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ma Jul 26. 2023

알 것만 같아서 외면하고 싶은 마음

단순하지 않은 진심에 대하여

내 기준에서 A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타인에게 기어이 상처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양상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발현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무관심과 회피였다. A에겐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떠한 태도를 원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 내는 일종의 관계적 혜안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 엄청난 능력을 오히려 반드시 벗어나야만 하는 삶의 저주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이상하리만큼 그러한 패턴이 마음에 들어 A의 곁을 자주 알짱거렸다.


"너 되게 비겁하구나?"


대화를 여는 대사치곤 매우 도발적이었기에 A는 꽤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지어냈다'라는 게 맞겠다. 어울리지 않게 억지로 이죽거리려 하는 입꼬리를 보며 나는 그가 오늘 만큼은 작정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을 속 시원히 들켜 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들키려 애쓰는 이중적인 마음. 어쩌면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이 한두 가지쯤은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안도했다.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이었구나 하고. 그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적진 않겠지만 한 편으론 그 깊이가 그리 깊진 않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도 너와 같아."


일말의 설명은 배제한 채 풀썩 주저 않아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오늘만큼은 누군가에게 마음껏 들키고자 했던 진심과 마음의 동요가 점차 묽게 희석되고 있음이 보였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눈이 마주쳤지만 별 다른 말은 잇지 않았다. A는 오늘 정말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이다. 그리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을 했다.


왜인진 모르겠으나 덩달아 내 상처의 깊이도 얕아진 듯했다.

혼자서 약간의 침묵을 즐겼다.

그리고 영원하지 않은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을 조금 거두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90년대라서 가능한 la la la love so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