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그라운드
::2022년 행안부 청년마을, 전남 강진 ‘병영창작상단’
남해와 맞닿은 남쪽 끝 강진에 청년마을이 들어섰다. 강진읍을 중심으로 꾸려진 ‘병영창작상단’이 2022년 행안부 청년마을에 선정된 것이다. 병영창작상단은 지난 2020년 서울시 지역 연계형 청년창업지원 사업 ‘넥스트로컬’ 출신의 로컬기업 ‘아트랩소디’가 이끌고 있다.
아트랩소디의 전지윤 대표는 그동안 강진에서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비롯한 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청년, 청소년과 접점을 넓혀온 바 있다. 이번에는 강진 병영마을에 켜켜이 쌓여있는 풍부한 이야기 자원을 발굴하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병영의 역사적 서사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개성상인과 더불어 조선의 양대 상단으로 거론되는 병영상인의 활약상과 하멜과 선원 일행들이 머물렀던 역사가 있다. 뿐만 아니라 병영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군사 요충지였다. 이렇듯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가 공존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강진의 지리적 특성에 있다.
남해에 접하고 있는 강진은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잇는 해로 중심지라 해외교역이 잦았다. 하멜 일행도 원래는 동인도회사에 소속된 직원이다. 물론 그들은 일본 나가사키를 향하다가 풍랑을 만나 제주에 떠내려 온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상인이다. 병영상인이 개성상인과 달리 넓은 식견을 갖고 공정한 이익 분배로 유명했던 이유도 바로 지역 특성이 기인한 게 아닐까 싶다.
상업이란 농업과 달리 정착보다는 교류와 이주 문화와 밀접하다. 아마도 병영상인과 교류하던 중국인이나 일본인 등이 병영으로 이주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하멜 일행도 어떻게 보면 이주자 아니던가. 그러한 이주자들이 지역주민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지낼 수 있었던 정착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 병영이다. 그렇다고 청년마을 병영창작상단이 이러한 상인 정신을 계승해 청년 소상인을 육성하는 마을을 지향하는 건 아니다. 그들이 주목한 건 병영이라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업이다.
“상인이 머물다가 정착한 병영 마을의 이주 역사가 지역에 정착하려는 MZ세대와 맞닿은 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병영은 서사가 자원입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청년들은 병영의 이야기 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창작할 예정입니다.” (병영창작상단 전지윤 대표)
병영창작상단은 지난 7월 24일부터 ‘비커밍 창작상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참가자 청년들은 2주 동안 막연히 꿈꿔왔던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새로운 일하기 방식을 실험하고 로컬의 잠재력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강진군청을 비롯한 지역주민도 나섰다. 그동안 빈집프로젝트나 아트 테라피 활동으로 지역주민과 꾸준히 교류해온 터라 가능한 일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만이 창작자가 아니라 삶의 대안을 찾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창작자입니다. 지역에서는 도시의 방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재창조해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로컬은 세계관입니다.”(병영창작상단 전지윤 대표)
강진은 지자체 시행령에 따라 청년 나이가 무려 만 49세까지이다. 나이 때문에 “난 안 돼”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거나 세상의 법칙에 순종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보시길! 하멜처럼 표류하면 어떡하냐고? 하멜이 고국으로 돌아가 <하멜표류기>로 막대한 인세 수익을 얻었다는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