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ma Oct 10. 2023

나의 짐승 같은 뷰티 스킬

덤빌 테면 덤벼봐

선크림, 볼터치, 틴트.


이 세 가지로 나의 모든 화장은 완성된다.

뭔가 분위기 있어 보이고 싶을 경우엔 여기서 마스카라를 추가할 때도 있지만 하루착용 렌즈를 끼는 눈이라 기본적으로 눈과 눈 주변이 많이 피곤하기 때문에 마스카라를 바르는 날이면 머지않은 날 기필코 눈에 탈이 나고야 만다. 그래서 마스카라도 제외- 이러한 이유로 나는 화장대가(필요) 없고, 화장품도 별로 없기 때문에 여자사람 치고는 뷰티 생활이 매우 단출하다. 사실 선크림을 바르는 이유도 단순히 피부 보호에 그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뷰티생활이라 할 것도 없다. 아침저녁으로 세안을 하고 로션 한 종으로 보습도 끝낸다. 이렇다 보니 주변에서는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소리가 많다.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맞아야 한다거나 지금부터라도 탄력과 미백을 신경 쓰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도 다 부지런해야 하는 거더라. 비타민 한 알 챙겨 먹는 것도 매일 잊어버리고, 기초 세안도 대충 하는 나 같은 사람에 뷰티를 위한 일상의 투자는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안일한 인간인지 알면서도 친구 A는 기필코 파운데이션 추천을 해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파운데이션을 안 바르기 때문에 무엇이 좋은지 임상적으로는 알 수 없으나 어디선가 SNS추천템으로 슬쩍 보았던 제품이 떠올라서 그것을 추천하기로 했다. A는 신이 나서 내가 보는 눈앞에서 온라인 결제를 했다. 나는 그녀의 빠른 결제판단이 되도록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약간은 긴장된 마음으로 조금 싱긋 웃어주었다.  


하지만, 이다지도 어려운 뷰티의 세계 속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동경은 의외로 컸었음을 고백한다. 보이는 것은 매우 심플해서 외모에 관심 없는 사람처럼 비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건 순전히 똥손이기 때문에, 잘 못하는 이유로, 연습을 하면 할수록 영화 <소림축구>의 조미 배우처럼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피했을 뿐이었다.


앗, 다시 보니 조미 배우의 컨투어링 어쩐지 세련됐는데 @_@


그리고 솔직히 그간 노력도 꽤 했다.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주기적으로 화장 원데이 클래스도 다녀보고 화장을 잘하는 동생들에게 특강을 받아보기도 했으며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유명 유튜브의 영상도 입시 공부하는 것처럼 따라 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그 모든 것은 손에 붙지 않았다. 나름 한 때 미대 준비생이었는데 아이라인 한 줄을 그리지 못하다니... 그 좌절감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정말 이해 못 할 것이다.


범위가 있는 공부를 할 때에는 특정 점수를 획득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이상했다. 학교에서 하라는 것만 잘 따라 하면 맞출 수 있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꽤나 똑똑한 줄 알았다. 그런데 범위가 없는 많은 경우 앞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획득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성실함과 똑똑함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좀 나이가 든 어른이 된 후에 알게 된 것 같다.


며칠 후 A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파운데이션을 받았다. 써보니까 어떻냐, 색을 잘 맞았냐고 물어보니 피부결도 예쁘게 표현되고 성분도 순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순간 엄청난 안도감이 몰려왔다. 난 뷰티계의 돌팔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A에게 가을엔 UVB 자외선만 줄어들지 UVA의 양은 비슷하기 때문에 선크림도 잊지 않고 꼭 바르라는 조언을 이어서 해주었다. 돌팔이여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은 건지,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돌팔이이지만 수요가 있는 건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현생에선 고양이가 될 수 없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