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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Mar 14. 2024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누군가 내 팔꿈치를 잡아준다. 넘어지지 말라고..

 아침부터 눈물이 났다.


 아이와 함께 버스시간이 7분 남았다는 알림에 가방을 둘러메고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갔다.

아이는 바람을 맞으며 엄마 손을 잡고 뛰는 이 순간이 마냥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른다.

엄마 마음은 버스를 놓칠까 봐 매일 조마조마 아찔한지도 모르고 말이다.


 괜찮다. 언제 쓰러질지 몰라 매일  아이안거나 업으며 밥을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집 안에서만 지냈던 시간이 7년이었다. 대발작으로 인해서 숨을 쉬면 어쩌나 걱정이 가득 차 있던 하루보다 시작된 발작에 인공호흡을 해가며 숨이 다시 돌아오기를 울부짖으며 애태웠던 순간들보다


 학교에 데려다주러 가는 오늘이 안심이 되고 감사날이기 때문이다.  


 버스에 겨우 올라타 앉으려고 하니 등교하는 아이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버스 안이 가득 차 있다.


 앉을 곳이 없으니 한 손에는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은 아이가 넘어질 새라 꽉 움켜 잡아본다.

허리가 구부정하게 지팡이와 함께 앉아계시는 할머니가 아이를 보고 반가워하신다.


" 아야~ 오랜만이 다잉~~ 오메오메~ 많이 컸네.. 안 본 사이에 많이 컸어~~"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고 가는 동안 나와 아이를 한 번씩 보신 할머니신 거 같았다.


" 아가~ 건강하그래잉~ 건강이 최고여.. 아프지 말어.. 느그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겠냐.."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너가 많이 크고 더 건강해진 거 같아서 마음이 좋네...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한테 잘해라잉~ 아프지 말고...."


"애기 엄마. 나 이제 내릴랑게.. 애기랑 여기 앉으소.. 서서 가면 애기 위험한 게 나 내링게 알았지?"


 라고 말하시며 지팡이를 들고 허리를 굽히시고 힘겹게 내려가셨다.


 할머니가 아이에게 건강하게 크라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프지 말고 커야혀~ 라고 말할 때 코 끝이 찡 빨개졌다.. 건강하게 커서 엄마한테 잘해야 되라고 말할 때 정말이지 그런 평범한 날이 올까?라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주르륵 내려와 버렸다.


 버스를 탈 때면 5대 중 2대의 버스는 노약자들과 장애인과 임산부 자리의 표시는 신경 쓰지 않고 약하고 불편한 사람들을 태우고 마구잡이로 좌우로 흔들고 앞뒤로 퉁퉁 거리며 난폭운전을 하곤 한다.


 승객들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을이 되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잡고 있는 손잡이에 힘을 주고  발 끝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때마다 마음이 서러웠고 아이가 넘어질까 봐 무서웠다.


 학교 가는 길마다 사람들은 왜 이 아이는 집 앞에 있는 학교 두고 멀리까지 힘들게 가냐고 물었다.  학교에 가는 아이에게 작고 왜소한 몸을 보고 유치원에 가냐고 묻기도 했다. 일일이 대답하기에는 아침부터 지친 마음이라  나는 그냥 아이와 함께 서있었.


 " 어 이 동네 엄마들이 장애인 학생은 이 동네 학교 오지 말라고 항의해서 다른 데 가는 거야~"


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로 마음을 후벼 파기도 했다.


 불편하고 아찔한 오지랖 가득한 수많은 등교시간들 중에 한두 번은 보셨을 할머니가 건네주신 오늘의 위로와 응원이 내 마음을 적시게 되었다.


 울컥... 찡.. 주르륵... 하는 동안 할머니는 끝까지 아이의 등을 한번 더 다독이시면서 가셨다...


 살면서 부당하고 참아야 하며 억울하기도 하고 불편한 순간들이 많지만.. 때론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마음의 응원이 나에게 다가옴을 느낀다.

불쌍하고 딱하다는 마음이 아닌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부모 이상으로 바래주신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일상이 흔들리고 급하게 꺾여버릴 때마다 발 끝마다 힘을 꽉 주고 겨우 버텨야 할 때 누군가는  내가 혼자 고 있던 힘에 남몰래 가방 밑을 받쳐주는 손길이 고  내 팔꿈치 한쪽을 함께 움켜 잡아주며 마음을 전해준다.


흔들거리더라도 넘어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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