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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전지구인의 마피아게임

시민이 항상 선량하지만은 않은 것이 문제로다

by 미아

나르시시스트들이 정말 잘하는 게 있다. 바로 약해진 마음의 틈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것.

그들은 그 틈을 살살 파고들어 마음을 녹였다가, 한순간 쌩하게 돌아섰다가 하며, 이미 벌어져 있는 틈으로 실가락 놀이를 하듯이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이미 마음이 약해져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자신을 녹여준 그 한순간만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게 된다. 그 강렬함 사이사이를 채우는 무례한 행동, 선 넘는 발언, 정서적 고립감은 애써 외면하면서.

가스라이팅 피해에서 벗어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절 그녀가 건넸던 위로의 말들은 아직도 뇌리에 남고, 그 순간의 따뜻한 느낌은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난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 나르시시스트가 내 삶에 남긴

레거시가 있는 게 분명하다. 젠장!


가족, 연인, 상사 등 직접 대면해야 하는 오프라인 인연들 외에 요즘은 소셜미디어와 전 국민의 단톡방이라는 스레드의 영향으로 온라인에서(만) 매력을 뿜뿜 발산하는 나르시시스트들에게 훨씬 더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다. 글로 마주하는 2D 상대는 몸으로 마주하는 3D 상대보다는 더 단편적일 수밖에 없기에, 그들의 온라인 매력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키보드만으로 타인의 마음을 위로하는 척하는 게 더 쉬워진 나르시시스트들, 현실에서는 어쩌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아우라로 사람들을 사로잡지 못했지만 키보드 뒤에서만큼은 스스로 만들어낸 페르소나 뒤에 숨어 매력을 뿜뿜 발산하고 있을 나르시시스트들. 이들 역시 점점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 틈새를 파고든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전 국민이 마피아 게임 판 안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마피아와 시민이 대결하듯, 나르시시스트들과 일반인이 대결하고 있는 구도. 하지만 ‘악당 마피아 vs 선량한 시민’이 대결하는 게임과 달리 현실은 더 복잡한 기출 변형이라는 것.


나에게 잘해주는 나르시시스트 vs 내게 무관심한 일반인
매력적인 나르시시스트 vs 어딘가 찌질해 보이는 일반인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나르시시스트 vs 나와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일반인
재밌는 나르시시스트 vs 지루한 일반인

그리고,

자기애가 강한 일반인과 그런 일반인을 나르시시스트라고 가스라이팅하는 진짜 나르시시스트


이 복잡한 게임판 속에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다년간 나르시시스트의 가스라이팅을 견디며, 결국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방법은 다음 편에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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