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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톰림의 HR이야기 Apr 24. 2024

HR 101_HR에도 장단이라는 게 있다 굽쇼(1)

하던 일, 시키는 일. 코박고 하지 말고, HR의 큰 그림을 이해해 보자

Case 1

HR도 일종의 트렌드가 있는데요. 지난 반세기의 트렌드가 직무직급제에 기반한 평가승진 체계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엔 수평적 조직문화라는 명목으로 직무, 직급, 호칭을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요.(이것도 이미 트렌드가 지난 것 같지만요) 그런데 막상 비싼 컨설팅비용을 지불하고 수평적으로 신인사제도를 도입했다는 곳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말이 많이 들리곤 합니다. 구성원들은 변화가 낯설고, 경영진은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것 이외에 큰 실익을 느끼지 못하며, 기획하고 실행한 담당자 역시 그저 울며 겨자 먹기식이었다고 말합니다. 

과연 이 건 그 제도의 문제일까요? 


Case 2

자,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고 인사제도나 조직운영기조를 설계하려는 하나의 팀이 있다고 가정해 보도록 합시다. 단순히 창업자가 하고 싶은 것 말고, 저기 어떤 잘 나간다는 회사가 해봤다고 해서 하는 것 말고, 이 팀이 인사제도를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항목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 사람은 "내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일을 알아서 잘하는 조직이었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것도 좋지만, 나는 이 조직이 우리가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뭐 내가 맡은 팀에서 그냥 잡음만 안 났으면 좋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케이스는 우리에게 HR 제도와 조직운영방법론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합니다. 

이 두 조직을 모두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하나의 HR제도가 있을까요? 


과연 다른 HR방법론과 비교해서 절대적인 우월함이 있는 특정한 HR방법론이 존재하긴 할까요. 그러니까 예로 들면 완벽한 근태 기준이나, 더 나은 조직 문화 활동이라던가, 절대적인 평가 방법이라던가 말입니다. 


그런 게 있다면 이 두 조직 모두 조직운영이 참 쉬울 텐데 말이죠.

그냥 그 정답을 우리도 가져다 쓰면 되니까 말입니다. 


HR의 정답..? 바보야 문제는 BM이야!

앞서 이야기한 사례들의 답을 헤아려 보려고 했을 때, 가장 결여된 정보는 바로 두 조직이 어떤 산업군에 있는가, 그 산업군 내에서 어떤 전략으로 돈과 부가가치를 생산하려고 하는가 입니다. 


고급지게 말해서 Business Model(BM)이라고 표현해 볼까요? 


비즈니스모델은 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의 총칭입니다. 우리가 HR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크게 간과하는 부분 (혹은 당연하기 때문에 잘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은 바로 HR에 있어서 이 BM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추구하는 전략적 방향성에 맞춰 구성원이 사고하고,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데, 근간이 되는 제도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HR가 할 일이기 때문이겠죠. 어떤 제도를 도입할 것이냐를 고려할때 비즈니스 모델과 상충하는 제도는 조직의 생산성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HRer는 BM이라는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한다는 말이죠. 


자, 그럼 대체 BM과 부합하는 HR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에 대해 훑어보도록 하죠. 



Business Model을 지원하기 위한 HR의 맥락 : 안정성  vs 혁신성

 BM에 대해 이해를 높이기 위해 아주 거칠게 BM의 큰 방향성을 단순화하자면, 어떤 산업군에서든 BM의 극단은 안정성과 혁신성, 이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 산업군에서 잘하던 걸 잘하는 게 안정성을 추구하는 조직의 BM이고, 

그 산업군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걸 도전하는게 혁신성을 추구하는 조직의 BM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두 조직에 필요한 HR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순서대로 알아보도록 할까요? 




1.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 안정제일의 연필회사 '펜슬로' 

먼저 안정성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조직은 기업이 이윤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해당 산업군이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한 성공방식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가장 흔한 예입니다. 


가상의 연필 제조회사 '펜슬로'라는 기업을 예로 들어봅시다. 


연필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펜슬로'는 물류의 순환과 노동시장에 접근이 용이한 입지에 공장을 세우고, 적당한 질의 원재료를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구매합니다.
효율적인 수준의 공장 가동 시간표를 수립하고, 고숙련공과 저숙련공의 인건비 효율을 고려해 적절한 비율로 투입해서 생산라인을 돌립니다.
영업이익률은 3~5% 수준, 매년 성장성도 5% 내외로 높진 않지만, 예측가능한 수준의 매출과 이윤을 내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성은 높습니다.
간혹 신제품도 내고 마케팅도 할 때가 있지만, 시장의 변화에 발을 맞춰야 할 때를 제외하곤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합니다.
회사는 100년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안정성을 추구하는 '펜슬로'의 HR담당자라면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게 적절할까요? 


사업의 안정성을 우선하는 이 조직의 BM에 맞춰서 HR전략도 비용 효율화와 장기적 조직운영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인건비와 기타 수당이 최소로 발생되도록 잘 짜인 교대근무제도

숙련공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기재직지원제도

단순 반복 근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기적인 조회나 예방교육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직급 체계와 승진제도

현장 근로자들과의 원활한 관계 형성을 비롯한 노무활동 

 

사실 이 회사는 HR이라는 기능이 단독으로 존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큰 제조업이 아니라면 재무회계, 총무를 겸한 지원조직 하나만 운영하는 것이 비용효율적이기 때문이죠. 중소한 규모의 제조회사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HR 활동보다는 효율적인 운영이 우선시 될 것입니다. 


누군가, 어떤 이유로 '펜슬로'에 최신 트렌드에 맞는 HR 정책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율출퇴근제라던가, 원격근무제라던가, 워케이션 제도라던가, 직급통폐합이라던가 말이죠. 


글쎄요, 일부 직원들은 새로운 변화를 선호할 수 있을지 몰라도, BM의 수정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제도의 변화는 '펜슬로'가 쌓아온 효율적인 프로세스와 안정성를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기존 조직 체계에 익숙한 일부 구성원들은 변화 자체에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죠. 


꼰머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어떤 산업군에서든 안정성을 택한 조직에서 필요한 HR 방법론은 대체적으로 유사합니다. 재무적인 예측에 기반해서 제한적인 비용 지출을 가지고 구성원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죠.


이때 피라미드식 인력/직급 구조는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서 여러모로 이점을 가집니다. 단순히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통해 구성원들이 군대식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피라미드식 인력구조의 운영에 필요한 승진과 누락의 직급체계는 고성과자를 리테인 하고, 저성과자가 장기근속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인건비 하방압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정된 자원을 차등적으로 배분하기도 용이합니다. 


 그냥 까라면 까?라는 식의 수직적인 조직문화 역시, 회사의 생존방식(BM)이 사업에 필요한 성공 공식의 안정적인 반복과 효율적인 운영이라는 측면에서는 그 기업에 최적화된 HR 전략일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것이 구식일 수는 있지만, 절대적으로 열위적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제도를 설계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선택한 BM의 큰 방향성을 이해하고 맥락에 부합하는 HR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 그리고 이로 인한 조직 성과 증대라는 선순환을 가져옵니다. 


앞서서 말했지만 우리는 조직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이를 악물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조직의 성공을 만들기 위해 인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직이 성공을 만드는 방식, BM에 기민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BM의 다른 한 극인 혁신성을 추구하는 조직은 어떨까요? 


혁신성을 추구하는 조직 "로켓펜슬"의 사례는 (2)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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