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것만 같아서 외면하고 싶은 마음
단순하지 않은 진심에 대하여
내 기준에서 A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타인에게 기어이 상처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양상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발현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무관심과 회피였다. A에겐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떠한 태도를 원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내는 일종의 관계적 혜안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 엄청난 능력을 오히려 반드시 벗어나야만 하는 삶의 저주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이상하리만큼 그러한 패턴이 마음에 들어 A의 곁을 자주 알짱거렸다.
"너 되게 비겁하구나?"
대화를 여는 대사치곤 매우 도발적이었기에 A는 꽤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지어냈다'라는 게 맞겠다. 어울리지 않게 억지로 이죽거리려 하는 입꼬리를 보며 나는 그가 오늘 만큼은 작정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을 속 시원히 들켜 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들키려 애쓰는 이중적인 마음. 어쩌면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이 한두 가지쯤은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안도했다.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이었구나 하고. 그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적진 않겠지만 한 편으론 그 깊이가 그리 깊진 않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도 너와 같아."
일말의 설명은 배제한 채 풀썩 주저 않아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오늘만큼은 누군가에게 마음껏 들키고자 했던 진심과 마음의 동요가 점차 묽게 희석되고 있음이 보였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눈이 마주쳤지만 별 다른 말은 잇지 않았다. A는 오늘 정말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그리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을 했다.
왜인진 모르겠으나 덩달아 내 상처의 깊이도 얕아진 듯했다.
혼자서 약간의 침묵을 즐겼다.
그리고 영원하지 않은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을 조금 거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