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RO Jul 13. 2021

[Re:View] 태연 - Weekend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이후로, 태연은 컨셉과 레퍼런스가 뚜렷한 구상 내에서 보컬리스트(그리고 퍼포머)로써의 역량과 존재감을 최대한의 범위까지 채우는 작업물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태연은 매우 한국적인 발라드 싱어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고, 팝 스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며 때로는 정석적으로 장르적인 규칙을 따르기도 한다. 데뷔 이래로 셀 수 없이 많은 컨셉과 이미지를 수행해온 태연은 그 경계선 위에서 작품과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교묘하게 녹여내는 데에 그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정교한 모습을 보여줘 왔다.


'Weekend'는 분명히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이 곡은 마치 소녀시대 활동 시기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분명한 의도와 구상의 컨셉을 담고 있다. 멜로우한 베이스 리듬과 신스로 시작되는 인트로, 누 디스코 구성의 멜로디 라인은 요즈음의 많은 곡들이 그러하듯 복고적인 질감과 분위기를 의도한다. 감각적인 네온핑크의 세트와 이미지들 안에서 태연은 70~80년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링을 하고 매우 풍부하면서도 단단한, 가성과 진성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노래한다. 이전에 보여준 '훗 (Hoot)', 'Lion Heart', 'Holiday', 'All Night' 같은 곡들에서 마일드한 수준에서 레트로를 보여준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Weekend'는 현재 뉴트로로 칭해지는, 과거에 대한 허구적 향수와 재해석을 얕고 키치하게 드러내는, 현재의 가장 메이저한 트렌드 내에서도 태연은 효과적인 퍼포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다. 'I'와 'Something New', '불티(Spark)'와 같은 곡들은 태연이라는 스타가 미디어를 통해 보여줬던 캐릭터, 성장기와 맞물리며 양질의 퍼포먼스 그 이상의 맥락성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는 'Why'나 'Fine'에서도 트렌디한 팝 스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Weekend'의 곡  혹은 비디오 안에는 태연 개인의 장점이나 특징과는 관계없는, 거대한 레트로 트렌드와 레퍼런스의 이미지가 부유한다. 그 부유하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붙잡고 하나의 조형성을 만드는 그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정교하고 효과적이지만, 그것이 일련의 디스코그래피 위에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는 모호하다.


시즌성이 다분히 반영된 싱글을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중심 줄기가 된 전작들과 대조해보는 것 자체가 불요한 행위이기는 하다. 태연은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를 이미 지난 퍼포머이고,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곡과 이미지를 즐기기에 'Weekend'는 분명히 좋은 싱글이다. 그가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밀어붙인 정규 2집 이후, 태연은 또다시 방향키를 돌려 화려하고 감각적인 곡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Weekend'는 그 흐름 위에 있고, 그것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는 네온핑크 빛의 여름을 보낸 뒤에 확인해도 늦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Re:View] 유빈 - 향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