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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Kim Apr 08. 2024

타인의 시선

아이가 자폐 성향을 가졌다면 최대한 그 성향을 완화시켜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조금은 어색하더라도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서 사는 것을 목표로요.


평범한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얻게 되는 것을

제 아이는 두 돌이 조금 지난 순간부터 평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마저도 쉽지는 않을 거라는 현실이

순간순간 저를 서글프게 만듭니다.


아이의 상태에 대한 경중을 성급하게 결론 내릴 수 없지만

제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저는 아이가 평범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찾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사회 적응을 하면서 상호작용을 늘리기 위해

가끔씩 아이와 둘이 지하철을 타고 등하원을 합니다.

한 정거장 거리지만 걷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승강장과 개찰구 사이의 수많은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아이와 둘이 오르내립니다.


힘들지만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아이와 또 한 가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듭니다. 

낯선 공간을 엄마와 같이 걷고 경험하면서 

아이의 세계가 조금은 더 확장되어가고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물론 아이는 엄마가 지하철을 타고나면 매번 상처를 입는다는 건 모를 겁니다.

타인에 대한 인식 안 되는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자주 소리를 지르기 때문입니다.

자기 딴엔 엄마와 함께 걸어서 신났는지

기분이 아주 좋을 때 귀가 먹먹해 질정도로 고음의 소리를 지릅니다.

아무리 말리고 입을 막아봐도 종종 새어나가는 아이의 소리에

따가운 시선들이 날아와 저와 제 아이에게 깊숙이 박힙니다.

더러는 저희에게 시끄럽다고 소리 지르고 혼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일일이 설명할 수 없으니 

그 사람들에게 저는 평범한 아이의 가정교육 하나 제대로 안 하는

무능한 엄마 혹은 맘충이라는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립니다.


저 또한 아이를 낳기 전 또 그 아이의 자폐 성향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공고장소에서 우는 아이를 보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은 죽어도 알 수 없는 법이니까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지하철을 타고나면 

온몸의 기운이 빠지고 속상하지만

한 편으로는 제가 이렇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은 없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됩니다. 

아이의 세계만 확장되는 게 아니라

아이로 인해 제 세계도 확장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아이가 외롭지 않게 저도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구나 싶어서요. 


그래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따뜻한 시선을 받는 날이면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기억은 금세 희미해져 버립니다.

마주편에서 걸어오던 무표정한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피어나는 걸 볼 때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차를 멈추고 먼저 지나가라는 배려를 받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를 예뻐해 주시며 인사를 건넬 때

수심이 가득했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그런 따뜻한 시선 덕에 저는 오늘도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섭니다.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저는 타인의 시선에 용기를 얻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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