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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Apr 09. 2020

판데믹 가운데로 떨어진 K-POP

코로나 시대의 K-POP (1)

방탄소년단의 북미 투어가 연기되었다. 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8주간 50명 이상이 모이는 각종 행사를 열지 말라고 권고한 영향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최대한 빨리 새로 잡히는 날짜를 공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 세계가 판데믹에 빠진 지금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전히 아이돌 팀들은 음반을 발표하고, 음악방송에 출연한다. 그러나 콘서트와 행사라는 큰 수익원이 차단된 지금, K-POP 업계는 유래 없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unsplash

태연과 태민, 레드벨벳, 트와이스와 같은 '1군' 팀들은 콘서트 일정을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했다. 봄 이후에 예정된 콘서트가 모두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판데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취소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주요 대형 기획사들은 이번 손실이 60억에서 14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설사 국내에서의 코로나 확산 속도가 이대로 더 늦춰져 빠르게 일상을 회복한다 해도, 한국보다 상황이 심각한 해외에서의 투어는 당분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형 기획사들처럼 앨범 판매와 공연 외의 부수익(앱 개발, 콘텐츠 제작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중소 기획사의 경우는 더 어렵다. 국내에서의 행사와 콘서트가 막혀버리니 팀과 회사의 안정적인 존속 자체를 점치기가 어렵다. 특히 최근 3년간, 한국보다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K-POP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던 팀들은 활동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활로를 찾은 분야가 있는데, 박경이 쏘아 올린 음원 순위 조작 논란이 불거졌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사재기를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인해 긴장감이 돌았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현재 활동 중인 팀들의 가장 중요한 각축장이자 수익 루트가 되었다. 방탄소년단은 여전히 차트를 종횡무진하고 있고, NCT 127은 데뷔 이후 최고의 음원 성적을 거두었으며, 최근 컴백한 ITZY와 솔로로 데뷔한 수호의 앨범 역시 상위권에 있다. 그 외에도 작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곡들이 여전히 차트 상위권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경쟁이 비교적 적은 음반 시장이나 콘서트와는 달리, 아이돌과 비아이돌을 포함해 '음원 강자'로 지칭되던 뮤지션들과 팀들이 이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기서 안정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란 몇 없다. 많은 팀과 기획사들이 어느 길을 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까지 음원 시장을 둘러싼 변화의 흐름이 역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씁쓸함은 버리기란 어렵다.


당장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없다는 것은, 아이돌과 그들을 둘러싼 현장직들 역시 수익을 바랄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헤어 메이크업 담당과 스타일리스트, 매니지먼트 팀, 공연 기획자 등 현장 업무가 수익과 직결되는 관계자들에게 판데믹이 불러온 '뉴 노멀'은 치명적이다. 누구보다도, 정기적인 급여나 발주로 인한 수익이 아닌, 활동 이후 정산 형태로 수익을 얻는 아이돌 팀들에게 이 시기는 최악의 고비일 것이다. 최근 레이디스 코드의 애슐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7년 동안 정산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업계 내애서 오랫동안 공공연하게 지속되어온 부조리다. 코로나19가 이 부조리를 여기에서 얼마나 더 '당연한 일'로 만들어 버릴지,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많은 분야와 시장에서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판데믹은 우리가 최근까지 해결해 온 -혹은 해결하려 노력 중이었던- 많은 사안들을 다시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 질병은 언젠가 지나갈 것이고, 우리는 다시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고, 잠시 미뤄두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그럴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가져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당장은 그 날이 오기까지 살아남는 게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은 지금, 아주 조금 전까지 우리들의 손 위에서 풀어지던 실타래가 다시 엉키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하는 일은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 얼어붙은 씬이 다시 몸을 녹이게 될 때까지, 누가 남고 누가 떠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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