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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Aug 02. 2022

원격근무는 세상을 바꿀 것이다

로컬그라운드

최근 네이버가 새로운 근무제도를 실행했다. 주 3일 출근하고 나머지는 원격근무하는 방식과 전면 원격근무 방식 둘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이런 근무제도는 코로나19 이후에 달라진 업무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반영한 게 특징이다. 네이버 산하의 라인플러스는 이미 해외 원격근무도 허용하고 있고, 카카오도 원격근무 제도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IT기업뿐 아니라 많은 기업도 이와 같은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의 효용성을 기업이나 직원들이 직접 경험한 데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지난 2년의 변화가 너무 크다.


일본 시코쿠의 인구소멸 지역이었던 가미야마는 지난 10년간 IT기업의 위성 사무실뿐 아니라 디지털 노마드나 작가 들이 200명 넘게 새롭게 이주하면서 마을의 활력을 되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가미야마 마을 주민과 NPO 단체인 그린밸리는 가미야마 지역재생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했다. 답은 정해져있었다. 외지인이 새롭게 이주하지 않는 이상 지역재생은 어렵다고 봤다. 지역의 식재료로만 음식을 제공하는 로컬푸드 식당을 비롯하여 5G 인터넷망, 전원마을의 평온하고 안락한 숙소는 물론 이주한 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코워킹스페이스를 마련했다. 현재 이곳은 지역재생 성공지역으로뿐만 아니라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라고 불렸던 태국 치앙마이를 대체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정주 인구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 자연스럽게 관계인구가 형성됐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가미야마의 성공 이면에 소멸 위기의 작은 시골 마을인데도 기꺼이 회사 지사를 마련하고 직원에게 워케이션 기회를 제공한 몇몇 IT회사의 도전이다. 물론 마을 주민의 노력이 있었지만 전향적으로 근무형태를 바꾼 리딩 컴퍼니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서천 청년마을 '삶기술학교'에서 구축한 워케이션 센터 '한산디지털노마드센터'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이런 흐름을 예견했듯이 차근차근 준비해온 마을이 한국에도 있다. 서천군 한산면이 바로 그렇다. 이곳에는 지역자원을 발굴하여 지역 특화 콘텐츠를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청년 기업 ‘자이엔트’가 마을 주민과 함께 마을을 하나하나 바꿔나가고 있다. 이들은 ‘삶기술학교’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이주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지역살이 경험 기회를 제공해 왔는데 그런 과정에서 마을의 유휴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재생했다. 마을이 쇠락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을 닫은 오래된 여관 건물을 커뮤니티 호텔로 리모델링했다. 아울러 마을 전통주인 한산 소곡주를 젊은 감각에 맞게끔 리브랜딩해 호텔과 결합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유휴공간인 마을 회관을 공유 오피스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5G 통신망을 갖춘 것은 물론이다. 기존의 마을 회관 건물과 그 옆의 대지에 신축 건물을 지어 연결한 이 건물의 이름은 ‘한산 디지털 노마드 센터’이다. 낮에는 이곳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커뮤니티 호텔에서 소곡주 한잔! 물론 한산의 아늑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은 덤이다. 고즈넉한 마을 주변을 산책하노라면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앞으로  원격근무 제도가 확산되면 무엇보다 원격근무지로 적당한 곳이 어디일지를 찾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매일 집에서만 일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니면 아예 도시의 비싼 집값을 피해 아예 중심 거주지를 로컬로 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한산의 디지털 노마드 센터 같은 공유 오피스 공간이 행안부가 지원하는 전국의 청년마을에 하나씩 생긴다면 어떨까? 지방소멸 위기를 맞은 해당 마을은 자연스럽게 문화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방문자나 이주자가 늘어서 좋고 기업들은 ESG 일환으로 로컬의 청년마을에 투자하면서 지역재생은 물론 직원들의 원격근무 환경까지 제고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새삼 일깨운 원격근무가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해결의 단초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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