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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Jul 18. 2019

Help me! '서점 지원사업'이 간절해


서점을 차리고 3개월쯤 되었을 때 처음으로 작가 강연을 주최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처음 진행해보는 행사였기에.. 강연료는 어떻게 책정되는지, 참가비는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강연료는 요구하는 대로 드렸고, 참가비도 다른 서점을 참고하여 첫 강연 공지글을 올렸다. 적자를 감수할 각오로 진행했고, 실제로 적자였다. 그것도 엄~~청 많이 적자였다. 참가인원이 많지 않아 참가비로는 작가님께 드릴 강연료도 나오지 않았고, 그 외에 홍보비와 책 구입비 등을 생각하면 자선사업과도 같은, 말하자면 내 주머니를 터는 행사였다.


많은 동네서점들이 작가 강연이나 북토크 등의 행사를 한다. 참가비는 무료부터 3~4만 원까지 다양하고, 1~2만 원 정도가 보통 수준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런 행사를 꾸준히 하면 수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런 강연을 진행할수록 적자라는 서점들이 더 많다. 강연에 참여한 분들이 부가적으로 책을 몇 권씩 더 사가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적자다. 그저 서점의 히스토리에 한 줄 더 추가하고, 조금의 홍보 효과가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들은 왜 계속 이런 강연이나 북토크를 이어가는 걸까?

요즘의 동네서점은 단순히 책을 팔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거점공간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작가들을 만나고,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금의 동네서점의 역할이랄까. 아무튼 서점주들은 그런 사명감 같은 것이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쨌든 나도 한두 번 이렇게 강연을 진행해보니, 계속 이렇게 적자를 감수하면서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어떤 서점들은 같은 작가를 불러도 참가비를 무료로 책정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참가비 무료'의 진실은 바로 서점 지원사업에 있었다. 동네서점이 문화공간이라는 인식은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동네서점 지원 프로그램들이 꽤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국에 동네서점이 한 두 개가 아닌지라 (제주도에만 동네서점이 180개란다) 이런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지원사업의 내용은 꽤 다양한데.. 강연료나 행사비를 지원해주는 방식이 가장 많고, 서점 리모델링이나 임대료를 직접 지원해주는 방식도 간혹 있다. 보통 작가 강연 시에 강연료가 20~30만 원 정도 되는데, 이건 모객이 20명 정도는 되어야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인지도나 접근성이 좋은 서점들은 모객이 비교적 수월하나, 그렇지 않은 서점들은 10명 모으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강연료를 너무 적게 주거나, 무료 강연을 요구하는 것도 작가와 서점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강연료를 지원해주는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면, 서점은 작가들에게 정당한 강연료를 지급할 수 있어서 좋고, 참가자들도 참가비 없이 강연에 참여할 수 있어서 1석 2조이다. (보통 지원사업을 통해 하는 강연이나 행사는 참가비를 받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그렇지만 강연료나 행사비를 지원해주는 지원사업은 위에 말한 대로 참가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서점에게 직접적인 금전적 혜택은 없다. 지원사업을 기획한 분들은 행사를 해서 사람들이 모이면 그 사람들이 책을 사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10명이 참여하면 거기서 책을 사가는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임대료를 직접 지원해주는 지원사업이 서점 입장에서는 최고로 좋고, 그래서 그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는 더더욱 힘들다.


서점을 오픈한지 4~5개월쯤 지났을 무렵, 서점 지원사업 공모가 여러 건 올라왔다. 초보 서점 주인 나에게는 지원서 작성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작성해야 하는 서류,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왜 이리 많은지..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아예 기간을 놓쳐서 신청을 못한 것도 있고, 신청했으나 떨어진 것도 있다. 나에겐 너무나 간절한 지원사업이지만, 다른 서점들도 마찬가지이기에 경험이 부족한 나는 선정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뭐든지 처음이 힘든 법! 한두 번 해보면 어렵지 않다는 다른 서점주 분들의 조언에 힘입어 계속 도전했더니, 하반기에는 무려 3개나 되는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었다. 그중 하나가 위에 말했던 임대료 지원을 받는 사업이다. 그 사업은 3개의 서점과 작가가 한 팀을 이뤄 지원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웃한 다른 서점 대표님의 도움으로 우리 서점도 함께 하게 되었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도 물론 기쁘지만, 경험 많은 서점이 신생 서점을 이끌어주고 서로 상생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된 것이 더 뜻깊었다. (나도 나중에 베테랑 서점주가 되면 초보 서점주 분들 많이 도와줘야지)


지원사업에 선정이 된 것으로 끝은 아니다. 이제 지원금에 대한 영수증 처리 및 보고서 작성 등 행정적인 업무가 많이 남아있다. 어떤 분들은 서점 지원사업이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도 많이들 하지만, 신생 서점 입장에서는 작은 도움이라도 간절하긴 하다. 앞으로 동네서점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반영하여 더 좋은 서점 지원사업이 나오기를 바라며.. 어쨌든 무한 땡큐! 올 하반기는 월세 걱정은 조금 접어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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