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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Nov 06. 2023

05. 프로덕트 매니저를 뽑을 때 보는 3가지

"어떤 사람들이 결국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는 것일까"

아마존을 다니며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 매년 MBA 학생 면접을 진행했고 내 팀원들을 뽑기 위해서 다양한 지원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는 면접을 보는 게 조금 까다롭다.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전문 교육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커리어 루트를 타야만 한다는 경력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이전 글에서 MBA 졸업생들을 프로덕트 매니저로 많이 뽑는다고 했는데 꼭 그러는 것도 아니라서 누구나 원한다면 도전해 볼 수 있는 직무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정해진 필수 경력은 없지만 어느 정도의 직무 경험은 필요하다. 프로덕트 매니저 중 주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주니어분들에게도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직급 이상이 되어야 프로덕트 매니저로 지원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프로덕트 매니저에게서 리더십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니어분들 중에서도 잠재력을 가지신 분들을 많이 봤다. 그렇지만 당장 타 부서 사람들을 이끌면서 프로덕트를 만들고 운영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검증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경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원자들의 어떤 능력을 바라보며 프로덕트 매니저를 뽑는 것일까. 오늘은 내가 프로덕트 매니저를 채용하면서 특히나 주의 깊게 봤었던 3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1.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이다.

문제해결능력이란 회사생활을 하면서 아니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설명하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 프로세스는 어떻게 정립하며 실행 중 생겨나는 문제들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고객의 니즈를 제품으로 만들어 해결하기 때문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직무라고 봐도 좋다. 그런 프로덕트 매니저들에게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매번 정해진 답이 없는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참고할만한 과거 사례를 찾아보는 것보다 본인만에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하여 항상 문제해결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을 찾는 것만은 아니다. 인터뷰에서 본인이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보다 때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더라도 그 과정에서 실수 혹은 개선할 수 있는 점을 파악하는 사람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아마존의 원칙 중에는 Are right, a lot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리더는 자주 맞다는 말인데 이렇게만 설명을 하면 마치 리더는 항상 정답을 알고 있어야 하고 실수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원칙은 그게 아니다. 오히려 리더란 본인이 항상 옳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데이터 혹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본인이 항상 맞다고만 믿고 살아왔던 사람들은 정작 본인이 틀렸을 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명확한 정답을 주변에서 제시해도 본인의 자존심 때문에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방식이 최선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물음표를 달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본인이 완벽하게 해낸 프로젝트만 생각해 놓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리더로서 이끌었던 프로젝트 중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문제해결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를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면접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은 문제를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그리고 정립한 프로세스를 이와 같이 정립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본인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면접자들이 궁금한 부분은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보다 매 과정을 진행하면서 본인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결정을 내렸는지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2. 소통하는 능력이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다양한 팀 그리고 직급의 직원들과 일을 한다. 그렇다 보니 소통능력은 무조건적으로 필요로 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소통 능력이라고 말하면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을 어떻게 잘하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누군가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별 내용이 아니지만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소통 능력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이런 사람들 중에서는 되려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았다. 말은 많이 하지만 본인이 무슨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쓸데없는 내용들을 덧붙이다 보니 대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 능력이란 필요한 내용을 알맞은 언어로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임원들에게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그들이 필요로 한 만큼의 디테일을 더해 진행 상황을 알려야 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타 부서에게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무조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하는 것이 아닌 타 부서 사람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그들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소통능력은 많은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간과하지 못하는 부분이고 결국 다른 부서 사람들과의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 팀에 프로덕트 매니저가 처음 오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항상 나에게 듣는 말이 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도 괜찮아.

이는 특히 컨설팅 배경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자주 듣는다. 아무래도 그들의 과거 경험에서는 모르는 문제가 있더라도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덕트 매니저의 자리에서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든 얼버부리면서 답을 하는 것보다는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모른다고 설명을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내가 알아보겠다고 말하면 된다. 막상 본인이 모르는 내용을 인정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처음만 어려울 뿐이지 익숙해지면 그 무엇보다 편하다. 임원들과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비슷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물론 회의 전 필요한 내용들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필요 이상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회의에 들어가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든 답변을 하기 위해서 말을 이어나가는 것은 본인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황하며 말을 이어나가는데 막상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임원을 포함한 회의실 모든 사람이 "이 사람 답을 모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은 내가 알고 있지 못합니다. 회의 후 확인하여 업데이트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깔끔하게 말하면 된다. 꼭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보다 본인이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 소통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는 Are right, a lot의 원칙과도 이어지고 본인이 같이 업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기본적으로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주변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특히 사내 본인만의 롤모델을 만드는 것 역시 무척이나 좋은 방법인데 그 사람이 어떤 식으로 대화하는지 보고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다음으로는 본인의 대화의 길이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 프로덕트 매니저들 중에서는 말이 참 긴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본인이 알고 있는 자세한 디테일을 전부 알려주고 싶어서 일수도 있고 아니면 문제 자체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덕트 매니저는 본인의 대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필요한 이야기만 전달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특히 윗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던지는 것은 "이 친구 많은 것을 알고 있네"라는 인상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나"라는 의구심을 준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용 자체가 어려운데 어떻게 쉽게 설명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이해는 하겠지만 내 경험상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결국 풀다 보면 쉽게 풀이가 가능했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았다". 


면접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본인이 했던 모든 내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적절한 구조와 길이에 맞게 전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서도 자주 언급했다시피 면접을 준비할 때는 STAR method를 꼭 사용할 것을 권유한다. 가장 먼저 배경 설명을 하고 (Situation: 2015년도 기업 A에서 어떤 걸 할 때였습니다), 당시 프로젝트에서 본인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한 뒤 (Task: 프로젝트에서 제 역할은 무엇이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해서 본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Action: 가장 먼저 저는 A를 한 뒤 B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과를 말하면 된다 (Result: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막상 면접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STAR 방식을 무시하고는 하는데, 그 결과 5분 정도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라며 나 역시 곤란할 경우가 많다. 



3. 마지막으로 배우려고 하는 자세 혹은 배움을 멈추지 않는 능력이다.

뻔한 말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능력이다. 막상 지원자들은 입사하면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잘 해내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이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면 더 이상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은 항상 개발이 되고 있고 고객들의 니즈는 변화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만 한다. 이를 설명하는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중에는 Learn and be curious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인데 호기심이 없는 프로덕트 매니저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위해서 말했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모름을 인정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덕트 매니저는 제너럴리스트라고 생각하기에 자세한 디테일은 해당 전문가에게 맡겨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물론 해당 업무를 해내는 전문가들은 있겠지만 그들과 성공적으로 업무를 해내기 위해서는 프로덕트 매니저 역시 공부하여 그들이 하는 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야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내가 담당했던 팀원 중 한 친구는 슬로 스타터였다. 많은 한국 직장인들처럼 빠릿빠릿하게 알아듣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설명을 하면 한참이 있다가 이해를 하고는 했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적어도 이 친구의 장점은 배우려고 했던 자세였다. 다른 타 부서에서 그 친구에 대해서 걱정이 된다라는 의견을 줬을 때 나는 조금만 더 시간을 주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게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친구는 우리 부서의 에이스가 되었다. 나 역시 많은 일을 맡길 수 있는 친구가 되었고, 그 친구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배우려고 한다. 그를 경험한 후로 나 역시 프로덕트 매니저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금 당장 완벽한 인재를 찾기보다는 본인이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배우려고 하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링크드인으로 연락 주시는 분들 중에서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코스를 들어야 하는지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해진 코스는 없다고 답변을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한다. 생각보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하는 업무는 회사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어떤 회사의 경우에는 제품 기획을 위주로 업무를 하는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있고 (혹은 서비스 기획자라고 많이 불리는 것 같다) 어떤 회사의 경우에는 프로젝트 매니저에 더 가깝지만 그들을 프로덕트 매니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의 경우 개발직군 소속으로 (대부분의 프로덕트 매니저들은 비개발 소속이다) 개발/UX와 함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을 만드는 일부터 세일즈/마케팅/법무/PR 등 부서와 함께 제품을 운영하는 일도 같이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프로덕트 매니저를 만족시킬만한 코스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책들은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본인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명확하다면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들에게 콜드콜을 해서라도 그들이 하는 업무를 파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적어도 그렇게 한다면 입사 후 내가 생각했던 것과 하는 일이 많이 다르네 라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가 우리에게 알려진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 직무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AI 기술들이 꽃을 피우면서 이 직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여 이 직무가 모두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험상 프로덕트 매니저의 업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본인과 잘 맞지 않는다고 했던 동료들도 많이 봤다. 그렇기에 다음 편에서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맞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패턴을 갖고 있었는지 설명해볼까 한다.


궁금한 점이 있거나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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