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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Nov 30. 2021

조직에서 인정받는 방법

"일 참 잘하네"

작년 한국에 들어갔다가 어떤 기업의 CEO 분을 뵐 일이 있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분은 요즘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안한다고 말하셨다. 특히 코로나와 함께 주식열풍이 불면서 9시만 되면 자리에 앉은 직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을 하면서도 항상 직원들의 눈은 스마트폰 속 주식 어플을 향해 있었고 직원들의 표정만 봐도 그들의 포트폴리오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지인을 통해 읽게 된 글에는 2030세대들은 점차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워라밸 그리고 본인의 삶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일은 해야할 만큼만 하는 것처럼 되어간다고 했다. 나는 이 모든 말과 글을 완벽하게 믿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항상 조직에 존재해왔다. 일은 열심히 해야할까. 가치관에 따라 다른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던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엄청난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에 열심히 했다. 어려서부터 대충 했다가 "조금만 더 열심해 할걸" 이라며 크게 후회한 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시작에는 노력이 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인정까지 받으려고 한다는 것은 욕심이다. 물론 한 두번은 쉽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노력없는 인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덧 성인이 되어 취업 준비생이 된 막둥이 동생을 생각하며 직장생활을 한 형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나는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는 편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드릴지, 저런 식으로 보고를 하면 어떤 피드백이 오는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 또한 주변에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자주 파악했는데, 그간 깨달은 점들을 간단히 5개로 추려 이야기해볼까 한다. 아래 설명한 방식으로 일을 하며 삼성과 아마존에서 좋은 고과들을 받았기에 적어도 두 조직에서의 효과는 증명된 내용들이다.


사진이 없어서 올 초에 다녀온 제주도 사진으로


1. 매니저의 일을 빼앗아라

매니저가 일을 줄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되려 매니저의 일을 조금씩 빼앗아라. 물론 처음부터 일을 한꺼번에 가져가라는 것이 아니다. 제일 먼저 본인의 일에 익숙해져라. 그리고 그 일이 익숙해지면 매니저가 하는 일은 지켜보고 조금씩 일을 빼앗아오면 된다.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팀원이 자신의 일을 해주니 본인 시간이 생겨서 좋을 것이고 팀원 입장에서는 매니저의 업무를 배우기 때문에 조금 더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매니저를 대신하여 임원보고를 하고 오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부서와 조율할 일이 있거나 부서를 대표해서 다른 회의에 참석할 일이 있다면 매니저에게 "이 회의는 내가 참석해보고 나중에 보고해줄게" 라는 식으로 말하면 된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간략하게 매니저에게 구두보고를 하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자세한 내용을 따로 메일로 보내주면 된다. 조직에서 인정을 받으면 고과나 승진이라는 보상이 따라온다. 그리고 승진이 목표라면 특히 매니저의 업무를 빼앗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본인의 업무가 많아 그런 엄두가 안 날수도 있겠지만 이 업무를 우선 순위에서 무작정 내려놓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기회가 된다면 매니저를 대신해서 일을 하라.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결국 그 자리를 얻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일을 조금씩 빼앗고 있는데 갑자기 매니저가 한꺼번에 일을 넘겨준 경우였다. 나만큼이나 그 역시 위 매니저의 일을 빼앗던 중이었는데, 그 역시 감당할 이상의 업무를 받게 되어 자연스럽게 그의 일이 내 일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회의들을 참석하고 다른 부서 사람들과 일을 하다보니 다면평가에서 항상 "분명히 다음 레벨의 일을 하는거 같은데 왜 얘는 아직 승진을 하지 않았지"라는 피드백이 정말 많이 들어왔다. 물론 그 당시 내 기준으로 아직 승진할만한 능력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피드백을 보면서 매니저와 웃어넘겼지만 적어도 다른 부서사람들에게 나는 다음 레벨의 업무를 할 준비가 된 사람을 보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 승진 프로세스는 정말 빨리 그리고 예상하지 않던 타이밍에 진행이 되었다. 매니저 역시 이렇게 빨리 승진 결정이 난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이처럼 매니저의 일을 빼앗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덤으로 얻게 해준다.


2. 기본은 기본이다

캠브리지를 입학해 첫 과제를 내고 나서 알 수 없는 점수 차감이 된 것을 보았다. 교수와 면담을 하던 시간 중 왜 이 점수를 뺀 것이냐고 질문하자 교수는 "네 문법도 잘못 됐고 단어도 부적절하게 사용해서 차감이 된거야. 이건 기본 중에 기본이야" 라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모국어가 아니다라는 것은 글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므로 어떤 글을 쓰더라도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다. 졸업을 하던 날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교수는 나에게 삼성에 가서도 한 2년동안은 눈치보면서 열심히 프린트를 하라고 했다. 그녀는 농담섞인 말을 던졌지만 그녀의 진심은 어딜 가서도 자만하지 말고 기본기를 탄탄하게 배우라는 것이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기본이란 정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점들이다. 메일을 쓸때 다 적고 다시 한번 읽으면서 타이핑이 잘못된 단어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내가 적는 글들이 회사에서 사용되는 포맷에 적합한 포맷인지 (여백은 제대로 되었는지 문장간 거리는 어떤지) 확인해보는 것들이다.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작은 하나들이 모여서 그 사람의 일하는 정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지 않고도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많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대충하는 것 같지만 일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사람도 있다. 이는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특출난 장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은 기본이다. 본인이 일을 할때 기본에서 벗어난게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해보는 것은 좋은 자세이다. 누구든 항상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 끊임없이 개선해보고 본인의 것으로 만들다 보면 어떠한 어려움 없이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될 수 있다.



3. 피드백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팀원들이 생기고 피드백을 줄 일이 많아졌다. 예전 생각을 하며 우리 매니저가 주던 피드백보다 더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렇게 팀원들의 글을 읽어보고 어떤 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들을 하면서 우리 매니저가 참 고생이 많았겠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이만큼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준다는 것은 참 어렵고 큰 일이다. 이 피드백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팀원 한 명과 멘토링을 해주는 친구에게 피드백을 줄 일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해서 가장 구체적인 피드백을 줬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고 비슷한 보고서를 받아볼 일이 있었다. 그런데 내 팀원은 예전에 말해줬던 내용들을 전부 고쳐서 글을 보내왔고 반대로 멘토링을 하던 친구는 똑같은 실수를 그대로 적어서 왔다. 물론 이번 한번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쌓이다보면 나중에 더 큰 프로젝트를 맡겨야 할때도 아무래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번에 경험해보니 생각이상으로 피드백을 반영하는 사람과 반영하지 않는 사람은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상사 혹은 매니저가 주는 피드백이라고 무조건 반영하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매니저들도 사람인지라 항상 답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반대 의견을 갖는다는 것 역시 중요한 모습이다. 대신 무작정 반대되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하여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는 것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답을 적고 간단하게 코멘트를 남겨놔도 괜찮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네가 이런 식으로 의견을 준 적이 있었는데 내 생각은 달라. 왜냐하면 이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이런 트렌드가 확인됐어. 그래서 이런 식으로 글을 쓴 것인데 네 생각은 어떤지 말해줘"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4. 조용히 일하지 않는다

나는 처음에는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많은 것들을 해내면 모두가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 매니저도 인간인지라 본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항상 말한다. 조용히 일하지 말아라. 


물론 그렇다고 하여 맨날 회사 바닥에 누워서 아이고 일 못하겠네 라며 불평불만을 말하라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를 알아야 한다. 가장 어렵지만 그 적당히를 찾아서 본인이 얼만큼 일을 하고 있고 얼마나 힘든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외국에서는 흔히 visibility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내가 여기 있어요 라고 알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너무 불평없이 일을 하다보면 일이 적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일들이 쌓이는데 확실히 선을 긋지 못한다면 본인만 힘들어진다 (그럴때는 매니저에게 모든 일들을 보여주고 우선순위를 정해달라고 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너무 힘들다 라는 말만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주변 동료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적당히 본인의 일을 알려라.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일을 할때마다 불평을 하는 것보다 본인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서 매니저나 다른 동료들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순히 이 일 못하겠어가 아닌 정말 어려운 문제를 들고가 내가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데 너라면 어떤 식으로 풀어낼 것 같아 라는 식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혹은 정말 복잡한 프로세스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면 매니저에게 가서 나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하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떤지 피드백을 받아봐라. 그러면 매니저 역시 아 이 친구가 정말 어려운 일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말하지 않더라도 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조용히 일하지 말아라. 결국 본인만 손해본다.


5. 때론 하기 싫은 일들을 자진해서 하라

전 이야기에서 말했지만 아쉽게도 회사 일이 전부 재밌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시간을 정말 재미없는 일을 해야할 수도 있고 같이 일하고 싶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일을 해야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항상 말해줬던 것처럼 남의 돈을 번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기 싫은 일들을 한번 자진해서 해보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을 수 있겠지만 회사에서는 모두가 꺼려하는 일들이 있다. 물론 이런 일들을 계속하면 어렵고 모두가 만지기 싫어하는 일을 쟤한테 맡기면 된다라는 인식이 생기니 "때론"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신입사원 시절 한번은 파트장님이 어떤 부서로 사원대리급 직원이 이동을 해야하는데 가고 싶은 사람이 없냐고 물었다. 모두가 꺼려하는 부서였기에 사무실은 마치 사막 한 가운데 혼자 있는 것처럼 고요해졌다. 나는 사람들이 그 부서로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지 못 했다. 그런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뭐 그렇게 심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자진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오히려 조금 더 일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새로운 노하우들도 많이 생겼던 시절이다. 그 부서가 유별나다는 것을 알았던 상무님은 나를 보내놓고 미안하셨는지 오후 5시반만 되면 내 자리를 오셨다. 그리고는 너무 힘들지 않냐면서 이 부서에 있을 동안은 본인이 매일 이 시간에 올테니까 나는 바로 퇴근하라고 하셨다. 정말 그렇게 그 부서에 있던 6개월 이상을 나는 칼퇴를 했다. 일은 고됐지만 오히려 칼퇴를 선물 받았고 덕분에 새로운 언어를 공부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들은 이 시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던 점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모두가 꺼려하는 부서에서 어려움들을 마주하고 이를 헤쳐나가다보니 우선 자신감이 생겼다. 껄끄러운 상황에서는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워 어느 부서를 가던지 잘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주변사람들의 시선 역시 달라졌다. 점심시간에 양치질을 하러가면 주변에 모든 부장님 과장님들이 오셔서 괜찮아? 일은 할만해? 라고 물어보셨다. 사실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정말 고생하고 어려운 일이 주어져도 해내는 직원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 후에는 정말 큼직한 프로젝트들을 도맡아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많은 상사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마음 편히 말을 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나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꼰대들을 만나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꼰대라는 단어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의 입까지 닫아버리게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꼰대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이는 다음에 다뤄보겠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한 다섯가지들은 정말 별 것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들이다. 본인의 시간을 조금만 더 의지를 갖고 활용한다면 충분히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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