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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Sep 27. 2019

책방을 숨 쉬게 하는 북큐레이션

얼마 전 강연을 오셨던 작가 분이 서점을 둘러보더니 이런 말을 하셨다.

"흔치 않게 큐레이션이 있는 그림책 서점이네요"


'앗! 흔치 않은 거였나?' 

문득 그동안 내가 찾아가 봤던 그림책방들을 떠올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림책이 아무래도 일반책보다 예쁜 겉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딱히 큐레이션을 하지 않고 전면으로만 배치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쉽다.)


내가 서점의 하루 일과 중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책 배치 바꾸기'이다.

서점에선 당연한 일 같지만, 또 그만큼 소홀해질 수도 있는 일 중에 하나다.

아마도 내가 10년 넘게 '온라인 뉴스 큐레이터'라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된 것 같다.


뉴스는 시의성이 매우 중요하다. 시시각각 새로운 뉴스들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

또 하루에 쏟아지는 뉴스 양도 엄청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선별하고 새롭게 배치해야 한다.

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그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서점 일을 하면서도 나는 하루라도 책 배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 아닌 강박이 좀 있다.


우리 서점은 현재 1800종 정도의 그림책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모든 책을 전면으로 노출시키기 어렵다. 책등만 보이는 책이 훨씬 많다.

특별히 애정하는 그림책이 있긴 하지만 편애하지 않는다. 신간이라고 특별대우는 없다.

우리 서점 안에 있는 책은 나에게 모두 소중하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빽빽이 책등으로만 꽂혀있지 않게, 돌아가며 한 번씩 전면책장 나들이를 시켜준다.


물론 단순히 책 배치를 바꾸는 것이 북큐레이션은 아니다.

나는 일부 서가를 아예 큐레이션 서가로 지정하여, 주제별/작가별/베스트셀러 등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중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주제별 그림책이다.

하나의 주제로 7권 정도의 책을 선별하고, 2주 정도 그 큐레이션을 유지한다.

큐레이션은 나름 서점 주인의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길게 한 달 정도 유지하는 서점들이 많지만.. 나는 한 자리에 똑같은 책이 한 달 동안 놓여있는 건 좀 참아내기가 힘들다. 직업병인가 보다.


'치매'를 주제로 큐레이션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사실 현재 우리 책방에 종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덜어내기를 시도하는 중인데, 책이 많아서 이런 큐레이션이 가능한 것 같긴 한다. 그림책이 100종 밖에 없다면 그 안에서 주제별이나 작가별로 큐레이션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고 보니 큐레이션을 해서 책이 더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흠..)

 

어쨌든 나는 큐레이션이 재미있다. 새로운 그림책을 접할 때마다 주제로 뽑아내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니, 아직까지는 머리 아픈 일이 아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엔 본격적으로 북큐레이션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그 수업을 통해 또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얻는다.

제목이 보이는 앞표지가 아닌 뒤표지 노출도 그 아이디어 중에 하나다. (아직 큰 반응은 없지만..)


설현만큼 뒤태가 예쁜 그림책들의 자태를 보라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나는 오늘도 책 배치를 바꾼다.

그게 내가 우리 책방을 숨 쉬게 하는 방법이다. 내가 그림책을 사랑해주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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