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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Aug 14. 2019

그림책방에 어떤 사람들이 올까요?

작은 동네책방, 그중에서도 그림책방.. 이 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1.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


이미 그림책에 푹 빠진 분들에게 그림책방은 그 어떤 장소보다 꿈같은 공간이 된다.

'다 큰 성인이 왜 그림책에 빠지게 되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아이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 중엔 유독 '엄마'들이 많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가장 많이 읽어주는 존재가 바로 엄마이니 말이다.

그들도 아마 처음에는 그냥 아이들 책이라고 생각하고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아이보다 엄마가 더 위로받고, 공감하고, 빠져들게 된다.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엄마들도 많다.

그림책의 따뜻함, 위로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그런 엄마들을 비롯하여, 그림책의 매력에 빠진 어른들은 성지순례처럼 전국의 그림책방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보니 종종 매우 먼 거리에서도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어김없이 많은 책을 사 가셔서 책방지기를 행복하게 한다.


참고로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를 떠나, 매니아적인 취향을 가진 분들도 꽤 많다.


2.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은 부모님들


자기 자신보다는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고르는 분들이다.

부모들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라고, 책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정작 부모들은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현실..)


이런 분들 중에는 서점에 들어오자마자 우리 아이가 몇 살인데 책 좀 골라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마다 취향도 있고, 성격도 다 다른데.. 나이 하나 가지고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이것도 뭐 책방지기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책 추천을 해준다. (아이의 현재 관심사나 성향을 조금 더 얘기해주면 책 추천이 조금 더 수월해지니, 부모들도 이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한 번은 5살 자녀를 둔 엄마 아빠가 오셔서 "맞벌이라 아이에게 책을 거의 읽어주지 못했고,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 5살이라 이 시기를 놓치면 아이가 영영 책을 멀리 할 것 같아서 찾아왔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을 몇 권 보여주면서 직접 골라보게 했다. 그렇게 몇 권을 골라가더니 몇 주 뒤에 다시 그 가족이 서점을 찾았다. 아이가 그날 골라간 그림책을 엄청 좋아하고, 그날부터 책에 대한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방지기로서 뿌듯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로도 그 가족은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서점을 찾아온다.


가끔은 돌도 안된 아이를 안고 와서 아이가 책에 관심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부모들도 있다.

그 시기에 너무 당연한 결과이니 부모의 욕심과 조급증을 좀 내려놓길 바란다.

내가 아무리 책방 주인이라지만.. 1살부터 책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아빠 혼자서 아이의 그림책을 사러 오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 모습은 엄마인 내가 봤을 때 너무 아름답다. 어색하게 쭈뼛대며 책을 살펴보는 모습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3. 직업적으로 그림책을 활용하는 사람들


아동청소년 교육이나 심리상담 등의 일을 하시는 분들이 최근에 자신의 일에 그림책을 접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양질의 그림책을 고르기 위해 직접 서점을 방문하여 읽어보고 구매하시고자 한다.


한 번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교사 분이 서점을 찾으셨는데, 아이들이 공부를 너무 어려워해서 그림책을 가지고 이야기 나눠보는 걸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너무 시시하게 받아들였는데, 점차 그림책이 그저 쉽기만 한 책이 아니란 걸 깨닫고 그 수업에 몰입하게 되었단다. 특히, 그 어떤 상담에서도 입을 꾹 다물고 마음을 열지 않던 학생이, 그림책 수업 과정에서 자기 스스로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면서 그림책의 힘을 제대로 느꼈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림책지도사, 책놀이지도사, 그림책스토리텔링지도사 등 그림책을 활용한 자격증도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그림책 활동가를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꽤 많다. 많은 분들에게 '그림책 활동가'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할 것이다. 그분들은 각종 그림책 관련 모임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여러 도서관이나 서점, 기관들을 돌며 그림책을 활용한 강연을 한다. 


아마도 그림책이 직업적으로 활용되는 예는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4.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


메마른 일상에 단비처럼, 무언가 가슴을 촉촉하게 해 줄 강연이나 책모임을 기대하고 오는 분들이다.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뭔가 배우는 걸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특징이 더해진다.

이런 분들은 '네이버 우리동네'에서 동네책방 코너를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참여한 문화행사가 마음에 들면, 각 서점의 블로그나 인스타를 직접 구독하며 지속적으로 그 서점에서 하는 여러 행사에 참여한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서점은 어떤 행사나 모임을 기획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든든한 서포터즈를 얻은 기분이랄까.


우리 서점에도 그동안 여러 가지 모임과 강연들을 진행해왔고, 앞으로 예정된 것들도 많다.

모객이 잘 되는 서점은 이런 문화행사에서 많은 수익을 얻기도 하는데.. 우리 서점처럼 위치적으로 불리한 곳에 있는 책방은 모객이 항상 힘들다. 그래서 수익적인 측면보다는 홍보나 서점의 색깔을 입힌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나는 그림책을 통한 마음공부 모임을 가장 오래 운영해왔는데, 참여자들이 반응이 꽤 좋다.

다만, 일회성 이벤트로 생각하고 연속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5. 색다른 장소를 경험해 보고 싶은 분들


(키즈카페 대신) 아이와 함께 색다른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혹은 동네에 새로 생긴 장소가 궁금해서 그림책방을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다.

기대 없이 찾아왔는데 아이가 의외로 책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읽어달라고 하고, 곧잘 듣기까지 하면 그 날의 방문은 매우 성공적이다. 그러나 아이가 책은 1도 안 보고 산만하게 뛰어다닌다거나, 울며 보채기만 하는 경우 재방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림책이 아닌 일반책을 주로 판매하는 동네서점 같은 경우는 젊은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그림책방은 역시나 편견 때문에 부모가 되고 나서야 찾아오는 것 같다.




그림책방의 문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당신이 편견을 깨고 마음의 문을 열기만 한다면 말이다.

아이들 책이라는 편견, 유치하다는 편견, 엄마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편견, 남자는 가면 안될 것 같다는 편견..


당신이 사는 동네에, 혹은 가까운 곳에 그림책방이나 동네책방이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그 행운을 꼭 많이 누리고 사셨으면 한다. 


오늘도 누구나 와도 되는 곳,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책방지기가 하는 말이니까 믿어도 된다. 그럼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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