말 돈을 벌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그러니 동네서점에서 할인 없이 정가에 판매하는 것을 너무 야박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사실 커피 한잔 파는 게 책 한 권 파는 것보다 더 쉽고 이익률도 크다. 그래도 나는 책을 사가는 사람들이 더 좋다. 카페와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나의 정체성은 서점이니까. 책 파는 게 이렇게 어렵고 고단하지만, 서점 하는 사람들의 꿈은 아마도 다들 똑같을 거다. 언젠가 '책 팔아서 부자 됐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